[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㊳"너는 이미 죽어있다" 명대사 남긴 80년대 하드보일드 액션 '북두의권'

김형원 기자
입력 2018.09.22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며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너는 이미 죽어있다" 만화 ‘북두의권’ 주인공 켄시로의 명대사다.

199X년 핵전쟁으로 파괴된 문명과 질서에서 오직 ‘힘’과 ‘폭력’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세계관으로 출발하는 만화 북두의권은 전설의 암살권 ‘북두신권(北斗神拳)’ 계승자인 주인공 켄시로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북두의권 단행본 1권 표지. / 아마존재팬 갈무리
1983년 일본 대표 만화잡지 소년점프를 통해 대중에 소개된 북두의권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만화 자리에 오른 작품이다. 북두의권은 권법으로 신체가 파괴되는 다소 잔인한 그림 묘사와 남성미 넘치는 근육, 막장 세계관 속에서도 빛나는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드보일드 액션 등이 담겼다.

한국에서 '북두신권'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이 만화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27권에 달하는 단행본으로 출간됐으며, 전 세계에서 1억부 이상이 팔렸다.

◇ 북두의권 탄생 원동력이 된 ‘타이거 마스크’

일반적으로 만화 작품은 만화가가 기본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림을 입히는 식으로 제작되지만, 북두의권은 글을 쓴 원작자와 그림을 그린 만화가를 완전히 분리해 제작한 만화다.

북두의권 원작자는 1972년작 만화 ‘고로군 등장’으로 데뷔한 브론손(武論尊·71세·본명: 오카무라 요시유키)다. 그는 1975년 소년점프 연재작 ‘도베르만 형사’로 인기 원작자의 자리에 올라 1983년 북두의권 원작을 맡게 된다.

그림을 그린 만화가는 하라 테츠오(原哲夫·57세)다. 그는 만화 은아(銀牙) 등 개(犬) 만화 달인이라 평가받는 타카하시 요시히로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계에 입문해 1982년 모터크로스를 소재로 한 만화 ‘철의 돈키호테’로 프로 만화가로 데뷔한다.

타이거 마스크 애니메이션. / 야후재팬 갈무리
하라는 현지 매체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유명한 1968년작 프로레슬링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두의권에서 보인 역동적인 액션과 사실적인 근육 묘사는 타이거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셈이다.

◇ 만화 편집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된 ‘북두의권’

일본 만화 업계에 따르면, 북두의권 탄생을 주도한 인물이 원작자도 만화가도 아닌 당시 소년점프 만화 편집자였던 호리에 노부히코(堀江信彦)다. 그는 인기 만화 ‘시티헌터’와 ‘캣츠아이’를 탄생시킨 편집자이며, 만화가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인물로 유명하다.

호리에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중국의학 속 ‘혈’자리에 관심을 가졌고, ‘혈을 잘못 누르면 몸을 해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신인 만화가였던 하라 테츠오에게 만화 제작을 주문했다. 하라는 호리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를 무대로 주인공이 권법으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단편 만화 ‘북두의권’을 그려냈다.

북두의권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호리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단편 만화로 담기에 부족하다고 느꼈고, 당시 인기 만화였던 ‘도베르만 형사’ 원작을 담당했던 브론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만화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낀 브론손은 ‘권법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린다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면, 배경을 원시 세계여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 북두의권이 핵전쟁으로 파괴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상당 수의 만화 팬은 북두의권이 그린 세기말적 분위기가 당시 인기 영화였던 ‘매드맥스’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작자 브론손은 일본 매체 마이니치 인터뷰를 통해 매드맥스가 아니라 1970년대 폴 포트(썰롯 써)에 의해 대학살이 이뤄졌던 캄보디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브론손은 북두의권 이야기를 쓰기 전 공포정치에서 막 벗어난 캄보디아를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해골이 쌓인 언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세기말, 정의가 통용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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