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쯤 상가를 임차해 헬스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던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교통유발부담금이 화제가 됐다. 임대인이 지인한테 구청에서 나온 교통유발부담금을 임차인인 지인한테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인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마당에 임대인과 논쟁을 벌이기 싫어서 납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유발부담금은 소유자가 내는 것이어서 임대차계약서상 특약이 없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납부하라고 요청할 수 없다.

지인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상가임대차와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누가 낼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입법적으로 해결된 부분이지만, 여전히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논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교통유발부담금의 부과 근거인 구(舊)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은 과거 교통유발부담금의 부과대상자를 ‘시설물의 소유자 또는 사업의 경영자’로 규정해 임대인(시설물의 소유자) 또는 임차인(사업의 경영자) 중 누구라도 그 부담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가, 2002년 법률을 개정해 ‘시설물의 소유자’가 부담 주체가 됨을 명확히 했다. ‘시설물의 소유자’인 임대인이 교통유발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교통유발부담금을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특약에 무효나 취소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부담할 수는 있다.

임대인이 약관으로 교통유발부담금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내용의 약관 규정은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의 규정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교통유발부담금을 다수의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는 약관 조항은 1993년 이래로 무효라고 결정했다.

따라서 대형상가 등의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서상 교통유발부담금을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으면 부담금의 납부를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약관에 해당한다면, 그 조항은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의 규정이어서 여전히 그 납부를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

결국 정리하자면, 교통유발부담금은 건물 등 시설물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므로 그 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는데, 만약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 대신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했다면 그러한 임대차계약에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대신 부담할 수도 있다.

다만, 대형상가, 백화점, 쇼핑몰 등과 같이 임대인이 정형화된 약관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교통유발부담금을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 경우 그 내용은 무효이어서 임차인에게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교통유발부담금 고지서를 발송하므로 이제 슬슬 대형건물 등의 소유자에게 교통유발부담금 고지서가 발송될 때가 됐다. 그런데, 교통유발부담금은 많은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뜻하지 않은 세금과 같아서 아직도 그 납부를 누가 할 것이냐에 대해 논란과 분쟁의 여지가 있는 듯하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법령상 근거와 공정위 심결례 등이 있으니, 위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교통유발부담금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분쟁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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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