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증이라는 거국적인 말로 통용되는 ‘무인멀티콥터조종자증명’ 이상을 소유한 인원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1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이미 8641명(조종자증명)이다. 흔히 교관으로 불리는 지도조종자 훈련과정은 신청자가 많아서 몇 개월씩 기다리는 형편이다. 2017년 여름에 자격증 관련해서 컬럼을 썼다.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숫자를 비교해보니 대충 두 배쯤 된다.

자격증만 취득하면 모든 것이 풀릴 줄 알았던 그 많은 인원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과연 기대한 만큼 보상을 받고 있을까?

현재까지 국내 드론산업의 현실적인 출발점은 통상 2012년으로 통한다. 관련 산업은 이전부터 계속 진행됐지만, 대중화의 관점에서 본격적인 산업 논의가 일어난 시기가 그때쯤이라, 2012년을 기준으로 본다. 이제 6년쯤 흘렀다. 자격증 열풍은 2015년부터 불이 붙었다. 그리고 3년쯤 흘렸다. 기형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드론산업의 시작점도 얼추 비슷하게 겹친다.

국내 드론산업의 기형성은 과도하게 팽창하는 교육시장을 말한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포장되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우리의 쏠림현상이 드론산업에도 여지없이 적용됐다. 예나 지금이나 드론 때문에 드론을 선택한 비율보다 드론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선택한 비율이 높다. 지금도 그렇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사정이 우선인지라, 이 자체를 두고 왈가불가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드론산업의 황금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분야가 자격증 교육시장이다. 온갖 협회가 난립하게 된 것도 궁극적으로는 협회 발행의 자격증 장사를 통해 수익 창출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서다.

드론을 수단으로 삼아서 교육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드론자격증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라도 될 것으로 믿으려 했고, 믿었고, 믿는 중이다. 특히나 교관과정 이상을 노리는 입장은 드론자격증이 그 정도로 막강할수록 자신들의 입지도 탄탄해지니 ‘정년이 없고, 월 400에, 4시 퇴근을 보장’하는 자격증으로 끊임없이 포장했고, 포장 중이며, 한동안은 계속 포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드론산업은 미디어와 정부가 내놓은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인해 뭔가 주요한 업적이 다양하게 성취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기형적으로 자란 교육시장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나머지의 절반쯤은 제조업 기반의 드론산업육성정책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실증사업이란 범주에서 진행되는 현장성 강한 활용기반 조성사업이다.

전문인력으로 포장되는 1만 명에 가까운 인력이 실제 제대로 대접받고 일하려면 활용기반 조성사업이 산업의 동맥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너도나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는 교육시장만 과열된 상태다. 이 중에는 애초부터 실제 현장에 관심이 없는 비율도 상당하다. 그저 교육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이 뿌린 것 이상으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바깥에서는 이런 방향성을 가진 인력조차 드론산업 전문인력으로 이해한다.

게다가 드론자격증을 가졌다고 하지만 막상 교육시장을 벗어나면 전문인력이라고 부르기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무나 역할을 맡기려면 다시 해당 분야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의 드론산업 전문인력 양성과정 신청자 중 평균적으로 절반 이상이 조종자증명 이상 보유자다. 자격증만 따면 다 되는 것으로 알았다가, 막상 현실을 체험하고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교육과정으로 다시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들 대부분이 한국에선 자격증이라는 타이틀이 최고라고 이해하고 있던 터라, 자격증 과정이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했었다.

드론산업을 관장하는 고위 공무원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육성책의 결과로 제시하기에 가장 손쉽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가 ‘자격증 취득자 수’라는 생각이 변함없기 때문이다.

드론산업의 태동기를 지나고, 본격적인 성장 단계를 지나는 지금이 세계를 상대로 한국 드론산업의 굳건한 지형을 그릴 수 있는 ‘쉬운 찬스’의 마지막 지점으로 보인다. 동시에 산업과 인력의 선순환 수급구조를 쉽게 만들어 영속시킬 수 있는 여유로운 구간의 끝부분쯤 된다. 지금을 놓치면 중국 등 상용기술로 크게 앞선 나라들을 상대로 끌려가다가 지치는 모양으로 고착된다.

중국의 상용기술은 나머지 모두를 따돌리며 격차를 더욱 벌리는 중이고, 예상대로라면 내년쯤이 ‘우리가 과연 기술개발이나 제조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질 만큼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군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최근 2~3년간 이어온 정부 주도형 드론개발연구사업과 투자는 중국 상용기술이 건드리지 않는 부분, 즉 중국제품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남은 분야를 우리 역량이 집중된 부분이자 기회라고 믿어왔던 시간이다. 그마저도 힘겹게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에 속도가 더딘 주된 이유는 그 많은 드론산업 진입희망자 중에 쓸만한 인력이 없다는 점이 크게 차지한다.

‘국가자격증’을 들고 드론산업으로 진입하고 싶은 이들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말이 있다. 첫째, 교육시장도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는 편이 낫다. 둘째, 교육시장은 배출된 인력이 갈 곳이 없으면 망하는 구조다. 산업과 떨어져서 생존할 수 없으므로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무엇인지 연구해야 살아남는다. 셋째, 자신은 큰 욕심 없이 자격증 교육이나 할 생각이라면, 그게 욕심이다. 또한 나한테 쉽다면 남한테도 쉽다. 넷째, 드론산업을 이해하는 자신의 시각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다섯째, 교육시장도 남 따라쟁이들에겐 기회가 없다. 여섯째, 내용이 없으면 포장이 화려해진다. 한두 번은 통하겠지만 금방 들통난다. 스스로 주변의 조언을 무시한 채, 자신의 위치를 화려한 말로 포장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라.

최근 몇 년간 우리 기술은 중국의 과거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론산업은 기형적인 자격증 교육시장으로만 팽창했다. 충분한 실험과 도전적인 과제수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리 기업과 연구단체는 양질의 현장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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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