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IT) 기업 애플과 아마존이 앞다퉈 자사 직원의 건강을 돌봐줄 진료소를 사내에 마련하고 나섰다. 애플과 아마존은 지금까지 IT기업이 제3의 의료 기관과 협력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여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지난 8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자사 직원을 위한 건강 클리닉 센터 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소수의 의사를 고용해 2018년 연말쯤 일부 직원에게 시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2019년부터 클리닉 규모를 확장해 더 많은 직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CEO). / 팀 쿡 트위터 갈무리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CEO). / 팀 쿡 트위터 갈무리
또한, 아마존은 지난 1월 P모건, 버크셔 해서웨이 등과 제휴를 맺고 6월에는 이들 기업과 함께 자사 직원 및 부양가족을 위한 공동 헬스케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미국의 '글 쓰는 의사'로 알려진 아툴 가완디를 공동 설립한 합작 헬스케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자사 직원과 그의 부양가족을 위한 건강 클리닉 'AC 웰니스(AC Wellness)'를 설치했다. AC웰니스는 애플의 자회사로 질병 치료보다는 수면, 스트레스 등 건강 관리에 초점을 둔다.

애플은 지난 2월 첫 채용 공고를 내고, 이후 3개월간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은 물론 영양사, 운동 전문가, 간호사 등을 채용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탠퍼드 대학교 디지털 건강 센터 의장을 맡았던 숨불 데사이(Sumbul Desai)가 현재 AC 웰니스를 이끈다. 애플은 지난 8월 AC웰니스에서 일할 40명 이상의 직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우). / 제프 베조스 트위터 갈무리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우). / 제프 베조스 트위터 갈무리
애플과 아마존이 직원의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내에 클리닉 센터를 여는 이유는 직원 건강의 질을 높이는 것이 불필요한 의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CNBC는 "고용주는 의료 시스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뿐만 아니라 직원이 경험하는 일관성없는 의료 서비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며 "애플과 아마존이 직원용 의료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충격적이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애플과 아마존이 건강 관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미리 투자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애플이 2015년 첫선을 보인 애플워치는 헬스케어의 중심에 서 있다. 애플이 지난 12일 공개한 애플워치4에는 기존의 심박수 체크에 더해 심전도를 기록하는 기능이 추가되는 등 건강 관리 기능이 강화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애플워치는 몸 안의 상황을 모니터링해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애플이 정말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건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다 애플은 2016년 8월 개인 건강 관련 정보 관리 기업 그림스(Gliimpse)를 인수했다. 애플 출신 앤일 세시가 2013년 설립한 그림스는 의료 기록 및 기타 건강 관련 정보를 보관하는 서비스다. 애플은 그립스의 기술력을 이용해 리서치킷(ResearchKit)과 케어킷(CareKit)을 통합 관리한다.

니크힐 크리샤난(Nikhil Krishnan) CB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클리닉을 운영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공개하기 전에 직원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테스트하길 원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CNBC는 "실제로 자사 직원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외부 기관보다 낫다"며 "테스트 그룹으로 직원을 활용할수록 더 짧은 시간에 시장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애플과 아마존은 직원의 건강 관리 비용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하는 동시에 미래에 선보일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자체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