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후 용돈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PC 구매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녹록지 않다. CPU를 비롯한 일부 필수 부품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껑충 뛰면서 PC 구매 및 업그레이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PC가 조립PC이고, 몇 가지 조건만 맞는다면 ‘오버클럭’으로 좀 더 성능을 높여서 버티는 방법도 있다. 일단 부품 공급 및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오버클럭으로 버텨보는 것이다.

오버클럭을 통해 기존 PC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인텔의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오버클럭을 통해 기존 PC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인텔의 코어 i7-87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오버클럭(overclock)이란 PC 부품의 작동 속도를 임의로 높여서 평소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내게 하는 것이다. 작동속도가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CPU와 그래픽카드, 메모리가 오버클럭의 대상이다.

특히 요즘에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메인보드 및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간편하게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PC 하드웨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도 시도해볼 수 있다.

◇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CPU 오버클럭

가장 오버클럭을 많이 하는 것은 PC의 두뇌라 할 수 있는 CPU다. CPU만 오버클럭해도 PC 전체의 성능이 높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시스템 정보를 통해 CPU의 이름을 확인하는 모습. ‘K’로 끝나는 CPU는 오버클럭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시스템 정보를 통해 CPU의 이름을 확인하는 모습. ‘K’로 끝나는 CPU는 오버클럭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인텔 CPU의 경우 모델명 끝에 ‘K’자가 붙어있으면 정식으로 오버클럭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예시:인텔 코어 i5-2500K, i7-7700K 등) ‘K’자가 붙지 않는 일반 프로세서도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지만 좀 더 복잡하다.

CPU 오버클럭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PC가 켜질 때 ‘F2’나 ‘Del’ 키를 눌러 들어가는 BIOS 설정에서 하는 방법과 메인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한 방법이다. 제조사마다 BIOS 설정 방법 및 전용 프로그램 사용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원리 자체는 비슷하다.

일부 메인보드는 윈도 상에서 직접 오버클럭 설정이 가능한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 최용석 기자
일부 메인보드는 윈도 상에서 직접 오버클럭 설정이 가능한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 최용석 기자
인텔 K시리즈 프로세서의 경우 ‘배수(Ratio)’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다. CPU의 작동속도는 ‘배수 x BCLK(Base Clock, 기본클럭)’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배수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작동속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배수가 고정되어 바꿀 수 없는 일반 프로세서는 배수 대신 BCLK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오버클럭을 하게 된다. 다만, CPU에만 영향을 끼치는 배수 조절과는 달리, BCLK를 높이는 방법은 PC의 다른 부품의 작동 속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어렵다. 또한, BCLK 오버클럭을 시도하려면 메인보드에서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일부 메인보드는 CPU에 따라 제조사가 미리 설정해둔 오버클럭 설정값을 제공,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도 간편하게 오버클럭을 시도 및 적용할 수 있다.

일부 메인보드는 CPU에 따라 최적의 오버클럭 설정을 미리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 최용석 기자
일부 메인보드는 CPU에 따라 최적의 오버클럭 설정을 미리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 최용석 기자
◇ 생각보다 어려운 메모리 오버클럭

메모리 역시 오버클럭을 적용하면 전체적인 PC의 성능이 향상된다. CPU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PC가 부팅할 때 BIOS 설정에서 메모리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메모리 모듈 역시 오버클럭이 가능하지만 CPU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 최용석 기자
메모리 모듈 역시 오버클럭이 가능하지만 CPU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 최용석 기자
메모리 오버클럭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가지 파라미터 수치를 직접 조절해야 하지만, 초보자는 메모리 주파수(DRAM Frequency)만 높이는 것으로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다. 메인보드에 따라 메모리 주파수를 100㎒ 단위로 선택할 수 있거나, 아예 직접 원하는 주파수 값을 수동으로 넣을 수 있다. 기본값보다 더 높은 값을 넣어주는 것으로 메모리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다만 메모리 오버클럭은 CPU보다 오버클럭 방법이 복잡하고, CPU를 오버클럭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 때문에 초보자라 잘 모르겠다 싶으면 CPU만 오버클럭하고 메모리는 그냥 두는 것도 괜찮다.

일부 메모리 제품은 ‘XMP’ 설정값을 통해 오버클럭을 지원하기도 한다. / 최용석 기자
일부 메모리 제품은 ‘XMP’ 설정값을 통해 오버클럭을 지원하기도 한다. / 최용석 기자
일부 메모리 모듈의 경우 제조사가 작동 속도에 따른 최적 파라미터를 ‘XMP’라는 정보로 미리 저장해둔 경우가 있다. 특히 고성능 튜닝 메모리 제품은 XMP 설정값에 오버클럭용 설정을 저장해둔 경우가 있기 때문에 XMP 설정값을 선택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오버클럭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 게임 성능에 영향 미치는 그래픽카드 오버클럭

CPU와 메모리 오버클럭이 PC의 전체적인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래픽카드의 오버클럭은 주로 게임 성능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요즘 대부분 게임이 3D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그래픽카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의 오버클럭은 게임 성능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 최용석 기자
그래픽카드의 오버클럭은 게임 성능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 최용석 기자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자사 제품의 오버클럭을 위한 전용 유틸리티를 사용하거나, ‘애프터 버터(After Burner)’같은 유명한 범용 유틸리티를 이용해 쉽게 오버클럭을 적용할 수 있다. 윈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만큼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간편하게 오버클럭이 가능해 초보자도 쉽게 시도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 오버클럭을 시도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GPU 작동속도(Frequency), 비디오 메모리 작동속도, 전원(Power)의 3가지다.

조텍 그래픽카드의 오버클럭 지원 프로그램인 ‘파이어스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조텍 그래픽카드의 오버클럭 지원 프로그램인 ‘파이어스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그래픽카드의 GPU는 수백 개에 달하는 작은 코어 여러 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동속도에 매우 민감하다. 처음부터 작동 속도를 과도하게 높이면 오버클럭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값에서 50㎒ 단위로 조금씩 올려보고, 고사양 게임 등을 실행해 테스트를 진행하면 된다.

게임이 중간에 멈추거나 튕김, 블루스크린 발생 등의 문제가 없으면 오버클럭이 성공한 것이다. GPU와 메모리 작동속도를 올릴 때 전원도 조금씩 늘려주면 성공률도 높아진다.

◇ 오버클럭 시 늘어나는 ‘발열’과 ‘전력 소모’는 주의해야

물론 부작용도 있다. 평소보다 작동속도를 높이는 만큼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에서 더 많은 열이 발생하고, 소비전력도 덩달아 늘어난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발열 해소가 제대로 안 되거나 파워서플라이의 전원 공급이 시스템의 수요보다 부족해서 전원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그만큼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오버클럭 적용 후 안정성을 높이려면 더 좋은 냉각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더욱 고출력에 안정성이 높은 파워서플라이를 써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오버클럭 경험이 쌓이면 속도는 높인 채로 소비전력을 낮추는 ‘전압 다이어트’도 시도할 수 있지만, 초보자들이 시도하기에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오버클럭을 시도하고 PC가 불안정해졌다 싶으면 오버클럭을 해제하고 ‘기본값’으로 돌려놓기만 하면 된다. 오버클럭 도중에 PC가 멈추거나 블루스크린 등이 자꾸 뜨더라도 순간적인 오류일 뿐, 하드웨어가 고장 나는 것은 아니니 그 점은 안심해도 된다.

오버클럭을 적용한다고 해서 오래된 구형 PC가 최신 PC 수준으로 성능이 껑충 뛰는 것은 아니다. 본래 오버클럭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더 높은 성능을 얻음으로써 비용 대비 성능을 높이려던 시도에서 시작됐다. 기존 PC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형 PC일수록 오버클럭은 PC를 좀 더 오래 쓰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새로 PC를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싶지만, 요즘처럼 부품 공급 및 가격 불안정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라면 구형 PC의 ‘생명 연장’을 목적으로 시도하는 오버클럭은 해 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