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및 e스포츠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 역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게이밍 가구’ 시장이다.

사람 대 사람이 대결하는 대부분 온라인 게임의 경우 한 번 플레이에 짧게는 십분 안팎에서 길게는 수십 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몇 번만 반복해도 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실제 운동처럼 전신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동안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쉬이 피로하고 지치기 마련이다.

장시간 게임을 즐길 때 바르고 편한 자세를 유지할수록 집중과 몰입으로 인한 피로와 기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즉 업무용 또는 공부용 책상과 의자처럼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장시간 동안 더욱 편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탄생한 것이 ‘게이밍 가구’다.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에서 의자와 책상이 포함된 ‘게이밍 가구’가 주목받고 있다. / 제닉스 제공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에서 의자와 책상이 포함된 ‘게이밍 가구’가 주목받고 있다. / 제닉스 제공
게이밍 가구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의자’다. 대다수 게임이 디스플레이 앞에 앉아서 즐기는 형태인 만큼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품목이기 때문이다. 국내서 본격적인 게이밍 의자 시장을 개척한 것은 기존의 가구 전문 기업이 아니라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였던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이하 제닉스)다.

2015년 게이밍 의자 사업을 시작한 제닉스는 고성능 스포츠카용 의자인 ‘버킷 시트’에서 모티브를 딴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게이머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을 채택한 게이밍 의자 제품군을 선보였다. 게이머는 물론, 색다른 아이템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제닉스의 ‘아레나X’ 시리즈 게이밍 의자. / 제닉스 제공
제닉스의 ‘아레나X’ 시리즈 게이밍 의자. / 제닉스 제공
기존 주변기기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규 게이밍 의자 브랜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파악되는 것으로만 20여 곳이 넘는 브랜드가 게이밍 의자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제닉스가 약 4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브랜드의 점유율도 약 10%대에 이르는 등 브랜드 다변화도 가속되고 있다.

물론, 다나와 자료가 전체 가구 시장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IT 유통이 중심인 다나와가 그만큼 게이머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고려하면 게이밍 의자 시장 자체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제닉스 게이밍 의자 주력 제품군의 가격대가 20만 원대 중후반임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3년간 총 매출은 200억 원에서 300억 원대, 연평균 매출은 약 70억 원에서 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아직 정확한 시장 조사 자료는 없지만, 제닉스의 점유율을 반영하면 국내 연간 게이밍 의자 시장 규모는 약 150억 원에서 200억 원 규모로 추산할 수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무용 및 학업용 의자 시장 규모는 연간 약 8000억원∼1조 원 수준이다. 이해 비해 게이밍 의자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3년 만에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으로도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반 사무용 및 공부용 의자가 주력인 기존 S모 브랜드의 경우 게이밍 의자 시장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기업과 손잡고 10만원대 게이밍 의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에 한정됐던 게이밍용품이 책상, 의자 등 가구로까지 확대되면서 게이밍 의자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게 11번가 측의 설명이다.

제닉스의 ‘아레나 데스크’ 게이밍 책상. / 제닉스 제공
제닉스의 ‘아레나 데스크’ 게이밍 책상. / 제닉스 제공
게이머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게이밍 의자에 관심을 두는 것도 고무적이다. 제닉스 관계자에 따르면 게이머가 아니라 회사 임원용 의자나 서재용 안락의자 대용으로 30만~40만 원대의 고급형 게이밍 의자 판매량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밍 의자가 기존의 가구 시장에서도 통하는 셈이다.

의자뿐 아니라 ‘책상’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제닉스가 2017년 첫 선을 보인 ‘아레나 데스크’ 게이밍 책상은 출시 이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꾸준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사무용 및 공부용 책상에 비해 구조는 단순하지만 튼튼하고 견고해 격렬한 게임 플레이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가구의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한 ‘게이밍 주변기기’의 영역이 앞으로 어디까지 더욱 확대될 것인지 기대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