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⑭권력욕으로 친동생 죽인 형의 이야기 담은 '노래하는 뼈'

김형원 기자
입력 2018.10.06 06:00
1812년 출간된 ‘그림동화’ 초판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 ‘노래하는 뼈(Der singende Knochen)’는 권력에 눈이 먼 형이 자신의 친동생을 죽여 부를 차지했다가 영적인 힘으로 사건이 들통나 처형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래하는 뼈’ 이야기에는 영적인 힘을 중시하는 ‘아니미즘(animism)’과 종교적 개념인 ‘인과응보’라는 개념이 뒤섞여 있다. 보통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독일 메르헨(Märchen) 민화와 달리, 슬픈 결말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권력에 눈멀어 친동생 살해한 형의 이야기 ‘노래하는 뼈’

옛날 어느 마을에 사람을 위협하는 멧돼지가 있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고심 끝에 멧돼지를 퇴치하는 자를 사위로 받아들이겠다고 백성들에게 알렸다.

이 마을에는 야심에 가득 찬 형과 착한 성품의 동생이 가난한 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다. 형제는 왕에게 자신들이 짐승을 잡겠다고 했고, 왕은 이를 허락했다. 형은 멧돼지가 사는 숲의 서쪽으로부터 멧돼지 사냥에 나섰고, 동생은 동쪽으로 들어가 멧돼지를 수색했다.

숲에 들어간 동생은 우연히 만난 난쟁이로부터 멧돼지를 물리칠 수 있는 ‘검은 창’을 선물로 받았고, 동생은 그 창으로 나라의 골칫덩이였던 짐승무리를 퇴치하는데 성공한다.

노래하는 뼈 관련 일러스트. / 그림빌더 갈무리
멧돼지를 물리친 동생은 기쁨 마음으로 멧돼지를 들고 왕이 있는 성으로 향한다. 성으로 가던 도중 동생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형과 마주친다. 동생의 짐승 퇴치담을 듣고 권력욕이 치솟은 형은 공을 가로채기 위해 친동생을 죽인다. 동생의 시신을 다리 밑에 묻은 형은 멧돼지를 끌고 성으로 가 왕에게 자신이 멧돼지를 잡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의 딸인 공주와 형의 혼인을 승낙한다.

왕자가 된 형은 수년 동안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생활을 만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치기가 다리를 건너던 중 동생의 뼈 조각을 발견한다. 양치기는 다리에서 주은 뼈를 피리로 만들어 불었고, 그 후 갑자기 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당신이 부는 피리는 나의 뼈로 만든 것이다. 나는 형에게 죽임을 당해 묻히고 말았다. 형은 공주와 결혼했다"

뼈로 만든 피리의 노래를 들은 양치기는 그 피리를 들고 곧장 왕에게 향했다. 왕이 보는 앞에서 양치기가 피리를 불자 또다시 같은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피리의 노래를 들은 왕은 신하를 시켜 다리 밑을 파 낼 것을 지시했고, 이후 동생의 시신을 발견한다.

사위의 악행을 알게 된 왕은 그의 몸을 꽁꽁 묶어 산채로 강물에 빠뜨려 죽인다. 왕은 다리 밑에 묻힌 동생의 시신을 거둬들여 제대로 장례식을 치뤄주었다.

한편, 뼈를 비롯해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망자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화는 세계각지에 있다. 독일 민화 중 왕족의 남동생이 누나를 죽여 시신을 묻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림동화 초판에 실린 후 일곱 번의 리뉴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내용이 고스란히 남은 ‘노간주 나무’에도 뼈에서 새로 환생한 소년이 자신을 죽였던 계모를 죽여 응징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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