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몸에 물을 끼얹으면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만화 주인공 ‘란마’는 성전환 소재가 드물고 여체(女体) 표현수위가 관대했던 1980년대 소년의 시선을 사로 잡는데 성공한다.
만화 란마가 단순히 성전환 러브 코미디물에 머물렀다면 결코 10년 가까운 동안 연재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만화 업계는 란마 만화 속에 담긴 풍부한 격투신과 수 많은 캐릭터, 다채로운 이야깃 거리를 담았던 점이 1980년대 명작 만화 대열에 오른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낭익천에 빠진 란마는 찬물을 끼얹으면 여자로, 따뜻한 물을 끼얹으면 다시 남자로 돌아간다. 함께 수행하던 아버지 겐마는 팬더곰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다.
란마의 약혼녀 ‘텐도 아카네’의 비중도 상당하다. 아카네는 부모가 마음대로 정한 약혼 상대 란마가 싫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채로운 사건사고를 겪은 후 란마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진다. 란마 역시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귀엽지 않다고 말하지만 약혼녀 아카네가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몸을 던져 보호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이 만화는 러브코미디 작품이지만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는다.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는 만화의 주요 인물을 란마와 아카네 사이에 사랑 방해꾼으로 등장시켜 위기 요소를 만들고, 만화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1987년 만화잡지 소년선데이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만화 ‘란마½’은 작품 연재가 마무리되던 1996년까지 10년쯤의 시간 동안 총 407편, 단행본으로 38권 분량이 공개됐다. 만화책 단행본은 일본에서만 무려 5300만부 이상 판매됐다.
란마 만화책의 인기는 일본에 머물지 않았다. 란마는 2007년 기준 22개국 19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일본 만화책사에서 ‘노르웨이’와 ‘러시아’어로 번역된 만화 작품은 란마½이 최초라는 것이 현지 만화업계 목소리다.
◇ 란마 세계관을 확장시킨 애니메이션 콘텐츠
1980~1990년대 일본의 인기 만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는 ‘TV 애니메이션’의 역할이 컸다. 란마½ 역시 애니메이션의 존재 덕에 장수했고 세계 22개국에 소개될 수 있었다.
란마 만화를 소재로 한 TV 애니메이션은 1989년 등장했다. 란마 애니메이션은 1980~1990년대 일본 현지에서 평균시청률 9.5%, 최고시청율 15.5%를 기록했다. 란마는 재방송 시청율도 높았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란마 TV 애니메이션은 2000년 평균시청률 8.2%를 차지했다. 이는 당시 평일 오후 프로그램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란마는 1990년대 일명 비디오테잎인 VHS와 레이저디스크(LD)에 담겨 판매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콘텐츠도 별도 제작됐다. 란마 OVA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모두 11개의 이야기로 나뉘어 판매됐다. 2010년에도 ‘악몽! 춘면향’이란 제목으로 란마 OVA 작품이 등장했다. 2010년 작품까지 더하면 란마 OVA는 모두 12개가 된다.
란마 TV 애니메이션 오프닝 엔딩 영상. / 유튜브 제공
2011년 란마½는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TV드라마 작품으로도 제작됐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아카네는 당시 일본 인기 여배우였던 ‘아라가키 유이(新垣 結衣)’가 맡아 주목을 받았다.
란마 TV 애니메이션은 인기 원작 만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만큼 오프닝과 엔딩곡에 당시 인기 아이돌 그룹인 ‘리본’의 ‘리틀 데이트’와 ‘코코(CoCo)’의 ‘이퀄로맨스’, 코코에서 독립해 솔로로 활동했던 여가수 ‘세노 아즈사’의 데뷔곡 ‘이제 울지마(もう泣かないで)’ 등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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