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경기도 판교의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 본사 앞에서는 서울·인천·경기 지역 택시 노사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카카오를 비롯한 카풀 업계는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에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고, 또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되어도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 등에만 진행하겠다는 것이어서 택시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카풀로 인한 각종 범죄 발생 등 부작용은 자격 검증 강화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카풀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각종 규제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도 반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카풀 시장을 둘러싼 인터넷 기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승차 공유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되자, 택시업계는 생존권 침해 및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반발해 왔다. 그 결과 우버코리아, 풀러스 등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도한 업체들은 불법적인 유상운송이라는 이유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대표이사 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거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관련 사업의 확장도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물론 규제개혁의 취지와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해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계속됐고, 2017년경에는 국회, 서울시,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카풀업계, 택시업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카풀 관련 토론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과 불참으로 제대로 된 토론회가 이뤄진 적도 없다. 이번 집회와 같은 물리적인 실력행사와 일방적인 주장만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태도는 너무 실망스럽다. 사실상 현행 법령에 따른 규제와 기술 발전에 따른 새 운송체계의 도입이라는 갈등상황에서 이를 중재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법률 개정의 문제라는 이유로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국회에서 논의될 사항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중재안이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모두의 반대로 무산되자,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모빌리티(mobility)’ 분야에서 기존 산업과 신(新) 산업간의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승차 공유 서비스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더욱 큰 문제에 부딪힐 것은 자명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경우 택시, 버스, 화물자동차 등 운수업계 각 분야에서 대량의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기존 운수업계가 강력히 반발한다면, 또다시 사회적 갈등상태를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전동킥보드 등 소위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도 점차 이용자가 많아지는데, 그에 대한 갈등 상황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책임을 정부에 묻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승차 공유 서비스의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 상황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상호간의 비난과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관련 산업의 발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보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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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