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와 암호화폐 공개(ICO)를 법으로 금지한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암호화폐 전문 인력 충원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10일(현지시각)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인민은행은 시스템 아키텍처, 칩 설계, 블록체인 개발 및 적용, 암호화 및 보안 프로토콜 설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 고용에 나선 상태다.

이외에도 인민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발행을 준비하기 위해 재무 및 경제 전문가 모집 공고를 올렸다. 코인데스크는 "인민은행은 CBDC 발급을 위한 통화 메커니즘 설계와 잠재적 규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 고용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중국 위안화 이미지. / 조선일보DB
중국 위안화 이미지. / 조선일보DB
◆ 중국 인민은행, 블록체인 관련 특허 보유 1위

중국은 민간 영역에서 발생하는 암호화폐 관련 움직임은 철저하게 막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플랫폼을 테스트하는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연구에 적극적이다. 또한, 인민은행은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민은행은 내부에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암호화폐의 핵심 기능을 결합한 디지털 통화를 만들 수 있는지,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암호화폐를 도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국가 주도의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IT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IPR데일리와 인코펫 혁신지수연구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 블록체인 기업 특허 순위'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인민은행 아래에 있는 디지털 화폐 연구소만 2017년 한 해동안 33개(세계 3위)의 특허를 출원했다. 여기다 인민은행 산하 프린팅과학기술연구소(8위, 22개)와 인민은행 치예중차오신용카드(18위, 13건) 등을 합하면 인민은행은 총 68개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인민은행이 출원한 특허 중에는 중앙은행이나 승인을 받은 중앙 기관에서 발급한 디지털 통화를 디지털 지갑에 보관하는 방법 등이 담겼다.

또한, 인민은행은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주요 은행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플랫폼을 서비스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중국 정부 포털 갈무리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중국 정부 포털 갈무리
해당 플랫폼은 블록체인의 기반인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다. 이를 이용해 은행이 정보를 관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서로 다른 은행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한다.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중소 규모 은행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핑안은행에 따르면 무역금융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하면 거래 비용을 기존 7~8%에서 6%로 줄일 수 있다. 플랫폼 개발에는 인민은행 외에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공상은행, 핑안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주요 은행이 참여했다.

◆ 인민은행 대변지 사설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만들어야"

여기다 인민은행 내부에서 위안화에 연동한 이른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기존 통화와 연동되거나 금 등의 상품으로 증명돼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암호화폐)’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인민은행을 대변하는 CN파이낸스(CN Finance)는 지난 9일 인민은행 연구원과 중국 푸단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기고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간략한 분석'이라는 기고를 실었다.
이들은 사설을 통해 최근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대부분 미국 달러화와 연동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앞서 미국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은 지난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팍소스(Paxos)에서 내놓은 스테이블 코인인 '제미니 달러(Gemini Dollar)'와 팍소스 '팍소스 스탠다드(Paxos Standard)' 발행을 승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에 도입돼 실물 경제에서 활용성을 증명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국내 기관을 지원해 위안화와 연동한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9월 18일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해 "경제·재정·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불법 ICO 자금 조달 모델에 경고한다"며 "ICO는 불법으로 토큰을 판매하고, 불법으로 유가증권을 판매하는 범죄이자 금융사기로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코인데스크는 "인민은행의 궁극적 목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와 기존의 통화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