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소니·마이크로소프트 등 게임 플랫폼 업체는 ‘독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건다. 경쟁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에서다.

최근 영상·전자책 업계에도 독점 콘텐츠 확보 바람이 분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확보했다는 점을 마케팅 요소로 부각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이용자 확보를 노린다.

◇ 게임 플랫폼을 성공으로 이끄는 독점 콘텐츠 전략

게임 업계에서 독점 콘텐츠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대표적인 회사는 ‘닌텐도’다. 1983년 8비트 게임기 ‘패밀리컴퓨터’(패미컴)을 선보였던 닌텐도는 ‘소프트웨어 중시 정책’으로 타사 우량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양질의 게임 콘텐츠를 발판으로 게임 플랫폼 패미컴을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올려놓게된다.

닌텐도의 콘텐츠 중시 정책으로 성공한 게임기 패미컴. / 위키피디아 제공
닌텐도의 콘텐츠 중시 정책으로 성공한 게임기 패미컴. / 위키피디아 제공
게임 업계 독점 콘텐츠 확보 쟁탈전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7년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 ‘파이널판타지7’이다. 1탄부터 6탄까지 닌텐도 게임 플랫폼 독점작이었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당시 게임 업계 신참이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현재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의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온 것이다.

파이널판타지7의 플랫폼 이동은 당시 게임 업계 1위 닌텐도를 2인자로 추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야후재팬 갈무리
파이널판타지7의 플랫폼 이동은 당시 게임 업계 1위 닌텐도를 2인자로 추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야후재팬 갈무리
대용량 동영상, 3D그래픽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게임 콘텐츠가 최적의 게임기를 선택한 것이지만, 닌텐도 플랫폼의 킬러 콘텐츠였던 파이널판타지의 플랫폼 변경은 닌텐도에서 소니로 게임 플랫폼 사업자 1위 자리가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는 지금도 ‘독점 콘텐츠’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다. 독점 콘텐츠 개발을 위해 게임 플랫폼 운영사가 직접 거액의 게임 개발비를 투자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 독점 콘텐츠 확보에 아낌없이 돈을 퍼붓는 미국 콘텐츠 업계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는 2013년 독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 190개국 1억3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글로벌 인터넷 영화 서비스이자, 대형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9년 자체 인터넷 영화 서비스를 시작할 월트디즈니도 스타워즈 소재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10편 제작에 대형 영화 제작비에 버금가는 1억달러(113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월트디즈니가 자체 영상 플랫폼을 위해 제작 중인 스타워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 /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월트디즈니가 자체 영상 플랫폼을 위해 제작 중인 스타워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 /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현재 독점 콘텐츠에 무섭게 투자하는 기업은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다.

넷플릭스는 2018년 콘텐츠 제작에 80억달러(8조9912억원)를 투자했다. 미국 영화 업계는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에 추가로 40억달러(4조4956억원)를 쏟아부어 총 120억달러(13조4868억원)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넷플릭스는 2018년 비영어권 지역을 겨냥한 80종의 드라마를 포함해 총 700편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디즈니는 최근 21세기 폭스의 TV·영화 부문 인수전에 713억달러(78조3587억원)를 투입해 20세기 폭스의 영화 콘텐츠와 21세기폭스가 가지고 있던 방송콘텐츠 사업을 고스란히 손에 넣었다. 또, 3위 인터넷 영화 서비스 ‘훌루(Hulu)’ 지분 30%도 가져오면서 디즈니가 훌루의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영화 및 콘텐츠 업계는 디즈니가 21세기 폭스 TV·영화 부문 인수로 인해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 모든 장르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와 향후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폭스에서 디즈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합병될 ‘데드풀’. / 20세기 폭스 제공
20세기 폭스에서 디즈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합병될 ‘데드풀’. / 20세기 폭스 제공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는 영화 업계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영화 정보 업체 IMDB에 따르면 디즈니는 2017년 미국 영화 업계에서 21.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워너브러더스가 속한 타임워너 그룹(18.4%)이며 3위는 유니버설(15%), 4위는 폭스(12.9%), 5위는 소니(9.8%)다. 시장 점유율로 이미 1위를 차지한 디즈니가 폭스 인수로 34.7%쯤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영화 업계에서 디즈니와 폭스의 합병 시너지는 새로운 킬러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폭스는 엑스맨·울버린·판타스틱포·데드풀 등 마블 슈퍼 히어로 소재 영화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마블 영화로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월트디즈니와 디즈니 품 안에 안긴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20세기 폭스 인수는 마블 영화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완성과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 전자책 시장에서도 독점 콘텐츠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전자책 시장에서도 독점 콘텐츠 전략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통한다. 시장 리더인 아마존은 전자책 ‘킨들’ 독점 콘텐츠에 로열티를 70%쯤을 제공하는 ‘KDP셀렉트’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통상적으로 출판업계가 작가에게 제공하는 로열티가 10%, 아마존이 일반 콘텐츠에 제공하는 로열티가 35%쯤임을 감안하면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독점 콘텐츠가 전자책 시장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임을 내비치고 있는 사례다.

국내 전자책 업체 리디는 최근 경영전문 매거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을 독점 콘텐츠로 내세워 이용자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리디는 8월에 SF소설 ‘노라’를 독점 콘텐츠로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웹툰 역시 독점 콘텐츠는 플랫폼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용자를 거머쥘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기가 있을 만한 작품에 독점 서비스 기간을 설정하거나 유명 작가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