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프라모델은 신제품이라는 것이 ‘신제품’으로의 의미는 별로 크지 않다. 실제로 1960년대 후반에 나왔던 물건이 지금도 생산 중인 것이 있고 어느 제품이나 ‘절판’되는 물건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사업이나 신제품은 그 사업이 계속될 수 있게 하는 근간이니, 밀리터리 프라모델도 신제품이 관심을 안 끄는 것은 아니다.

덕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신제품은 이전 물건보다 얼마나 더 정교해지고 실물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가가 관심거리가 된다. 실제 항공기나 기갑 차량 중 아직 모형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거의 없지만 가물에 콩 나듯 처음 모형으로 나오는 아이템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18년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출시될 것이라 예고된 밀리터리 프라모델 신제품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 칼럼을 보시는 분들이 프라모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실 때 관심을 가져보시라는 취지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 한국 제조사 신제품

밀리터리 프라모델에서 국내 제조사는 사실상 ‘아카데미과학’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아카데미과학이 생산한 프라모델은 국외 제조된 프라모델과는 달리 그 회사의 장난감 상품과 함께 유통되기 때문에 전문 프라모델 매장뿐만 아니라 마트와 문구점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카데미과학 프라모델은 외국 모형 덕후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지에서 디테일의 고증상 문제가 많다는 ‘지적질’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덕후들의 입장이다. 아카데미과학 프라모델은 조립이 쉽고 구하기 쉬우며 국내에서는 가격도 아주 착한 편이라 모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접하기에는 제일 무난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아카데미의 35분의 1 스케일 ‘AH-1Z 공격 헬리콥터’, 미해병대의 현용 주력 공격 헬리콥터로 헬리콥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아주 반가운 아이템이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아카데미의 35분의 1 스케일 ‘AH-1Z 공격 헬리콥터’, 미해병대의 현용 주력 공격 헬리콥터로 헬리콥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아주 반가운 아이템이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아카데미과학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미 해병대의 공격 헬리콥터인 ‘AH-1Z 바이퍼’다. 35분의 1스케일의 이 헬리콥터 모형은 헬리콥터 마니아에게는 정말로 반가운 물건이 될 것이다.

공격 헬기라면 미 육군의 ‘AH-64 아파치’ 공격 헬기가 유명하지만 미 해병대는 구식이라고 할 수 있는 ‘AH-1 코브라’ 계열의 헬기를 사용해 왔다. 미 해병대에서는 아파치의 도입 대신 코브라 계열 헬기를 업그레이드시켜 사용 중인데, AH-1Z는 AH-1W 슈퍼 코브라의 능력을 대폭 향상한 코브라 헬기의 최종 형태다.

선진형 통합 전자장비를 도입해 외관상으로는 AH-1W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기체의 95%가 사실상 새롭게 개발된 발달형 기체다. 무장은 대전차 미사일 16발과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4발, 그리고 고정 무장인 30㎜ 기관포를 장비하며, 방어면에서는 12.7㎜탄의 직격을 방어할 수 있다.

미해병대에서는 AH-1Z를 11대 도입하고, 보유 중인 AH-1W 163대를 모두 AH-1Z로 개조할 계획이다.

32분의 1 스케일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공군형. 현재 미국에서 적응훈련 중인 한국공군의 기체 마크가 들어있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32분의 1 스케일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공군형. 현재 미국에서 적응훈련 중인 한국공군의 기체 마크가 들어있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그다음 주목할만한 신제품은 한국 공군이 도입할 ‘F-35A’ 전투기 프라모델이다. 아직 한국에 실전 배치되지는 않은 상태로, 한국 군용으로 롤아웃된 기체를 이용해 국내 파일럿이 미국에서 적응 훈련 중이다.

스케일이 32분의 1이기 때문에 길이가 50㎝ 정도 되는 큰 물건이고, 가격도 10만원이 넘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도입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이니, 아주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물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된 것이 없어 덕후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는데, 출시 시기로 볼 때 이탈레리제 제품에 한국 공군의 마크를 넣은 키트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제일 국제적인 취미’라고 불리우는 프라모델인 만큼 다른 회사 제품의 내용물만 수입해 자기 회사의 박스아트와 설명서, 마크를 넣어 재포장 판매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아카데미과학의 신제품 판터 전차. 요즘 중국 메이커에서 서로 판터 키트를 내놓고 물어뜯는 와중에 나오는 키트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아카데미과학의 신제품 판터 전차. 요즘 중국 메이커에서 서로 판터 키트를 내놓고 물어뜯는 와중에 나오는 키트다.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기갑 차량 부분에서는 독일군의 ‘판터 전차’가 눈에 띈다. 판터 전차는 영어로 표범을 뜻하는 ‘Panther’의 독일식 발음인데, 유명한 독일의 타이거(독일식 발음으로는 ‘티이거’) 전차만큼이나 유명한 전차다.

화력·방어력·기동력의 3박자를 균형있게 갖춤으로써 성능적으로는 2차대전 최고의 전차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대 전차의 근간이 된 전차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량도 5000대쯤(독일 전차로서는 엄청난 수량이다)에 그쳐 ‘역사상 최고의 전차’ 자리는 소련의 ‘T-34 전차’(4만대쯤 생산)에 내주고 있다.

판터 전차는 워낙 인기있는 차량이라 세계 각국의 프라모델 메이커에서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최근 중국 메이크들에서 내부 재현을 포함해 초정밀 업그레이드판 판터전차 키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어떤 제품은 부품이 1500개도 넘는 것까지 나왔는데, 초정밀판과는 거리가 있는 아카데미과학 제품이지만 시기적으로는 세계적인 판터 전차 발매경쟁에 뛰어든 모양새가 됐다.

◇ 일본 타미야 신제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프라모델 제조사라고 할 수 있는 ‘타미야(Tamiya)’의 제품은 국내에서는 아카데미과학 다음으로 구하기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외국제 프라모델 중에서는 제일 구하기가 쉽다고 보면 된다.

가격도 과거에는 상당히 비싼 편이고 고급품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중국제 프라모델이 워낙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요즘은 ‘값싸고 품질 좋은 타미야제’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타미야 프라모델은 모든 부품 하나하나가 만들기 쉽게 되어 있고 다른 제조사 상품과 비교해서 만들다 보면 정말 만드는 사람을 배려한 인간적인 제품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 중국제 프라모델처럼 극단적인 디테일은 추구하지 않고 가능한 한 부품 수를 줄이면서 실물을 잘 표현하도록 고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품들(특히 32분의 1 스케일의 비행기)은 50년 이상 프라모델을 만든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 예술품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타미야의 신발매 아이템 M551 셰리단 베트남전 타입. 수송기에서 공중투하할 수 있도록 만든 독특한 전차로 플라모델 매니아 사이에는 인기가 높다. / 타미야 제공
타미야의 신발매 아이템 M551 셰리단 베트남전 타입. 수송기에서 공중투하할 수 있도록 만든 독특한 전차로 플라모델 매니아 사이에는 인기가 높다. / 타미야 제공
타미야 겨울 신상품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타미야 MM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인 ‘M551 셰리단’ 전차다. ‘MM시리즈’는 타미야의 35분의 1 스케일 밀리터리 지상 장비의 라인업을 뜻하는 것이다. MM은 ‘Military Minitures’의 약자이지만 MM이라고 하면 바로 타미야를 연상시킬 정도로 유명한 시리즈다.

M551 셰리단 전차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짧고 굵은 주포를 가진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셰리단은 1960년대에 미군이 공수부대용으로 낙하산 투하가 가능하도록 만든 전차로서, 일반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152㎜ 건 런처를 장비했다.

차체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무게를 15.2t으로 줄일 수 있었다. 공수부대 전차로 개발되었지만 실전투입은 베트남전에서 이루어졌는데, 막상 실전에 투입해 보니 알루미늄 차체의 방어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152㎜ 건 런처도 문제점이 많아 스타일을 구겼다.

총 생산 수는 1662대로 1991년 걸프 전쟁에서도 모습을 나타냈으며, 1996년까지 사용되다가 퇴역 처리됐다. 비록 실물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독특한 모습과 독특한 용도로 프라모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은 전차라고 할 수 있다.

48분의 1스케일 스피트파이어 프라모델. / 타미야 제공
48분의 1스케일 스피트파이어 프라모델. / 타미야 제공
그 다음으로 주목할 신제품으로는 48분의 1 스케일의 ‘스피트파이어 Mk.I’ 전투기가 있다. 사실 예전에 키트로 나온 아이템 중 고증이나 디테일에 문제가 있는 아이템을 더 정밀한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해 새로 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의 스피트파이어는 좀 의외였다.

타미야에서는 이미 상당히 괜찮은 품질의 스피트파이어 키트 라인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 나온 신제품은 기존 라인업의 스피트파이어 키트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만들어진 업그레이드판이다.

타미야의 신제품 스피트파이어의 조종석 부분 사진. 48분의 1 스케일로는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하지만 만들기도 아주 쉽게 되어 있다. / 타미야 제공
타미야의 신제품 스피트파이어의 조종석 부분 사진. 48분의 1 스케일로는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하지만 만들기도 아주 쉽게 되어 있다. / 타미야 제공
스피트파이어는 독일군과 벌인 건곤일척의 항공 결전인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영국을 구한 너무나도
유명한 전투기이고, ‘가장 아름다운 전투기’라고도 불리운다. 각 형식들을 합해 2만2000대나 생산돼 영국군과 영연방군, 그리고 대전 중반까지는 일부 미군들도 이 전투기를 사용했다.

스피트파이어 전투기 프라모델은 아마도 영화 ‘덩케르크’나 지금 제작 중이라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국 본토 항공전 영화를 겨냥한 제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덩케르크에 나오는 스피트파이어의 한장면. 현재 제작 중이라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국본토항공전 영화도 있어 스피트파이어 키트의 판매가 기대된다. / 유튜브 갈무리
영화 덩케르크에 나오는 스피트파이어의 한장면. 현재 제작 중이라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국본토항공전 영화도 있어 스피트파이어 키트의 판매가 기대된다. / 유튜브 갈무리
그다음으로는 ‘M3A1’ 스카웃 카인데, 이 차량은 유명한 미군의 패튼 장군이 북아프리카에서 애용한 차량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군에서는 이 차량의 후반부 바퀴를 궤도로 대체한 반궤도차를 도입함에 따라 1943년 중반 제식 장비에서 제외하고, 생산 차량들을 모두 영국이나 소련에 무상 공여했다.

M3A1 스카웃 카. 원래 미군 차량이지만 1943년 이후 미국의 모든 생산차량을 소련과 영국에 무상 공여한 차량이다. 키트도 소련군 타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 타미야 제공
M3A1 스카웃 카. 원래 미군 차량이지만 1943년 이후 미국의 모든 생산차량을 소련과 영국에 무상 공여한 차량이다. 키트도 소련군 타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 타미야 제공
키트 또한 미군 차량임에도 소련군 장비의 마크 및 소련군 피규어를 넣어 출시될 예정이다. 실제로 대전 후반기 사진들을 보면 소련군이 미국으로부터 무상 공여받은 M3A1 스카웃 카를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중국 제조사의 밀리터리 신제품

아카데미과학과 타미야 이외의 메이커 제품들은 수입됐을 때에 빨리 사지 않으면 입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재고가 남지 않도록 수입상이 소량만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의 정보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가을·겨울 신제품들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독일군의 ‘16t 크레인’ 장비다. 이 아이템이야말로 완전 덕후가 아니면 거의 관심도 없는 초 마이너 아이템이다.

어뮤징 하비의 16t 크레인 키트. 이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 디오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내부가 재현된 페르디난트 자주포를 함께 넣어준다고 한다. / 어뮤징하비 갈무리
어뮤징 하비의 16t 크레인 키트. 이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 디오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내부가 재현된 페르디난트 자주포를 함께 넣어준다고 한다. / 어뮤징하비 갈무리
아마도 요즘 쏟아져 나오는 내부 재현 키트의 디오라마를 생각해서 포탑을 들어 올리는 디오라마를 만들라는 뜻인 것 같은데, 우선 중국 메이커인 타콤(Takom)에서 16t 크레인의 출시를 발표했다.

사실 요즘 중국 업체들이 같은 아이템을 출시해 서로 물어뜯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타콤에서 나오는 크레인을 견제하기 위해 어뮤징 하비(Amusing Hobby)라는 곳에서 같은 아이템에 내부재현 자주포 키트까지 넣어 출시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어뮤징 하비와 같은 아이템인 타콤의 16t 크레인 키트. 역시 내부 재현된 판터 전차를 함께 넣어 디오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타콤 갈무리
어뮤징 하비와 같은 아이템인 타콤의 16t 크레인 키트. 역시 내부 재현된 판터 전차를 함께 넣어 디오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타콤 갈무리
이어 타콤에서도 지지 않고 16t 크레인 키트에 자사의 내부 재현 판터 키트를 넣어준다는 발표를 하게 되는데, 아무리 봐도 많이 팔릴 아이템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 역시 중국제인 라이필드 모델(Rye Field Model)에서도 타미야와 같은 아이템인 ‘M551 셰리단’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타미야제가 베트남전 사양인데 비해 이 키트는 걸프전쟁 타입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