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PC 기반 온라인 게임 시장이 확대된 가운데, 최신 게임들은 더욱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콘텐츠로 요구사양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코어가 2개 더 늘어나 성능이 더욱 향상된 ‘9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을 19일 정식으로 출시하며 어느 때 보다 PC 시장의 업그레이드 및 신규 구매 수요는 높아진 상황이다.
더군다나 인기 PC 부품들이 유난히 비싼 가격으로 인해 그나마 관심 있는 소비자들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고 물량도 넉넉한 ‘해외 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텔의 9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이다. 19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인텔 9세대 프로세서는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9900K’가 23일 현재 80만원~9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초기 국내 공급 물량이 매우 적어서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다. 좀 더 넉넉하게 공급된 하위 모델 ‘코어 i7-9700K’와 ‘코어 i5-9600K’도 각각 55만원대, 33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후 초기 물량이 매진되면서 2차 물량부터는 529달러(부가세 포함 약 67만원)로 판매됐지만, 이 가격으로 구매한 이들도 상당수다. 초기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 분명한 국내 판매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학습’을 마친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행보다. 아무리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이 사후 지원과 서비스에 강점이 있어도 동일한 제품이 1만원~2만원 정도의 아닌 10만원 이상 가격 격차가 발생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내에서 사는 것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인텔 CPU의 공급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 제품군이 대표적인 예다. AMD의 2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제품들은 한때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보다 저렴해지면서 되려 해외에서 국내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역직구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AMD의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인텔 CPU뿐 아니라 대부분 PC 부품들이 해외보다 국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제품 제조사들도 가격을 잡기가 어렵다. 완제품과 달리 PC 부품은 직접 제품을 수입하는 유통사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제조사들도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유통 시장을 믿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사후 지원과 빠른 배송의 장점까지 포기하면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은품 증정, 끼워팔기, 후기 이벤트 등의 조삼모사식 마케팅도 갈수록 힘을 못 쓰고 있다. 이제 똑똑해진 소비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조건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