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공개(ICO) 규제 공백을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ICO는 90%가 사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흙수저(서민) 울리는 스캠 백태를 정리하고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9월 4일 위즈블 기자간담회. 이날 이 회사는 "국산 5세대 블록체인을 자처하는 메인넷 ‘BRTE(블록체인 리얼타임 에코시스템)’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BRTE는 초당 10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6TPS, 이더리움이 15~20TPS 수준이다. 또 전 세계에서 이용되는 비자카드가 2만4000 TPS다. 위즈블은 비자카드의 50배에 달하는 100만 TPS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즈블 측은 "신뢰 가능한 노드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블록 크기를 8메가바이트(MB)로 늘려 100만TPS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기사를 쓴 이후다. 기술적으로 100만TPS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며 ‘스캠’이 의심스럽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자체 블록체인 기술 검증도 부족하고 팀원 구성도 불투명하다는 제보였다.

특히, 한 제보자는 "대표이사가 사기 전과가 있으며 2017년 2월 가석방 출소된 상태"라면서 "위즈블은 지난 3월 필리핀에서 다단계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모아 시작한 사업이라 스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위즈블 홍보 담당자에게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했으나 그는 즉답을 피했다. 이후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보자 주장처럼 위즈블을 ‘스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위즈블의 대응방식은 업계 의심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부착된 암호화폐 사기 주의 안내. / 유진상 기자
서울 시내 한 건물에 부착된 암호화폐 사기 주의 안내. / 유진상 기자
ICO 스캠(사기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ICO 시장에 돈이 몰리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 실체없는 기술을 그럴듯 하게 포장해 모집한 거금을 빼돌리는가 하면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권유하는 다단계 사기 수법이 판친다. 투자자는 누가 진짜고 누가 사기인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이다.

모던테크(Modern Tech)라는 베트남 회사는 유명인을 위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개설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광고 네트워크, 투자 포털, 피어투피어(P2P)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최대 40%의 월간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유혹했다. 그 결과 3만2000명이 6000만달러(682억원)를 이들에게 투자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몰래 도망쳤다. 암호화폐 먹튀 사기(exit scams) 규모로는 역대 최대급이다.

지난 9월 국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업체 써미츠 공동 대표들도 갑자기 사라진 사례다. 두 사람은 실체없는 ‘삼성 코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2017년 10월부터 약 4개월간 삼성 기술력이 투입된 암호화폐 삼성코인을 출시하겠다며 1300여명으로부터 210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스캠 사례는 보물섬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는 했던 신일그룹이다. 이 회사는 보물선에 실려 있다는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CG)’이라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가치가 150조원에 달한다며 부풀려 홍보했다. 경찰은 피해자 2600여명이 총 9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유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 등 8명을 입건하고 21명을 출국금지시켰다.

최근 블록체인 도시를 표방한 제주도의 시의회는 스캠성 암호화폐 투자 권유가 잇따르고 있다며 투자자 주의를 권고하고 나섰다. 고수익·원금보장·인센티브 제공·다단계 등 전형적인 스캠 비즈니스들이 속속 보고됐기 때문이다. 아직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아 수사선상에 있는 사례는 없다. 하지만, 제주시 의회는 스캠 비즈니스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 전부터 스캠 주의보 내려져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수억원을 모금할 수 있고, 경험 많은 투자자조차 과대광고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악의적인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