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첫 상용화에 활용되는 ‘5G-LTE 복합 표준(NSA)’ 장비가 앞으로 나올 ‘5G 단독표준(SA)’ 장비로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3사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먼저 쥐기 위해 노력 중이고,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5G 장비 납품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는 등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NSA 방식으로 구축되는 초기 5G 망은 자칫 SA 방식 도입 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만 날리는 셈이다. 한국의 5G 조기 상용화를 진두지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NSA와 SA 호환 불가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2일 통신 장비업체 고위 관계자는 "NSA와 SA가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통신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라며 "NSA는 5G에서 요구하는 ‘지연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등 서비스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통3사는 SA대신 NSA 방식으로 우선 5G 망을 구축하고, 12월 1일 5G 상용화에 나선다. 이미 구축한 NSA 장비는 향후 5G 네트워크만을 쓰는 SA 방식으로 업드레이드 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업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이통사는 헛돈을 들여 NSA 장비로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셈이 된다. 세계 최초 5G 타이틀에 집착한 과기정통부의 성과주의 때문에 이통사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텔레콤은 9월 14일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10월 24일에는 삼성전자 5G 교환기와 노키아·에릭슨 5G 기지국을 연동해 데이터 송수신 모든 과정을 상용 환경에 맞춰 검증하는 ‘퍼스트콜’을 완료하는 등 5G NSA 품질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대비 한발 앞서나간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웃지만은 못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초기 구축한 5G용 NSA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5G NSA 장비를 SA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장비업체에 요청을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향후 가능할 수 있다는 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재로선 어려운 것이 맞다"고 말했다.
NSA 장비는 5G 상용화 초기 사용된 후 다가올 SA 시대에는 이통사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NSA와 SA로 구축한 2개의 망을 각각 운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려면 결국 NSA로 구축한 망을 걷어내고 SA에 올인해야 할 수 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초기 출시되는 5G 스마트폰은 NSA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라며 "향후 SA와 호환 문제가 생길 경우 이통사가 NSA를 계속 유지해야 해 운용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1일 5G 상용화를 위해 NSA 장비로 5G 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KT와 LG유플러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이통업계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10월 중 각 사업자에 NSA 장비 구매주문(PO)을 마쳤을 것으로 본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5G 상용화 일정에 맞추기 위해 NSA 장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SA로 업그레이드가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통사간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이통업계에서는 NSA 장비 구축을 최소화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갖겠다는 과기정통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지만, 실질적인 5G 투자는 SA 방식 스마트폰이 나오는 2019년 하반기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를 보인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공공연하게 "제가 2019년 3월로 5G 상용화 날짜를 못 박았기 때문에 기업도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라고 공치사 했다. 하지만 이통사는 유 장관의 압박에 리스크 높은 NSA 관련 투자를 해야할 형편에 놓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5G 상용화 과정에서 NSA 장비 구축은 배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이통사는 한국과 달리 SA 표준을 지원하는 장비가 나올 2019년 9월 이후 5G 망 구축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SA 표준만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정성만 염두에 두고 SA 표준 스펙을 기다리다 5G 상용화가 늦어지면 오히려 왜 아직도 LTE에 머물러 있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NSA에서 SA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할지, 장비를 전면 교체해야 할지 여부는 SA 표준 스펙 확정 후 알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더라도 기술 진화 가능성을 고려해 NSA 방식 선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5G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는 LTE 가입자가 대부분이고, SA로 가더라도 LTE 망과 연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언젠가는 NSA 장비도 소프트웨어적으로 SA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데, 거기에 맞춰 전략적으로 기술 진화에 나서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