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㊹미래 아닌 현실세계에 로봇 등장시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김형원 기자
입력 2018.11.03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8년, 먼 미래도 근미래도 아닌 현실 세상에 로봇을 등장시켜 주목받은 만화 중 하나는 만화가 유우키 마사미가 그린 ‘기동경찰 패트레이버(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다.

만화 ‘패트레이버’ 2권 표지. / 아마존재팬 갈무리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애니메이션·소설·게임 등 1980년대 작품 치고는 드문 미디어믹스의 선구자적인 작품이다. 극장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만든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던 패트레이버 TV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패트레이버란 만화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패트레이버는 1988년의 10년 뒤인 1998년에서 2000년 초반의 일본 도쿄를 무대로 삼았다.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하는 로봇 ‘레이버’는 인간이 탑승해 건설과 중공업 등에 투입된다. 인류가 혜택을 보는 것으로 보이지만, 레이버로 인한 범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경찰(일본 경시청)은 ‘패트레이버’라 불리는 경찰용 로봇을 도입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패트레이버의 주인공은 ‘이즈미 노아’란 이름의 여성 파일럿이다. 1980~1990년대 만화에 등장하는 여 주인공은 대부분 미소녀지만, 패트레이버의 노아는 미소녀와 관련이 없다. 단지 로봇을 동경해 파일럿이 된 키 작은 아가씨에 불과하다.

패트레이버는 로봇 보다 ‘인간’을 중심에 둔 만큼 주인공과 주변 인물인 ‘특차2과 제2소대’ 대원들, 이들을 이끄는 2소대장 코토우, 1소대장 나구모의 이야기가 크게 다뤄진다. 1950년대 ‘철인28호’, ‘철완아톰’ 등은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며 로봇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을 갖췄지만, 페트레이버는 기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패트레이버 주요 제작진은 ‘헤드기어’로 불리는 당시 인기 창작자 다섯 명이다.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원안(原案)은 ‘철완버디’, ‘궁극초인 알’을 만들었던 만화가 ‘유우키 마사미’가, 애니메이션 제작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캐릭터 디자인은 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의천사 크리미마미’를 만들었던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가, 각본은 애니메이션 ‘사이보그009’와 ‘더티페어’, ‘메존일각’등 다수의 히트작을 완성시켰던 ‘이토우 카즈노리(伊藤和典)’가 맡았다.

헤드기어 다섯 명이 만들어낸 패트레이버 애니메이션은 비디오테이프와 레이저디스크(LD)에 담겨 판매됐던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시리즈로만 40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등 당시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한장면. / 프로덕션IG 제공
패트레이버는 OVA가 먼저 제작되고 이후 TV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첫 작품이다. 1970~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 시장은 TV 애니메이션이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면 이후에 OVA로 제작해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기존 업계 흐름과는 반대로 OVA가 먼저 제작돼 인기를 얻자 이후 TV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 ‘리얼로봇’으로써 패트레이버

슈퍼로봇의 반대 개념인 ‘리얼로봇’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기계 구조와 에너지를 사용하는 로봇을 뜻한다. 대표적인 리얼로봇으로는 ‘보톰즈’와 ‘건담’ 등이 있다.

패트레이버에 등장하는 주역 로봇 ‘AV98 잉그람’은 극중 기업인 시노하라중공업이 만든 이족보행 로봇이다. 파일럿은 로봇의 가슴부분에 있는 해치를 열고 들어가 각종 모니터를 보면서 스틱과 페달을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인간의 조작 미스를 운영체제(OS)가 보정한다. ‘현재’라는 설정에 맞게 사실적인 메카닉 설정 등 마치 공장에서 생산한 로봇이란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한장면. / 야후재팬 갈무리
패트레이버가 사실적인 로봇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니메이션 제작 자금줄인 ‘스폰서’에 있다.

1970년대 마징가Z를 비롯해 대부분의 로봇 애니메이션은 스폰서가 장난감 회사였기 때문에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는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로봇 만이 TV화면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패트레이버의 스폰서는 장난감 회사가 아닌 ‘후지필름’이었기 때문에 1970~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문제였던 장난감 전문 기업의 입맛에 맞는 로봇을 디자인할 필요가 애초부터 없었다.

시노하라중공업의 98식 AV(Advanced Vehicle) 패트레이버는 일본의 경찰 소속 로봇이라는 설정대로 하얀색과 검은색만 사용됐다. 슈퍼로봇 삼원색으로 분류되는 빨간색과 파란색은 찾아볼 수 없다.

◇ 부활 신호탄 쏘아올린 패트레이버

만화와 함께 1988년 OVA로 제작됐던 패트레이버는 이후 1989년 한 편의 극장판과 47편에 달하는 TV 애니메이션이 공개됐다.

1990년에는 총 16편으로 구성된 새로운 OVA가 제작됐고, 1993년에는 패트레이버 두 번째 극장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1993년 이후 패트레이버는 활기를 잃는다. 2002년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란 이름의 극장 애니메이션이 공개됐지만, 패트레이버와 특차2과 부대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실사 영화 ‘패트레이버’ 포스터 이미지. / 야후재팬 갈무리
2014년 패트레이버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 손에 의해 ‘실사 영화’로 제작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22억엔(21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7개의 단편과 한 편의 장편 영화가 만들어졌다.

오시이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실제 크기 패트레이버 로봇 두 대를 제작해 로봇 마니아의 시선을 끌었다. 만들어진 로봇은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탑승만 가능했기 때문에, 패트레이버가 활약하는 액션 장면은 3D 그래픽으로 그려졌다.

영화 흥행은 실패했다. 일본 영화 업계에 따르면 실사 영화 패트레이버 수도결전은 제작비에 한참 못미치는 1억9300만엔(12억2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2017년 발표된 패트레이버 EZY. / 트위터 갈무리
영화 실패 후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패트레이버는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패트레이버 EZY’라는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됐다.

패트레이버 EZY는 콘텐츠 전문 기업 젠코 대표이자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인 ‘마사키 타로우(真木太郎)’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새로 탄생될 패트레이버 애니메이션이 과거의 ‘리부트’ 작품일지, 패트레이버의 이름을 빌린 새로운 작품이 될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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