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언론의 광고 의존적 사업모델을 비판하며 블록체인 기술로 저널리즘의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고 공언한 시빌미디어가 암호화폐 공개(ICO) 단계에서 실패를 맛봤다. ICO 목표치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 모금됐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빌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10월 마감한 결과 그들의 암호화폐 CVL은 140만달러(15억7000만원)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시빌미디어는 600만달러(67억원)를 판매목표로 잡았다.

특히 판매액 140만달러 가운데 80%는 기존 투자자인 블록체인 스타트업 '컨센시스'가 산 것이다. 결국 일반인 소액 투자자는 3000명도 안 된 셈이다.

NYT는 시빌미디어 ICO 실패 원인을 "CVL이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는 금과 같은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주변의 권유나 호기심에 구매할 여지가 높다. 즉, 불특정 다수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사용자 참여를 전제로 탄생한 CVL은 타깃 자체가 명확하다. 암호화폐를 잘 알고, 기존 언론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이념을 가진 사람만이 주 고객층이 된다.

여기에 시빌미디어는 이번 ICO에서 보안 강화 등을 위해 40단계가 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 같은 절차가 ICO에 참여하려는 이들에게 벽을 만든 셈이다.

시빌은 컨센시스에게 추가로 350만달러(39억원)를 투자받아 ICO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또 이번 ICO에서 토큰을 구매한 사람들이 원할 경우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한편 시빌 미디어는 2018년 초 미디어 플랫폼이자 네트워크 개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언론인과 시민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시빌은 현재 콜로라도 선, 블록클럽 시카고, 더 리버 등 주로 지역뉴스 사업자 중심의 18개 독립 뉴스룸을 운영 중이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뉴스통신사인 AP 및 경제전문지 포천 등과 '기사 제휴' 및 '블록체인 기반 기술 공동활용'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