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신형 아발론을 내놨다. 물론 이전에도 도요타는 아발론을 한국에 판매(2013년 10월)했으나, 관심은 크게 높지 않았다. V6 3.6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탓에 효율 면에서 부각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 소비자의 성향이 성능보다는 효율 위주로 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발론이 국내 무대를 밟은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반십년 동안 국내 자동차 소비 시장의 변화는 꽤 컸다. 디젤의 추락이 그 중 하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촉발된 디젤 비선호 흐름은, 미세먼지를 타고 널리 퍼졌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클린디젤(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에 친환경 혜택을 부여하던 제도)’ 정책을 폐기했다.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그 사이 하이브리드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내연기관(보통은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기존 고배기량 엔진이 내던 힘을 엔진과 전기모터가 나눠 내는 특성을 지녔다. 전기모터가 활동하는 만큼 기름을 덜 소모하기 때문에 효율은 높아지고, 배출가스량은 줄어든다. 성능과 효율의 양립, 여기에 친환경성까지 보유한 셈이다.

이미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장점을 인정하는 추세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이브리드를 보유한 제품 내에서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그랜저의 경우 지난해까지 약 11%였던 하이브리드는 올해 20%를 넘겼다. 두배 성장한 것이다.

이런 시장 특성을 감안해 도요타는 아발론의 판매제품을 ‘하이브리드’로 한정했다. 이제 하이브리드만 갖춰도 소비자가 충분히 납득한다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현재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주력 세단 ES를 하이브리드만 판매한다. 앞으로 이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이미 ‘단독 내연기관의 퇴출’을 선언했다.

새 아발론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 e-CVT(전기동력계용 무단변속기)의 조합이다. 기본적으로 캠리와 동일한 구조의 시스템이지만, 출력은 오히려 7마력 늘어난 218마력이다. 가격 역시 구형이 48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약간 내린 4660만원으로 정해졌다. 캠리 하이브리드와의 가격 차이는 약 500만원이다.

디자인은 기계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테크니컬 뷰티(Technical Beauty)’ 콘셉트를 적용했다. 요소요소가 꽤나 강조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간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일본차의 디자인은 온데간데 없다. 화려하고, 공격적이다.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단 눈길을 끈다는 점에서 디자인 변화는 성공적이다. 그만큼 도로 위 존재감이 확실하다.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도요타의 새로운 플랫폼 ‘TGNA(Toyota Global New Architecture)’가 맡았다. 저중심 설계를 기반으로 무게를 가볍게 했다. 또 실내공간에도 장점이 있다. 구조용 접착제 사용비중 증가와 레이저 스크류 용접 공법으로 강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쉽게 말해 새 플랫폼 적용으로 이전보다 차체 크기는 커지고, 성능은 좋아졌으며, 더 안전해졌다.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실제 캠리와 아발론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아발론의 실내공간은 캠리의 그것을 능가한다.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공간성이다. 앞좌석의 넉넉함은 물론이고, 뒷좌석에 앉아도 머리와 무릎에 거슬리는 구석이 하나 없다. 시트의 착좌감은 장거리 운전에도 알맞고, 편안하게 탑승자의 몸을 감싼다.

대중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고급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늘 ‘보다 좋은 차’를 지향하는 도요타의 관점에서 아발론의 제품력은 상당한 편이다. 운전도 쉽고, 움직임이 모나지 않았다. 매우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가볍게 움직인다. 덩치가 큰 세단이 곡선에서 돌아나가는 느낌이 경쾌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발론은 그걸 해낸다. 감각적인 하체 감성에 편안함을 담은 서스펜션의 강성도 도요타의 차 만들기 노하우를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매끈하다. 하이브리드의 초기에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런 이질감이 적다. 변화없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동력계처럼 성능 교환이 자유롭다. 운전자가 지금 엔진의 힘을 사용하는 건지, 아님 전기모터가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재빠르게 서로 동력을 엇갈리며 속도를 내리고, 줄인다.

이 과정에서 효율이 극대화된다. 실제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표시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6.6㎞/L다. 경쟁차로 꼽히는 국산 준대형 하이브리드에 비해 1인치 큰 타이어(타이어가 클 수록 연비에 악영향을 미친다)를 장착하고도 0.5㎞/L정도 높다. 시승을 끝내고 트립 컴퓨를 확인해보니 표시연비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실연비는 더 좋다는 것이다.

엔진의 진동소음은 최대한 억제됐다. 그러지 않아도 조용하다는 도요타 차인데, 더 가다듬었다. 운전자나 탑승자에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다만 아발론의 다소 부족해 보이는 편의 및 안전장비는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국내 판매 가격을 맞추기 위해 최고사양 트림을 들여오지 않은 탓이다. 일단은 뒷좌석 열선시트가 없다. 또 도요타 세이프티 센스라고 통칭하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는 최근 자동차 시장 경향에 비해 구성이 다소 빈약하다. 대신 도요타는 10개의 에어백 등을 강조한다. 애플 카플레이 등 커넥티드 서비스 구성이 약한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 도요타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가치는 높은 편이다. 충성도가 강한 편인 도요타 소비자에게 캠리의 상위급 차가 하이브리드로 등장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실제 최근 캠리를 구매하러 와서 아발론을 계약하고 가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캠리에서 렉서스 ES로 넘어가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에게 그 사이에서 적절한 지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혜택도 매력적이다. 먼저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개소세&교육세는 차 가격에 반영됨)이 없다. 도심 혼잡 통행료는 100% 면제(지역별로 다름)된다. 여기에 수도권, 인천, 김포, 김해 공항의 공영주차장 이용요금을 50% 할인(지역별로 다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