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제품명을 ‘팰리세이드’로 확정하고, 11월말 사전계약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 싼타페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어떤 차별성을 갖추는지가 중요하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11월 28일(현지시각) 미국 LA오토쇼에서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11월말 국내 사전계약에 들어가고, 12월 중순 이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팰리세이드 디자인이 단초가 되는 현대차 콘셉트카 그랜드마스터. /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 디자인이 단초가 되는 현대차 콘셉트카 그랜드마스터. /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는 과거 제품 가운데, 베라크루즈, 맥스크루즈 등에 이은 플래그십 SUV를 잇는 제품이다. 그러나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한 현대차 SUV 제품군의 이미지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관건은 싼타페 그림자 지우기다. 기본적으로 같은 뼈대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아서다. 현재 싼타페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은 팰리세이드 뿐아니라 기아차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도 사용하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차가 출시를 예정한 미국 전용 대형 SUV다.

게다가 팰리세이드의 구형인 맥스크루즈는 미국에서 싼타페로 판매됐다. 플래그십 SUV를 자처했지만 중형 제품의 크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싼타페로, 미국에서는 ‘싼타페 스포츠’로 판매됐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점이 고려된 셈이다. 다행스럽게 팰리세이드는 처음부터 단독 판매명이다. 이름에서 오는 연관성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 초기 4980㎜에 맞춰졌던 팰리세이드의 전체 길이는 5m 이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체 크기가 큰 편이 플래그십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다만 외관 디자인은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그랜드마스터(HDC-2)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드마스터는 팰리세이드의 디자인 요소를 대거 갖는 콘셉트카로, 싼타페 등에 적용된 컴포지트 헤드램프, 캐스캐이딩 그릴을 디자인 특징으로 한다.

코나에서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현대차 새 SUV 디자인 기조는 제품간 통일성이 핵심이다. 진취적인 디자인으로 멀리서 봐도 현대차 SUV임을 알게 하겠다는 게 회사 의도다. 그러나 차체 크기에서 큰 차이가 없는 싼타페와 팰리세이드는 변별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아류’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팰리세이드 제품명 엠블럼. /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 제품명 엠블럼. / 현대차 제공
이를 타파하기 위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의 후면 디자인을 아주 독특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리어램프다. 평소 리어램프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매끄럽게 만들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미등을 켰을 때 리어램프 자리에서 수많은 작은 빛이 나타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히든 리어램프’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양산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수차례 품평회를 거쳐 전문가 집단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실내 구성도 완전히 색다르다. 내심 카니발이 장악한 미니밴 시장까지 넘본다는 게 현대차 의도다. 운전석인 1열은 물론이고, 2열과 3열 탑승자 공간에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2열 2시트, 3열 2시트로 이뤄진 6인승 모델과 2열 3시트, 3열 2시트로 구성된 7인승 외에 2열 3시트, 3열 3시트인 8인승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편의장비가 충실한 가운데, 1열과 2열 시트의 측면에는 USB 포트가 들어간다. 미니밴에서나 볼 법한 편의장비다.

기존의 기어레버는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버튼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P-R-N-D 모두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운전자가 버튼을 눌러 변속을 명령하면 변속 시스템의 VCU(차량제어기·Vehicle Control Unit)를 통해 주행상태 판단 후 운전자가 요구하는 변속을 최적화한다.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 남는 공간을 수납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고려됐다.

지난 9일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의 제품명을 공개하며 "대형 SUV시장에서는 기본적인 주행성능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팰리세이드는 이 차급이 제공하는 넉넉한 공간에 운전자와 승객 모두 자신만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혁신적인 안전∙편의품목과 간편한 조작성 제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