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봇 산업이 기술력에서 앞서있는 일본과 양으로 밀어부치는 중국 사이에서 고전 중이다. 한국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신송로봇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 로봇. / 신송로봇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신송로봇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 로봇. / 신송로봇 홈페이지 갈무리
◇ 정부지원 등업고 빠르게 크는 중국…반도체·디스플레이 이어 로봇 굴기

산업연구원은 11일 '중국 로봇산업의 혁신성장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로봇산업 규모는 2013∼2018년 연평균 29.7%씩 성장해 2018년 87억4000만달러(9조9636억원) 규모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 로봇을 전략적 육성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 시작했고, 2017년 중국 로봇산업은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로봇 시장으로 도약했다"며 "2020년 시장 규모가 66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시장은 세계 3분의 1쯤 된다. 기술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규모 확대 등 영향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로봇산업에 대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로봇 산업의 기술력을 향상해 세계 로봇 시장을 점령하자"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5년 간 세제·금융지원 등을 담은 로봇산업발전계획(2016~2020)을 발표했다.

최근 구체적인 성과도 나온다.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는 전 세계 262개 업체가 참가해 346개의 로봇 제품을 선보였는데, 중국 기업은 총 124개의 로봇 제품을 출품해 미국(72개)을 제치고 출품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하는 IT 분야는 로봇산업 외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등이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의 굴기에 맞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이 기술력에서 앞서겠다는 초격차 전략을 펴며 성과를 낸다. 하지만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한국 로봇…강소형 로봇전문 기업 육성 필요

한국의 로봇 분야는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로봇 중심이다.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마트 안내 로봇 페퍼. / 이마트 제공
이마트 안내 로봇 페퍼. / 이마트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운대산학협력단이 발표한 ‘2017년 로봇산업 경쟁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경쟁력 분석에서 가격 경쟁력(개인 서비스용 로봇 제외)과 인적 자원 경쟁력에서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

품질 경쟁력은 일본과 유럽(독일)이 모든 분야에서 1, 2위를 차지했으며, 기술 경쟁력은 제조용, 서비스 로봇을 제외하고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위주로 서비스 로봇이 개발이 되다 보니 자본이 취약하며, R&D 투자규모 측면에서 선진국 대비 약세를 보였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도 로보스타, 디에스티로봇, 스맥 등 중소 로봇업체가 선전하고 있다.

최근 LG전자와 두산로보틱스가 적극적으로 로봇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아직은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지주, 한화정밀기계 역시 로봇 개발에 발을 담궜지만 산업용 로봇 위주며, 웨어러블 로봇 등 미래 로봇 분야를 공략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이 가능한 강소형 로봇 전문기업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한국 로봇산업 경쟁력 향상위해 ‘허상’ 쫓지 말고 ‘실리’ 쫓아야

로봇 전문가 사이에서는 로봇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로봇시장 공략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8 로보월드에 참가한 두산로보틱스 부스. / IT조선 DB
2018 로보월드에 참가한 두산로보틱스 부스. / IT조선 DB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인간과 닮은(휴머노이드) 로봇은 먼 미래의 얘기고,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가상의 시장이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진짜 존재하는 시장을 공략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기 등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로봇은 지금 당장 시장이 만들어져 있고,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다"며 "국내 기업들도 수요가 있는 현실적인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제조사가 만든 로봇을 정부나 주요 기관이 사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정책이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국가 기관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대부분 외국 업체가 만든 제품인데, 국내 제조사에게도 납품 기회를 열어 주고 인센티브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기술적으로 따라오기 힘든 전문 서비스 로봇(의료로봇, 국방로봇과 같이 전문가를 보조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