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성장률을 압도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인텔을 꺾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업체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올해 인텔과 격차를 더 벌리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한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당당히 업계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작업자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작업자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15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2018년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기준 상위 15개 업체의 총 매출은 3811억6000만달러(431조9310억원)로 2017년 3233억200만달러(366조3660억원)보다 18% 증가한다.

시장 전반적으로 성장을 주도한 쪽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 업계다. 톱15에 이름을 올린 메모리 업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도시바·WD(샌디스크)다. 이들 업체는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832억5800만달러(94조34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658억8200만달러(74조6640억원)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처음으로 인텔을 꺾고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인텔과의 매출 격차를 지난해 40억달러(4조5330억원)에서 올해 130억달러(14조7330억원)로 벌린다.

SK하이닉스는 톱15 중 가장 높은 41%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순위도 작년보다 한 계단 오른 3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의 2018년 예상 매출은 377억3100만달러(42조7610억원)로, 지난해 3위였던 TSMC를 넘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시장 3위 업체인 마이크론도 지난해 대비 33% 증가한 318억600만달러(36조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2·3위 업체인 도시바와 WD도 올해 각각 16%, 21% 매출이 늘어 순위를 9위에서 8위로, 15위에서 12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톱15 반도체 업체의 2017년 매출 및 2018년 매출 전망. / IC인사이츠 제공
전 세계 톱15 반도체 업체의 2017년 매출 및 2018년 매출 전망. / IC인사이츠 제공
반면, 메모리를 제외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평이한 성적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인텔은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701억5400만달러(79조5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342억900만달러(38조07790억원)로 예상되면서 올해 급부상한 SK하이닉스에 추격을 허용해 4위로 한 계단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업체를 제외하면, 10위 엔비디아가 37%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AI, 블록체인 트렌드에 부합해 최근 고공성장을 기록했으나,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다소 시들해지면서 내년부터는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인피니온도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16%, 14% 늘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날로그 반도체의 강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8% 성장에 그쳤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전성기를 구가하던 통신칩 업체의 부진도 눈에 띈다. 브로드컴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4%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고, 퀄컴은 톱15 중 유일하게 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퀄컴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인수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된 NXP도 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