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등장으로 디지털 화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아닌 각국 중앙은행이 통제하에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강조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조선일보DB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조선일보DB
라가르드 총재는 14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핀테크 페스티벌 연설에서 "현재 유통되는 화폐는 역사적 전환점(historic turning point)에 직면했다"며 "디지털 화폐 발행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으로 현금 수요가 감소하는 등 돈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경제에 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 국가는 최근들어 지폐나 동전 사용 비중이 줄고 있는 추세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급할 경우 지폐를 대체해 저렴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보안은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다만 금융 안전성에 빨간등이 켜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디지털 통화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고 신중하고 창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는 ‘OK’ 암호화폐는 "안심할 수 없다"

라가르드 총재가 주장하는 디지털화폐는 최근 관심이 쏠리는 암호화폐와 다른 개념이다. 그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아닌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 필요성을 더 강조했다. 중앙화된 통제장치가 없는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가 아닌 중앙은행이라는 중앙집중식 관리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암호화폐에 대해선) 기술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신뢰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 캐나다, 스웨덴, 우루과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상업은행에 보관돼 있는 예금은 이미 디지털화돼 있지만, 중앙은행의 보증을 받으면서 현금처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화폐 연구소'를 설립해 암호화폐 핵심 기능을 결합한 디지털화폐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 모집에 나서며, 정부 방침과는 별도로 디지털화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은 인구의 13%만이 현금을 이용할 정도로 현물 화폐에 대한 사용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Riksbank)는 2018년에 'e-크로나'라고 불리는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술이 변하고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