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의 문을 일제히 다시 두드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을 넘보기 시작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용자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시장 반응에 따라서는 고가 단말기 논란과 함께 재점화된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오미 포코폰F1. / 샤오미 제공
샤오미 포코폰F1. / 샤오미 제공
◇ 외산폰의 재공습…가성비에서 특화 제품까지 ‘진격 앞으로'

19일 샤오미 한국 총판 지모비코리아는 샤오미 서브 브랜드 포코폰의 첫 스마트폰인 ‘포코폰F1’을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포코폰F1은 스냅드래곤845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6GB 램, 4000mAh 배터리 등 최신 스마트폰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하드웨어 사양임에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국내 출시가는 42만9000이다.

지모비코리아는 19일 정식 출시에 앞서 14일부터 5일간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포코폰F1의 사전 예약판매를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인 샤오미 스마트폰 중 가장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지모비코리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예약판매 수량은 현재 집계 중이나, 아이폰·갤럭시 시리즈 다음으로 포코폰F1의 사전 예약판매 성적이 좋았다고 이통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며 "앞서 국내에 선보인 홍미노트5도 반응이 좋았으나, 홍미노트5는 가격대와 타깃 시장이 달랐던 만큼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포코폰F1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샤오미 외에도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높은 제품이 국내에 잇달아 상륙하면서 틈새시장을 엿보는 중이다.

화웨이는 10월 KT를 통해 33만원대 ‘비와이폰3’를 내놨다.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 ‘P20’의 보급형 버전인 이 제품은 해외에서 ‘P20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델이다. 비와이폰3는 화웨이가 2016년 래퍼 비와이를 모델로 기용해 내놓은 첫 제품이고, 올해 나온모델은 세 번째로 나온 스마트폰이다.

ZTE도 9월 SK텔레콤을 통해 18만3700원 가격의 ‘블레이드V9 비타'를 출시했다. 2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이다.

노키아8110. / HMD글로벌 제공
노키아8110. / HMD글로벌 제공
중국 업체만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추억의 브랜드 노키아도 10년 만에 국내에 신제품을 내놓는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한 핀란드 스타트업 HMD글로벌이 11월 말 ‘노키아8110’을 국내에 선보인다. 노란 바탕에 길쭉한 슬라이드형 디자인 때문에 일명 ‘바나나폰'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이 모델은 메신저, SNS, 유튜브 등 일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판을 갖춘 피처폰이다. 출고가는 13만9700원으로 책정됐다.

가성비 높은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특화된 시장을 노린 프리미엄 외산폰도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미국의 게이밍 기어 전문 브랜드 레이저는 30일 게임 전용 프리미엄폰 ‘레이저폰2’의 국내 출시 행사를 갖고, CJ헬로모바일을 통해 단독 출시할 예정이다. 레이저폰2의 해외 출시가가 799달러(90만원)임을 고려하면, 국내 출시가는 100만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프리미엄 제품군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 삼성·애플·LG 3자독식 구도 흔들까…자급제폰 활성화 기대

한국은 그동안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해외 브랜드의 안착을 허용치 않았다. 살아남은 해외 브랜드는 오직 애플뿐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견고한 빅3 체제를 형성 중이다.

이러한 구도의 배경을 두고 국내 소비자의 프리미엄폰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가폰이 통신사의 고가 요금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판매점이 비싼 요금재를 결합해 프리미엄폰 판매를 유도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서는 완전자급제를 통해 제조사 간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완전자급제란 단말기 구매와 통신사 가입을 완전히 분리해 제조사끼리는 제품 판매 경쟁을 하고, 이통사끼리는 통신 서비스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자급제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고, 외산폰은 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를 비롯해 자급제폰으로도 속속 출시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급제폰을 늘리는 추세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산폰이 그동안 한국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이유로는 가성비나 AS 문제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지도가 부족해 소비자의 주체적인 선택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고, 정보 획득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자급제폰 트렌드가 외산폰 판매에 미칠 영향을 따지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