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한화 기준 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됐다. 2015년 소프트뱅크가 단행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이후 이뤄진 대규모 투자다.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중 최대 규모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이끄는 공동투자펀드다. 2016년 손 회장이 1000억달러(약 111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펀드로 사우디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최대 출자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쿠팡 제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쿠팡 제공
손 회장이 2016년 비전펀드를 조성할 당시 내건 목표는 인공지능과 핀테크, 로봇 등 유망 미래기술에 전방위적 투자를 통해 IT 분야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손 회장은 ‘5년간 100개의 IT스타트업 인수'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건 바 있다.

실제로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기업 중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약 35조원)이나 미국의 엔비디아(4조4500억원) 등이 포함돼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비전펀드는 위워크에 3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 집행함과 동시에 내년 9월까지 위워크 주식을 주당 100달러 이상에 30억 달러를 매입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외에도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지분 15%를 확보한 것 이외에도, 디디추싱(투자액 약 100억달러), 싱가포르 그랩(투자액 약 30억달러), 인도 올라(2억1000만달러), 브라질 99(1억달러)나 주택매매 플랫폼 오픈도어(4억달러), 부동산 중개업체 컴패스(4억달러) 등 차량공유 서비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플랫폼으로도 투자 대상을 넓혀나가고 있다. 손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계 기업은 쿠팡이 거의 유일하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본잠식 상태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온라인쇼핑 업계 브랜드 가치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매출 규모도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5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쿠팡은 매출만큼 수익성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쿠팡의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1조7000억원으로 손 회장이 2015년 투자했던 1조1000억원의 금액을 넘어선 규모다.

다만 손 회장은 투자를 결정하며 적자규모보다는 성장 속도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워크 역시 올해 3분기까지 1357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증가한 수치다. 다만 위워크는 올해 3분기 기준 전세계 회원수만 29만7000명으로 매년 두 배 이상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는 지난 5일 소프트뱅크의 결산발표 설명회에서 쿠팡에 대해 "한국의 아마존에 해당하는 회사이며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미 최대 주주이지만 앞으로 더욱 쿠팡을 강하고 깊게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쿠팡은 배송 및 물류, 결제 플랫폼 등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이뤄낸 혁신 중에는 새벽배송과 로켓프레시가 있다. 새벽배송 이용 고객은 수백만 가지의 로켓배송 상품을 자정까지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받아 볼 수 있다.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 및 유기농 상품을 주문 후 단 몇 시간 만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출시 후 30일 이내에 전 국민의 절반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꾸준하게 서비스에 투자하면서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며 "성장세만 보면 충분히 한국 이커머스 업계 1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