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조원 투자 유치에 첫 치킨 게임 희생자 되나
티몬, 벌이는 사업마다 적자…투자자 외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에 티몬의 위기설이 부상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티몬은 최근 번번이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 등 투자자로부터 수익개선에 대한 압박 역시 강화되고 있다.

티몬 오프라인 매장 티몬팩토리. / 티몬 공식 블로그
티몬 오프라인 매장 티몬팩토리. / 티몬 공식 블로그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티몬은 2년 내 다른 곳에 인수되든지, 망하든지 결론이 날 것"이라며 티몬의 시한부 경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티몬 직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져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티몬'

한때 티몬은 쿠팡, 위메프 등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티몬은 2016년 국부펀드 포함 기존 주주들로부터 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2017년 초 시몬느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원을 투자 받았다.
하지만 2017년 초 이후 2018년 10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별다른 투자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따금 투자논의가 진행되긴 했으나, 실제 투자로 이어지진 못했다.

2017년 티몬이 새롭게 시작한 여행사업 ‘티몬투어’의 투자유치도 결국 실패했다. 2018년 티몬은 신선식품 서비스 ‘슈퍼마트’와 미디어커머스 채널 ‘티비온'을 중심으로 1000억원대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티몬투어 서비스 화면. / 티몬 홈페이지 갈무리
티몬투어 서비스 화면. / 티몬 홈페이지 갈무리
티몬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이 더딘 이유는 티몬의 적자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데다, 전자상거래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성장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은 연결기준 2016년 2644억원에서 2017년 3572억원으로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2016년 영업손실 1581억원, 당기순손실 1560억원, 2017년 영업손실 1153억원, 당기순손실 1205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전통의 강호들인 롯데, 신세계 등의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쇼핑몰 키우기에 나서며 티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 "자금 압박 중"...시한부경영설에 티몬 측 "걱정없다"

티몬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다 보니 재정도 고갈상태다. 2년 연속 티몬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매출이 증가한 여행, 슈퍼마트 등의 신사업부문에는 계속 투자를 해야 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첫 오프라인 매장 티몬팩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티몬의 오프라인 매장 개설을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다수다. 여행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스타트업 플라이트그래프 역시 고객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해 2018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플라이트그래프 서비스 종료 안내 화면. / 네이버 카페 유랑 게시글 갈무리
플라이트그래프 서비스 종료 안내 화면. / 네이버 카페 유랑 게시글 갈무리
티몬 관계자는 "투어나 슈퍼마트 같은 신사업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익을 내기보다는 투자를 하는 상황이다"며 "투자는 필요한시점 필요한 비용이 있을 때 받는 것이지, 해마다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티몬은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수익부분을 챙기겠다고 방향을 바꾸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며 "지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멈춰버리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지 않는 것"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17년 상반기에 특히 슈퍼마트 사업 확장 등으로 매출이 급감한 티몬에 사모펀드 투자자가 수익성 개선 압박을 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투자자 쪽에서 발을 빼겠다는 압박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티몬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 쪽에서 발을 빼거나 추가 투자자를 통해 인수되는 일이 약 2년 내에 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 창업자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티몬의 투자 유치는 신현성 이사회 의장과 유한익 공동의장이 맡고 있다. 신 의장은 티몬의 창업자이지만, 2017년 7월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 등 티몬 외 다른 사업을 더 챙기고 있다.

신 의장은 2018년 6월 강준열 전 카카오 부사장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또 신 의장은 최근 블록체인 ‘테라'를 공동 창업하고, 수백억원의 펀딩을 유치했다. 신 의장은 9월 연내 티몬에 블록체인 결제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힐 정도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티몬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쿠팡 창업자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오로지 쿠팡 경영에만 몰두한 것이 쿠팡이 두 차례에 걸쳐 총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한 중요한 비결일 것"이라면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잡기 위한 치킨 게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 역할만 하는 티몬이 추가 자금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 관계자는 "쿠팡과는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대부분 투자를 쏟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구조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티몬은 물류가 아닌 신사업과 마케팅에 투자해서 적자가 나고 있는 구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