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안보이는 치킨 게임(제 살 깎기식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으로 올해 100조원대 규모가 예상되는 e커머스 시장을 둘러싸고 업계가 선점 경쟁에 나섰다. 소셜 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이 2조원 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전통 유통강호인 신세계와 롯데 등도 수조원 대 투자를 예고하고 나서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쿠팡은 21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그룹도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티이쿼티파트너스·비알브이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롯데그룹도 e커머스에 3조원대를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는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 지금까지 따로 운영하던 유통 계열사 7곳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 운영한다.

다만 잇단 물량공세로 업계에선 오히려 치킨 게임만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e커머스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은 쿠팡과 대형 유통업계가 쏟아붓는 각종 물량 공세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e커머스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점 기업도 없다. 2017년 78조원대였던 e커머스 시장은 올해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e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2016년 대비 19.2%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 성장세와는 별개로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적자구조조차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쿠팡 제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쿠팡 제공
특히 이번 쿠팡의 투자 유치는 최근 백화점과 마트를 기반으로 한 전통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의 잇단 e커머스 분야 진출 소식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쿠팡은 특히 기존 오프라인 마트에 강점을 가진 대형 유통업계가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도 전에 물류와 배송 서비스 기반을 이미 다져왔다.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새벽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쿠팡은 전체 면적이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하는 크기의 전국 단위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e커머스 사업 분야에서 높은 밸류에이션(평가)을 받아 투자를 유치한 결과이므로 업계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라면서도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쿠팡이 얼마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쿠팡의 2조원 유치로 전자 상거래 업체 간 치킨 게임의 첫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쿠팡은 적자구조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편의성 확보 등 정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웠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면서 "쿠팡과 경쟁해왔던 티몬과 위메프 등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