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가 국내 출판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보편화되면서 음성콘텐츠인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포털 등 관련 업계도 오디오북 콘텐츠 제작 체계를 갖추고 시장 대응에 나섰다.

최근 출판업계에는 친근하면서도 생생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 오디오북 중에는 연예인이 직접 책을 읽어주거나 한 편의 연극처럼 성우의 연기로 책 내용을 전하는 서비스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 멤버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팬들에게 굿즈(Goods, 아이돌 관련 기획상품)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정액 독서 앱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리딩북’을 선보였다. 9일 오픈한 이병헌의 리딩북 ‘사피엔스'는 일주일 만에 회원 1만5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밀리의 서재가 내놓은 리딩북은 책을 리더(Reader)가 30분 내외로 쉽고 짧게 해설해주는 서비스다. 밀리의 서재 리딩북은 리더의 음성 해설을 들으면서 동시에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 책을 눈으로만 읽거나 귀로만 듣는 것보다 훨씬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 구혜선, 개그맨 김수용 등이 밀리의 서재에서 리더로 참여했다.

이창훈 밀리의 서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리딩북 ‘사피엔스' 선정은 이병헌의 의견이 직접 반영된 것"이라며 "사피엔스 인기의 힘입어 이병헌이 참여한 또 다른 리딩북도 12월 중 공개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씨는 독서 앱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리더(Reader)로 활동하고 있다. / 밀리의 서재 제공
배우 이병헌씨는 독서 앱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리더(Reader)로 활동하고 있다. / 밀리의 서재 제공
네이버의 ‘오디오클립’에서도 실제 연극배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 콘텐츠 인기가 높다. 오디오클립은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등 음성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7월부터 오디오북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낭독 공연으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연극 창작집단인 ‘양손프로젝트'는 현재 오디오클립에서 장강명 작가의 ‘여신과 사랑한다는 것' 등 여러 단편 소설의 오디오북 더빙에 참여 중이다.

네이버 오디오북 중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는 ‘드래곤라자'로 유명한 이영도 작가의 신작인 ‘오버더초이스’가 있다. ‘오버더초이스’는 드라마처럼 구성해 유명 성우 9명이 직접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를 가상으로 만들어, 마치 유인나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오디오북 콘텐츠도 선보인 바 있다.

카카오의 스마트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서는 ‘무서운 이야기’, ‘열정에 기름붓기’를 오디오북 형태로 제공 중이다. 카카오미니에선 키즈 동화 100여 종과 성경과 불경의 종교 관련 서적 낭독 서비스도 인기다.

해외의 오디오북 시장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APA(심리학회)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아마존 오더블과 스크리브드가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 따르면 2016년에 이미 미국 오디오북 시장은 전년대비 18% 성장한 21억 달러(약 2조3600억원)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체 출판시장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출판그룹인 펭귄랜덤하우스는 모든 신간의 오디오북 제작 출시를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업계 1위 아마존은 파격적인 오디오북 콘텐츠 형식에도 도전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32만5000개 오디오북 타이틀을 제공하는데, 심지어 집에 혼자 남은 강아지를 위한 오디오북까지 선보인 바 있다. 아마존의 오디오북인 오더블은 오디오북 콘텐츠를 라이브 쇼로 제작해, 뉴욕의 미네타 레인(Minetta Lane) 극장에서 공연한 뒤 이를 다시 녹음해 팟캐스트로 제공할 계획이다.

오디오북의 몸값은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이지만 영세한 출판업계가 중심인 한국 시장에선 오디오북 제작 환경이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는 못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오디오 콘텐츠 확대를 위해 오디오북 관련 출판업계 투자나 인수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초 네이버는 2006년 설립된 오디언이라는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전문 제작업체를 인수했다. 이미 5월에는 오디오콘텐츠 펀드를 통해 휴머니스트출판그룹과 인플루엔셜 등의 출판업체에 투자를 진행해 오디오북 제작 단계부터 지원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에선 대중문화 일부로 잡아가지만 한국에선 오디오북이 아직은 심리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며 "국내는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사업자가 오디오북 생태계 조성에 첫발을 들여놓은 단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