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대란] ⑦무인점포, '통신망이 목숨줄'인데 위기 대응 해답은

차현아 기자
입력 2018.11.27 06:50 수정 2018.11.27 11:38
#첨단 무인 결제 키오스크를 갖춘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독서실은 지난 24일만큼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KT 인터넷 연결망을 기반으로 갖춘 무인 결제 키오스크가 KT 아현국사 화재로 먹통이 된 것이다. 주인 A 씨는 독서실 운영이 본업이 아니다. 갑작스런 통신장애 사태 앞에 무인점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고객이 방문해 전화를 걸 때마다 본업을 뒤로 한 채 가게로 돌아와 이용 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결제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건비 부담, 무인 키오스크 시스템 고도화 등이 맞물려 무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4시간 영업이 필요한 편의점과 실시간으로 빠른 주문이 필요한 패스트푸드 업계가 무인 상점 확대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무인 매장 네 곳을 시범 운영 중이며, 이마트24도 3곳을 운영 중이다. CU역시 현재 운영 중인 3곳을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리아, KFC 등은 무인 주문대를 도입했다. 롯데리아는 2015년부터 직영점 131개 중 110개, 가맹점 1210개 중 688개 매장에서 무인 주문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커피 무인매장이나 라면과 국수 등 간단한 면류를 판매하는 무인 매장, 의류 무인매장 등 종류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키오스크(무인 주문 결제 시스템) 도입률은 전체 매장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이렇듯 유통·외식 서비스 매장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는 무인결제 시스템이 KT의 통신대란 앞에 민낯을 드러냈다. 일부는 혹시 모를 통신대란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적절한 대응으로 중단없는 영업을 했지만, 일부는 통신망이 복구되기만을 대책없이 기다려야 했다.

무인 키오스크를 운영 중인 서울 시내 한 무인 독서실. / 차현아 기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KT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던 무인 결제 시스템을 표방했던 일부 유통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국 화재로 서울 용산구와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등과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KT 기반 통신 회선을 사용하는 상점들의 운영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KT 통신장애가 발생했던 마포구 내 한 무인 독서실은 절간처럼 조용했다. 이 독서실은 입구에 있는 무인 결재 키오스크를 통해 1인 자유석과 단체석 등 좌석 종류를 선택한 뒤 이용 시간에 따른 요금을 결제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다. KT 통신장애가 발생하자 독서실의 무선 키오스크도 카드 결제 시스템도 멈췄다. 모든 이용대금 결제와 입장은 기존 유인 독서실처럼 운영됐다. 독서실에서는 와이파이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대학생 방 모 씨(25)는 "무인 독서실인데 카드 결제도 현금 영수증 발급도 되지 않아 전화를 받은 주인이 계속 오가며 결제를 했을 정도"라며 "심지어 독서실 안에선 와이파이도 연결이 안 돼 인터넷도 못 하고 책만 읽다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코인노래방 관계자도 "24일 하루종일, 카드 결제가 안돼 계좌이체와 현금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이 직접 이용 대금을 받아야 했다"며 "매장 내 인터넷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크고 작은 각종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 규모도 매장 규모따라 차이가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및 직영점 등은 타사의 공유기를 제공받는 등 본사의 빠른 조치 덕분에 영업을 할 수 있었으나 반면 영세한 규모의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통신 장애 지역이었던 마포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은 총 세 대의 무인 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 전체 400여 개 매장 중 절반인 200개 정도의 매장이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확대할 계획이다. 맥도날드는 키오스크 시스템이 마비되더라도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무인 결제 시스템 마비로 예상되는 문제는 적은 편이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매장 내 키오스크 결제 비율이 높은 편인데, 24일 잠시 장애가 발생했고 다행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복구되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무인점포는 아니지만 현금없는 매장을 운영중인 스타벅스는 주 이용 통신사 인터넷망이 불통이 되면 제 2, 3의 통신사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혹시 모를 통신망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무인 점포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전국에서 서울 잠실 등 총 네 군데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행히 이번 통신대란 사태 지역에 있지 않아 모두 화마를 피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은 핸드페이와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 무인 계산대, 전자동 내장 설비 등을 첨단 매장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매장에는 한 명의 상주 직원이 있긴 하지만 결제 업무 대신 입고된 물건 재고 관리 등 각종 상점 전반의 관리만 맡는다.

세븐일레븐 측은 "24시간 실시간 대기인력과 예비 회선 등을 준비해 혹시 모를 인터넷 연결망 장애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영세한 규모의 가게를 자체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겐 특히 대비책은 난망하다. 심지어 이번 통신장애로 인한 피해액 산정은 커녕 복구조차 제대로 못했던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후문이다.

영세한 규모의 자영업자들은 특히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인건비 절감이 절실해 일단 도입은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매장은 KT에서 별도 조치를 취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체적으로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서울 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이 매장에서는 무인 결제 키오스크를 세 대 운영 중이다./ 차현아 기자
이번 통신장애 사태는 인터넷 기반 초연결사회의 무한 확장 뒤에 숨겨진 이면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편리하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준비없이 도입했다가는 한 번에 모든 운영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지적이다.

유통업계에선 이처럼 전자 결제 시스템과 무인 상점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 이외에도 무인 상점과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패스트푸드점은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키오스크 기반 무인 결제 시스템을 적극 이용한다. 데이터를 핵심 ‘무기'로 삼은 아마존과 같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전자 결제와 무인상점 등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특히 감소하는 도소매업 취업자와 음식점업 취업자수 추세를 고려해볼 때, 무인 매장과 무인 결제 시스템 이 인간 노동력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1369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만명 감소했다. 이는 11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한 유통업체 매장 관계자는 "또 다시 이런 통신장애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냐"며 "시스템을 갖춰나가는데 있어 이중 통신회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막힌 연결망을 우회할 경로를 만드는 등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경고"라고 덧붙였다.

국가 전체의 시각에서 통신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물론 각 업체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영세 업체에선 쉽지 않으므로 국가 통신망 차원의 관점에서 통신사 이중 회선 지원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민정웅 인하대 교수(아태물류학부)는 "일부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특히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점포도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주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까지 겹쳐 무인 상점이나 무인 결제 시스템 도입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이번 통신 장애 사태에서 발생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히 보완조치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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