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를 LA오토쇼에서 소개하고, 국내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이로써 ‘코나-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의 정리가 완료된 것이다.

팰리세이드는 그간 현대차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온 대형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차로, 회사 기대가 크다. 특히 전작인 맥스크루즈의 경우 싼타페 기반의 가지치기 모델이라는 점이 한계로 남았다. 실제 SUV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맥스크루즈의 판매명은 ‘싼타페’, 국내에서 판매하는 싼타페는 ‘싼타페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변별력이 떨어졌다.

팰리세이드는 독자 제품군을 이룬다. 싼타페와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제품 전략으로 판매되며, 이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갖고 있다. 현대차가 이 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역시 제네시스 플래그십의 신차 발표보다 팰리세이드를 우선했다.

팰리세이드. /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 / 현대차 제공
싼타페나 그랜저가 동급 내수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이상으로 팰리세이드는 시장 공략 준비를 모두 마쳤다. 높은 상품성에 싼타페와의 가격 차이가 많지 않아 판매 간섭까지 우려되지만 시장 반응은 좋다. 적어도 내수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 잘 팔릴까?…작정한 가격, 높은 상품성은 소비자 구미 ‘확’ 당겨

팰리세이드의 성공을 예상케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가격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나, 2.2리터 디젤 익스클루시브 3622만~3672만원, 프레스티지 4177만~4227만원, 3.8 가솔린 익스클루시브 3475만~3525만원, 프레스티지 4030만~4080만원이라는 가격 범위를 미리 밝혀 소비자 기대를 키웠다.

실제 2.2리터 기준 싼타페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싼타페 2.2리터 디젤은 기본형이 3348만원, 고급형(인스퍼레이션) 4035만원으로, 팰리세이드의 최저 가격으로 여겨지는 3622만원과 기본형은 274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고급형은 147만원으로 격차가 더 줄어든다.

차급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2.2디젤 싼타페를 구입하려면 소비자 입장에서 크기가 더 큰 팰리세이드 구매를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싼타페 2.2 디젤의 판매 비중은 22.7%(전체 8만1499대 중 1만8495대)로 상당수며, 이 숫자가 팰리세이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길이 4980㎜, 너비 1975㎜, 높이 1750㎜, 휠베이스 2900㎜의 크기를 갖고 있다. 전면 디자인에 현대차 캐스캐이딩 그릴을 크게 넣고, 분리형 헤드램프와 수직 주간주행등으로 존재감을 냈다. 근육질 측면 캐릭터 라인, 볼륨을 강조한 휠아치, 지붕에서 파노라믹 리어 글래스로 이어지는 직각 라인 등으로 기능미를 살린 점도 특징이다.

실내는 2열 레그룸이 1077㎜이며 동급 최대일 정도로 공간성에 초점을 맞췄다. 2열 시트 뒤쪽의 화물 적재용량은 1297리터로,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이다. 3열 시트 뒤쪽으로는 28인치 캐리어 2개 또는 골프백 2개 등을 적재할 수 있다.

여기에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 H트랙, 지형 맞춤형 드라이빙 모드 ‘험로 주행 모드’를 적용했다. 차로유지보조(LFA),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RCCA), 전방추돌방지보조(FCA), 안전 하차 보조(SEA), 후석 승객 알림(ROA) 등 ‘첨단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도 채용했다.

또 세계 최초로 천장을 통해 실내 공기를 확산, 1열부터 3열까지 고르게 공기를 순환하는 ‘확산형 천장 송풍구(루프 에어벤트)’를 넣었다. 또 3존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 액티브 노이즈 콘트롤 등으로 쾌적성을 살렸다.

◇ 안 팔릴까?…기아차 카니발, 모하비와 경쟁 "나 떨고있니?"

내수 시장을 기준으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기아차 모하비, 카니발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모하비의 경우 SUV, 카니발은 실용성 면에서 그렇다. 팰리세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국내 판매가 예정돼 있지 않다.

팰리세이드 실내. /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 실내. / 현대차 제공
모하비와 카니발은 각각 국내 시장에서 나름의 마니아층이 확고한 제품이다. 특히 카니발은 미니밴만의 강점을 살려 기아차 판매 차종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카니발의 올해 판매량은 10월 기준으로 5만6578대에 이른다.

카니발은 팰리세이드와 달리 ‘버스전용차로 주행’이라는 장점(9인승)도 갖고 있다. 이부분 만큼은 카니발이 팰리세이드를 분명히 앞서는 것이다. 또 팰리세이드가 8인승의 넉넉한 실내를 주요 특징으로 삼고 있는 만큼 공간활용성 면에서 카니발과의 직접 비교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더 수세에 몰려있는 차는 카니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팰리세이드의 신차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카니발에는 없는 각종 신기술이 팰리세이드에 담겨 있어서다. 현재 카니발의 경우 ADAS(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서 팰리세이드 보다 약한 모습이다.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의 기능을 담았으나, 역시 팰리세이드가 갖고 있는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곡선구간 자동감속 등은 없다.

또 큰 차에게 필요한 안전기능인 몇가지 기술도 빠져있다. 승객 하차시 후측방 접근 차와의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하차 보조(SEA), 영유아 등 뒷자리 동승자 방치사고를 예방하는 후석 승객 알림(ROA)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팰리세이드는 현재 현대·기아차 제품군에서 제네시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 경쟁이 이뤄진다면 카니발의 시장 영역도 팰리세이드로 일부 흡수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