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1월 28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용 75톤(t) 엔진 시험발사체 성능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12월 4일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1호'도 쏘아올렸다. 5일에는 ‘정지궤도 복합위성 2A호(천리안 2A호)’ 발사도 앞두고 있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천리안 2A호를 실은 발사체가 기아나 우주센터 내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 천리안 2A호 발사 공동취재단 제공
천리안 2A호를 실은 발사체가 기아나 우주센터 내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 천리안 2A호 발사 공동취재단 제공
◇ 자력으로 위성 쏘아올리는 ‘우주 주권국' 진입 눈앞에

열흘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세 건의 우주 이벤트가 잇달아 펼쳐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쏘아올린 발사체 엔진을 비롯해 인공위성 관련 핵심 기술을 모두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한국시간 5일 오전 5시 40분 발사 예정인 천리안 2A호는 현재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체 아리안-5ECA에 탑재돼 기립해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기상 상태도 나쁘지 않아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예정된 발사 일정을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해외 공동 개발을 통해 만든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천리안 2A호는 처음 설계부터 운송, 조립 및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탑재돼 쏘아올려진 차세대 소형위성 1호와 마찬가지로 천리안 2A호는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

발사체 기술은 국제적으로 기술 이전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발사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누리호가 한국이 ‘우주 주권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21년 발사를 목표로 최근 시험발사체 성능비행을 마친 누리호가 예정대로 개발 완료되면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우리 힘으로 쏘아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우주개발 역사 30년 만에 기술 자립화 단계 돌입

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실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쏘아올려지는 모습. / 스페이스X 제공
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실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쏘아올려지는 모습. / 스페이스X 제공
199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인공위성 개발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채 안 됐다. 내년이면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을 맞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우주개발이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뒤쳐졌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현재 우주에는 1886개의 인공위성이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56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46%를 차지하고, 이어 중국 250개, 러시아가 146개를 운용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이 독자 개발 및 기술 자립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과학 연구, 핵심 기술 검증,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그동안 우리별위성, 과기위성 등 7기 개발을 완료했고, 현재 100㎏급 차세대 소형위성 2기를 2020년 완료 목표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실용급 위성은 470㎏급 다목적실용위성 1호(아리랑위성)다. 아리랑위성 1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미국 TRW사와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해 1999년 12월 미국 토러스 발사체로 쏘아올려졌다. 아리랑 위성 1호는 고도 685㎞에서 임무기간 3년을 넘겨 2008년에야 임무를 종료했다.

이후 다목적실용위성은 2006년 2호에 이어 3호, 3A호, 5호가 발새돼 운용 중이고, 현재는 6호와 7호를 개발 중이다.

천리안 2A호는 정지궤도위성으로, 일반 위성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정지궤도위성은 지구 자전 주기와 같은 공전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을 말한다. 지주 자전 주기와 위성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지역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통신이나 관측 등의 목적에 유리하다.

단, 위성 궤도가 적도 상공에 제한돼 있어 전 세계적으로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운용 중인 정지궤도위성은 360개에 달하는데, 그만큼 정지궤도상에 자국 위성을 위치시키기란 어렵다.

정지궤도위성은 부품만 10만개 이상이 탑재되고, 부품과 부품을 연결하는 전선 무게만 해도 72㎏에 달한다. 천리안 2A호의 태양전지판은 비대칭으로 돼 있는데, 이는 위성 북쪽에 장착된 기상탑재체의 영상 품질이 센서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내부 온도를 최대한 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태양전지판이 탑재체쪽에 있을 경우 태양빛을 반사해 외부 열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대칭 태양전지판 위성은 그만큼 제어하기 위한 기술 난도가 높은데, 이를 국내 독자 기술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재동 천리안 2A호 개발책임자는 "우리가 개발하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고, 이는 데이터로 남아 후속 프로그램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천리안 2A호 발사 후 9~10분 정도면 호주 동가라에서 통신되고, 켜져 있는 위성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날아오면 위성 상태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항우연은 천리안 2A호 최초 교신 이후 일주일 후부터 국내 지상국 네 곳(국가기상위상센터, 위성운영센터, 해양위성센터, 환경위성센터)을 운영한다. 이 중 항우연 내에 위치한 위성운영센터는 천리안 2A호의 상태 확인과 명령 송신을 위한 위성 관제를 담당한다. 진천에 위치한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천리안 2A호의 기상관측 자료를 수신 처리해 기상청 및 일반 사용자에게 배포하는 예보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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