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적책임(CSR) 요구를 강화하자 국내 수출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CSR 미흡시 납품 배제, 거래 중단 등이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 IT조선 DB
대한상공회의소. / IT조선 DB
6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국내 수출기업 120개쯤의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출기업의 CSR리스크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수출기업의 54%가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납품 과정에서 CSR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받은 기업 5곳 중 1곳(19.1%)은 ‘평가 결과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들은 ‘협력사 선정 배제’(61.5%), ‘해결 후 조건부 납품’(38.5%), ‘납품량 축소’(15.4%), ‘거래 중단’(7.7%)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CSR 관리 범위를 1차,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이들 협력사의 CSR 평가 결과에 따라 거래 중지, 계약비율 축소 등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OECD 주요국들도 기업의 책임경영을 자국법 또는 국가간 투자협정 등에 반영하는 추세다. 영국의 ‘현대판 노예방지법(노동·인권)’, 프랑스의 ‘기업책임법(인권)’, 미국 ‘도트프랭크법(분쟁광물)’ 등이 대표적인 예다.

OECD는 5월 인권, 노동, 환경, 뇌물 등에 기업 스스로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사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CSR 평가를 받은 분야는 ‘환경’(93.8%)이 가장 많았고, ‘안전·보건’(83.1%), ‘노동’(80%), ‘인권’(75.4%), ‘윤리’(73.8%), ‘공급망 CSR 관리’(61.5%), ‘지배구조’(56.9%), ‘분쟁광물’(46.2%) 순으로 나타났다.

CSR 평가와 관련한 애로사항으로는 ‘서로 다른 인증과 중복 자료 요구’(59%)가 가장 많았다.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요구’(47.5%), ‘비용부담’(41%), ‘기업 특성에 맞지 않은 자료 요구’(37.7%), ‘대응시스템 부재’(36.1%)가 뒤를 이었다.

종교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둔 C사는 최근 공장부지 내 기도시설을 세웠다. 글로벌 고객사가 근로자의 종교적, 문화적 특성을 배려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C사 한 관계자는 "종교시설을 세우지 않으면 거래가 끊길 우려가 있어 수천만원을 들여 기도시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업의 실제적인 CSR 이행과 성과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CSR을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