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일제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의 중장기적인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들어갔다. 중국의 장악력이 날로 높아지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폴더블이나 초대형 OLED와 같은 고부가 제품으로 혁신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공 중인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 / LG디스플레이 제공
201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공 중인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 / LG디스플레이 제공
디스플레이 업계의 이러한 의지는 최근 진행된 2019년 임원 인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이번 인사에서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과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을 각각 유임한 가운데, OLED 부문에서 성과를 이끌어낸 인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승진 조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기술의 성능 차별화를 포함해 핵심 요소기술 개발을 주도한 김태수 OLED 개발 실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모바일 시장 내 OLED 제품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장 등 신시장 개척 성과를 일궈낸 백지호 OLED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도 이번 임원 인사에서 OLED 사업 가속화를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세대 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명규 전무는 신규 제품 적기 개발 및 고해상도 기술 확보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며 IT 사업의 수익성 향상을 견인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역시 부사장으로 승진한 오창호 전무는 월페이퍼 TV 디스플레이, 크리스탈 사운드 OLED(CSO)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과 원가 절감 기술을 개발해 OLED TV 흑자 전환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몇 년간 정부 보조금 등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앞세워 빠르게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19년 중국의 LCD 패널 생산 비중이 전체의 47%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2022년이면 이 수치가 56%가 되면서 이 시장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LCD 패널 출하량 1위였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BOE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면적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아직 앞서지만, 중국의 거센 물량공세로 LCD 패널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LG디스플레이 실적도 요동쳤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지만, 여전히 매출에서 LC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일찌감치 LCD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용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을 선점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국이 최근 중소형 OLED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LCD 시장을 접수한 BOE는 최근 중소형 OLED까지 넘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독점 거래 중인 애플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수율이 10% 수준이라 애플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인력 유출 시도 등을 볼 때 시간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응한 한국의 OLED 초격차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기존 LCD 생산라인을 OLED로 전환 투자하는 방식으로 LCD 비중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OLED 패널 시장까지 염두에 둔 양자점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중국 광저우 8.5세대(2200×2500㎜) OLED 패널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낸다. 광저우 OLED 생산법인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중국 4개 은행과 200위안(3조2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0.5세대(2940×3370㎜) 초대형 패널 생산 장비를 갖춘 파주 P10 공장은 LCD를 건너뛰고 OLED로 직행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폴더블폰 경쟁에도 뛰어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폴더블 패널은 플렉시블 OLED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접히는 방식에 따른 필름, 기판 등 더 복잡한 소재와 기술이 결합되기 때문에 한국이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OLED 시장에서 잠재적인 위협 효소인 것은 맞지만, 당분간은 삼성과 LG의 최대 고객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