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상용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AI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사용자를 늘리는 한편 서비스 수준을 고도화하는 모양새다. 두 포털은 생활 속 유용한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아예 일반인까지 자사 AI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생태계 자체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 생활 속 녹아든 네이버 AI…‘생활환경지능'

네이버의 AI 전략은 ‘생활환경지능’이다. 이용자들의 생활 속에 네이버 AI 기술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가 스며들도록 한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키워드로 영화 제목을 찾아주는 ‘영화 AI’ 서비스를 내놓았다. 영화 AI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Clova)가 탑재된 모든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10분마다 기억을 잃는 영화’를 검색하면 영화 ‘메멘토’가, ‘인공지능이랑 연애하는 영화’를 질문하면 영화 ‘그녀’ 등이 답변으로 뜨는 식이다.

음성인식 서비스도 네이버 AI의 핵심 기술이다. 네이버는 AI 플랫폼 클로바에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를 적용했다. 클로바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나 클로바 앱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유인나의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중 AI 무선 이어폰 ‘마스'도 출시한다. 마스는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일본어로 얘기해도 한국어로 자동 번역해 주는 서비스다.

‘생활환경지능’의 일환으로 네이버는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모빌리티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자체 개발한 위치·이동 기반 기술플랫폼인 ‘xDM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운전자의 초점에 맞춰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3D 헤드업디스플레이(HUD)등도 네이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모빌리티 기반의 AI 기술이다.

네이버 스마트보드 안드로이드 버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자동으로 오타를 보정하는 모델링이 적용됐다. / 네이버 제공
네이버 스마트보드 안드로이드 버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해 자동으로 오타를 보정하는 모델링이 적용됐다. /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이외에도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들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네이버는 AI 키보드 앱인 ‘스마트보드' 에 오타보정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 AI는 프로야구 생중계 중 홈런 장면을 포착해 시청자가 자동으로 되돌려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지난 11월 도입했다. 모바일 검색창을 통해 찾고 싶은 이미지와 음성 등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스마트 서치' 역시 네이버가 생활환경지능 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운 기능이다.

◇ "카카오 아래 헤쳐 모여" 카카오표 AI 생태계 만들기

카카오 AI 전략은 스마트스피커인 카카오미니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 스피커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 집이나 자동차 등 생활 환경 속에서 카카오만의 AI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락인(Lock in·고객의 이탈을 막음) 전략이다.

카카오미니의 강점은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플랫폼과의 연동이다. 또한 음성 서비스로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포함해 음악과 뉴스, 카카오 택시 호출 등도 가능하다.

카카오의 스마트스피커인 카카오미니./ 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스마트스피커인 카카오미니./ 카카오 제공
특히 외부 개발자와 일반인까지도 카카오 AI서비스 생태계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챗봇과 음성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원하는대로 쉽게 만들도록 개발 과정에서부터 참여하는 기회를 열어놓은 것이다.

카카오는 자체 AI 개발자센터인 ‘카카오i 디벨로퍼스’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지난 3일 시작했다. 카카오i 디벨로퍼스가 제공하는 AI 설계 플랫폼 ‘카카오i 오픈빌더'에서는 카카오미니에 적용할 수 있는 챗봇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카카오톡 챗봇을 만들어 메뉴를 주문받을 수 있고, 쇼핑몰 역시 고객센터를 챗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

카카오미니의 대화형 음성서비스인 보이스봇도 누구나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i 디벨로퍼스를 통해 만든 보이스봇은 카카오 내부 심사를 통해 카카오미니의 음성서비스로 정식 채택될 수도 있다.

카카오 AI는 타 업체 서비스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었다. 카카오i 디벨로퍼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파트너사의 웹·앱 서비스에 음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인 카카오 보이스 서비스(KVS, Kakao Voice Service)를 제공할 계획이다.

두 포털이 AI기술 활용 기반을 다지는 데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싹을 틔우고 성장하기 시작한 AI 기술이 어느덧 내년부터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달 ‘2010 ICT 10대 이슈’를 발표하고, 규제와 기술 미성숙, 수요부족 등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던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IITP는 특히 내년부터는 산업 전 분야로 AI 기술 도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