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조원 규모의 해외 송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K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저렴해진 해외 송금 수수료 전쟁에 IT 기술을 앞세운 블록체인 업체를 포함한 핀테크 기업이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이 보다 활발해졌다.

여기다 2019년 상반기에는 증권·카드사까지 해외 소액 송금업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해외 소액 송금 서비스 경쟁은 점점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존보다 낮은 수수료와 빨라진 송금 속도를 앞세워 고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 인터넷 전문은행이 불지핀 해외 송금 수수료 전쟁

기존 시중은행이 사용하는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 스위프트)'을 이용해 해외 송금을 할 경우 송금 수수료와 전신료, 중개 수수료 등은 모두 이용자가 부담하며 송금까지 4~5일이 걸린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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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개인이 미국에 사는 친척에게 송금을 할 경우 홍길동이 국내 A은행에 입금하면 A 은행이 송금 내용을 외국 중개은행인 B은행에 보내고, 이를 다시 친척이 거래하는 미국 C은행에 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는 온전히 홍길동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해외 송금 수수료가 낮아졌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스위프트 망 대신 현지 금융사와 직접 거래하는 식의 방식을 채택해 비용을 낮췄다. 마치 홍길동이 A은행에서 C은행으로 직접 돈을 송금하는 식으로 중간 수수료를 절감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할 때부터 미국 달러화 포함 19개국에 송금할 경우 5000달러 이하는 5000원의 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5000달러 이상을 송금할 때 수수료는 1만원이다. 그외 일본, 필리핀, 태국으로 송금할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8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송금 시 씨티은행망을 사용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1분기에 글로벌 송금 결제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과 손잡고, '모바일 해외 특급 송금 서비스'를 선보인다. 전세계 웨스턴유니온 55만 곳의 가맹점을 통해 당일 해외송금이 완료되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웨스턴유니온 서비스 수수료는 5~7만원이지만, 카카오뱅크의 해외 특급 송금 서비스 수수료는 이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해외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외 은행명, 은행주소, 스위프트 코드를 입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받는 사람의 계좌정보만 입력하면 해외 은행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지난 10월에는 송금 수수료를 송금 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4000원으로 내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송금 수수료에 전신료, 중개 및 수취 은행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등 1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 블록체인 업체에 증권사·카드사 가세 예정

블록체인 기업 등 IT 업체의 해외 송금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도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으면 해외 송금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단, 이들 업체는 건당 3000달러, 연간 누적 2만달러 한도 내에서 이뤄지는 소액 해외 송금 서비스만 제공한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자회사 코인원트랜스퍼는 외국인 노동자에 초점을 맞췄다. 신원희 코인원트랜스퍼 사업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해외 송금의 7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의 본국 송금"이라며 "200만명 이상인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을 80~90% 담당할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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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코인원트랜스퍼는 올해 안까지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Cross)'에 리플이 만든 '엑스커런트(Xcurrent)'라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솔루션을 도입한다. 엑스커런트는 암호화폐 기업 리플이 기존 은행에서 사용하던 스위프트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솔루션이다. 신 대표는 "80% 정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라며 "최소 수수료는 5000원, 최대 수수료는 송금액의 1%"라고 말했다. 코인원에 따르면, 며칠이 걸리던 해외 송금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태국으로의 송금은 5분 내외에서 이뤄진다.

앞서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스는 일본의 SBI핀테크솔루션즈와 손잡고 엑스커런트를 도입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소액 해외 송금 업체 이나인페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 해외 송금업을 선보였고, 핀테크 업체 핀크 역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9월 증권사와 카드사에도 해외 송금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해외 송금 수수료 경쟁이 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카드사는 해외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다"며 "중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에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쟁사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