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엔터프라이즈 부분은 2017년에 전년 대비 144% 성장했고, 올해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12월 7일 만난 유응준 엔비디아 코리아 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컴퓨팅 기업"이라며 "미래 성장가치가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엔비디아하면 으례 그래픽카드와 그 핵심 부품인 GPU(그래픽 프로세서 유닛)가 떠오른다. 그래서 엔터프라이즈 부문의 대표라는 자리가 낯선 이들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성능의 차세대 슈퍼컴퓨터에는 인공지능 가속을 위한 엔비디아의 GPU가 대거 탑재되고 있다.

유 대표는 2016년 5월 엔비디아 코리아에 합류했다. 그가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길 당시만 해도 엔비디아 주가는 40달러대였다. 최근 큰 폭의 하락은 있었지만, 그가 왔던 그때보다 현재의 엔비디아 주가는 3배 이상 올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개발자 및 기업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로 단연 자율주행차를 꼽는다. 국내외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차를 계획하고 운행하는데 엔비디아는 어떤 역할을 할까.

유 대표는 "엔비디아 없이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앤드투앤드 솔루션을 갖추고 플랫폼을 제공합니다"고 설명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류현정의 D네이션] "무어의 법칙 지고 젠슨 황의 법칙 뜬다"(유응준 엔비디아)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머신러닝 훈련의 표본이 될 방대한 데이터와 실제 학습 및 분석을 실행할 수 있는 프레임웍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싱 유닛이 필수다. 이 주요한 세가지 요소 중 프로세싱 유닛에 엔비디아의 GPU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중의 핵심인 GPU를 만드는 회사로 엔비디아가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라벨링(분류)해 훈련을 시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디지엑스와 같은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차세대 오토노머스 머신을 구현하는 젯슨 AGX 자비에(Jetson AGX Xavier)나 페가수스(NVIDIA DRIVE Pegasus) 같은 GPU 기반 컴퓨터 모듈을 제공한다. 또한 이를 활용해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등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운행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오토노머스 머신을 구현하는 젯슨 AGX 자비에 모듈. / 엔비디아 제공
차세대 오토노머스 머신을 구현하는 젯슨 AGX 자비에 모듈. / 엔비디아 제공
지난 11월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콘퍼런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콘퍼런스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30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유 대표는 "2017년 콘퍼런스는 1100명정도가 참석했고, 올해는 조금 욕심을 내서 2000명정도 참석을 기대했습니다. 그 기대치를 넘는 개발자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그만큼 AI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고 전했다.

이번 ‘엔비디아 AI 콘퍼런스’는 본사의 솔루션 아키텍트 엔지니어링 총괄인 마크 해밀턴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딥러닝, 자율주행 등 6개 부문 트랙에서 40여개의 깊이있는 세션이 펼쳐졌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중국과 미국보다 3~5년 정도 뒤처진 한국의 인공지능 미래는 갈 길이 멀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콘퍼런스에 젊은 개발자들의 참석률이 높은 것을 미뤄 긍정적인 성장성을 봤습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AI 콘퍼런스’는 미국 본사에서 매년 3월경 진행하는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의 한국판이다. 전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GTC 중 한국은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는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개발자들은 해외 유수의 IT기업은 물론 엔비디아의 본사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운행하는 자사의 비비에잇(BB8)이라는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엔지니어의 상당수도 한국인이다.

유 대표는 한국의 인공지능 분야 전망과 관련해 "이제 겨우 인공지능 시장이 5% 정도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며 "아직은 훈련 부분에 많이 치우쳐져 있고, 서비스화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신뢰성, 가용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고 말한다.

또한 유 대표는 한국의 인공지능 분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지식과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해 아직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미 미국에서는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컨퍼런스2018’에서 업계 최대 규모의 핸즈온 딥 러닝 실습교육 ‘딥 러닝 인스티튜트’가 진행됐다. / 엔비디아 제공
지난 11월 8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컨퍼런스2018’에서 업계 최대 규모의 핸즈온 딥 러닝 실습교육 ‘딥 러닝 인스티튜트’가 진행됐다. / 엔비디아 제공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을 위해 엔비디아 코리아는 우선 대학을 타깃으로 딥러닝 핸즈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딥러닝 수업이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과목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5년전 엔비디아 젠슨황은 1, 2차의 실패를 거쳐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만들어냈고, 범용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1990년말 슈퍼컴퓨터에 쓰일 범용 그래픽카드를 만들어냈다. 인공지능과 인간 이세돌의 대결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목받은 엔비디아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1000배의 성능을 발휘하는 GPU를 내놓을 로드맵을 갖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내놓은 파스칼 GPU 보다 최소 5배에서 1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볼타를 올해 내놓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데이터 사이언스 및 머신러닝 용으로 설계된 ‘래피즈(RAPIDS) GPU 가속 플랫폼도 내년에는 새로운 솔루션을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큰 시장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젠슨황의 미래를 보는 시각과 실현하려는 열정, 그리고 임직원들과 공유하는 엔비디아의 기업문화가 인공지능, 딥러닝 같은 분야에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됐습니다"며 "인공지능 컴퓨팅 컴퍼니로서 신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며, 영향력있는 IT기업이 될 것입니다"고 유응준 대표는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