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연내 도입하려던 카풀 서비스를 내년으로 미뤘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센데다 최근 한 택시기사가 분신사망하는 사고까지 겹쳐 정식 서비스 도입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관련 업계와 정부 등과의 논의를 거쳐 서비스 일정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택시업계는 ‘서비스 연기’가 아닌 ‘서비스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카풀 논란의 원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뭐길래?

논란의 근원지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1961년 도입됐다. 당시 ‘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는 이름이었고, 1998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크게 ‘여객운송사업’, ‘자동차대여사업’, ‘여객자동차 운송가맹사업’ 등에 대한 규정이 들어있다.

이 법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운송할 때 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자는 마을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전세버스, 정부기관 및 일반기업의 통근버스, 통학버스, 장례 등에 사용하는 특수버스, 일반 법인택시, 개인택시 등이다. 법적으로 모두 사업허가와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 요금을 받는다. 또 자동차를 빌려주는 대여사업(렌터카) 역시 사업면허가 필요하다.

카풀이 최근 뜨거운 감자다. / 카풀 앱 풀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카풀이 최근 뜨거운 감자다. / 카풀 앱 풀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활용해서는 안되고, 알선행위 역시 금지된다. 이는 운수사업이 ‘공공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는 것은 ‘공공’의 영역이고, 이를 위해선 일정한 자격을 갖추라는 이야기다. 자격에 대한 규정 역시 해당 법에 담겨 있다.

단, 예외가 존재한다. 제81조 1항을 살펴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유상 운행이 가능하다. 카풀 사업을 하려는 IT 기업들이 법적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근거다. 나아가 현대사회는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으니, 상시 카풀이 가능하다고도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예외 조항은 대중교통망이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카풀을 통해 대중교통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교통환경은 크게 변했고, 이 부분이 법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했다. 즉, 대중교통의 보완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법 수정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IT기업이 파고 들었다.

택시는 법으로 정한 ‘대중교통’은 아니다. 돈을 받고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사업자이긴 하지만, 기본요금이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비싸 누구나 이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택시는 카풀에 활용될 자가용 승용차와 차량 형태가 거의 같기 때문에 카풀 도입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카풀 사업을 하려는 IT 기업들도 택시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현재 택시가 모든 사람에게 이동성을 제공하기 어려운만큼, 카풀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카풀 영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된 상황이다. 이 개정안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탈 수 있는 경우에 유상 운송을 허용한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비롯, 카풀 운영시간 출퇴근 2시간 제한, 승차공유 중개업 금지 등이 들어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승차공유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카풀 업계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카풀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우세한데도, 일부 업계의 반발로 국민 편익과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500명) 가운데 56.0%는 승차공유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승차공유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28.7%에 불과했다.

◇ 카풀과 택시 공존할 순 없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많은 시민은 ‘이동성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카풀을 비롯한 승차공유에 긍정적이다. 이는 그만큼 기존의 이동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 등 운전자와의 접촉이 제한적인 대중교통과 달리, 택시는 운전기사와 승객의 사이가 가까워 서비스 민감도가 크다. 게다가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적지 않다. 대안으로서 카풀이 등장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카풀은 택시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풀 역시 수많은 문제점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유의 자동차로 유상 운송 중에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또 카풀을 통해 제공자에 수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어떻게 매겨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IT 기술로는 거르지 못하는 각종 범죄의 가능성도 대두되는 중이다. 서비스 초기는 카풀 안착을 위해 요금이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요금 인상이 예고될 경우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이용방법에 있어서도 카풀은 반드시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한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성을 제공할 사람이 있어야 이동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택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의 운영시간이 끝났거나 시작되기 전 택시를 이용하려다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다. 다시 말해 심야나 새벽이라는 것이다. 그저 ‘개인’인 카풀 제공자가 이 시간에 카풀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역시 이동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제공자를 모집하며 공격적인 서비스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시기를 연기했다. / 카카오 T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제공자를 모집하며 공격적인 서비스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시기를 연기했다. / 카카오 T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카풀 제공자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카풀 제공시간에 대한 단점은 상쇄된다. 카풀 서비스의 시작에 앞서 업체가 제공자를 먼저 모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카풀과 택시의 공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카풀 업체가 현재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에 따른 자격과 면허를 갖추면 얼마든지 돈을 받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IT 기술에 기반한 카풀 업체들은 자신들은 카풀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것일 뿐 운송사업 면허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가 카풀을 전면 허용할 경우 택시업계는 자신들도 이와 동등한 수준의 ‘당근’을 달라고 요구한다. 현재 3부제로 운영 중인 서울시 개인택시의 경우 ‘부제’를 없애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기사가 탄력적으로 업무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기사가 없어 차고지에서 놀고있는 법인택시도 ‘승차공유’에 사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요구도 있다.

이와 관련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편리한 이동과 이동의 자유 측면에서 카풀을 비롯한 승차공유는 허용됨이 옳다는 것이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이라며 "다만 승차공유 서비스의 전면 확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다각도에서 신중히 고려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