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당신과 당신 주변의 목소리를 다 듣고 있다. 구글은 마이크로 모든 음성을 데이터로 저장해놓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느 유튜버가 알아낸 구글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라는 내용의 글이 떠돌았다. 이 글은 어느 유튜버가 "유튜브가 이용자 마이크로 들리는 모든 음성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을 실험한 결과를 보여준다.

‘google mike test’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유튜버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실행시킨 뒤, 컴퓨터에 연결된 헤드셋의 마이크를 통해 ‘Dog Toys(강아지 장난감)’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한다.

유튜버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뿐더러 이전에도 단 한 번도 강아지 장난감과 관련해 검색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통해 여러 언론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인터넷 배너 광고 중에는 강아지 장난감 관련 광고가 하나도 뜨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상에서 강조한다.

유튜버는 구글 크롬을 종료한 뒤 헤드셋 마이크만 연결한 상태로 ‘강아지 장난감'이라는 단어를 넣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후 유튜버는 다시 구글 크롬을 실행시켜 광고 배너가 뜨는 여러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데, 아까와 달리 홈페이지 광고 배너에는 ‘강아지 장난감’ 관련 광고가 떠 있다는 것.

유튜브의 ‘google mike test’라는 영상 화면 갈무리. 빨간 박스 부분이 유튜버가 ‘강아지 장난감'을 마이크에 수 차례 말한 뒤 크롭으로 접속한 웹 사이트에 등장했다는 강아지 장난감 광고다.
유튜브의 ‘google mike test’라는 영상 화면 갈무리. 빨간 박스 부분이 유튜버가 ‘강아지 장난감'을 마이크에 수 차례 말한 뒤 크롭으로 접속한 웹 사이트에 등장했다는 강아지 장난감 광고다.
이 영상은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로도 전파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구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포털 다음의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나도 그냥 대화했던 것들이 광고에 떠서 소름 돋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검색한 상품 광고 배너뜨는거 무서운데 마이크로 하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니 너무 싫다"고 말했다.

기자도 이전에 검색해본 적 없고 개인적으로도 관련 없는 상품인 ‘셰이빙크림(면도크림·Shaving Cream)’이라는 단어를 마이크에 반복적으로 말해봤으며, 유튜브 영상으로 직접 해당 단어를 말하는 음성을 녹음해 올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 이전과 이후, 국내외 광고 배너가 뜨는 홈페이지에 셰이빙크림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구글 측도 마이크 접근 권한이 있다고 해서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에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해당 영상은 사실과 다르다"며 "구글 크롬은 사용자의 명시적 허락 없이 사용자의 마이크에 접근하지 않으며, 접근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광고에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신의 구글 계정의 ‘광고 설정’ 탭에 들어가면 구글이 어떻게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 광고를 표시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로그인된 사용자의 검색어와 위치, 사용한 웹사이트와 앱, 시청한 동영상과 광고 및 연령대, 성별 등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구글과 파트너 관계를 맺은 웹사이트와 앱은 로그인된 사용자의 관련 정보를 받아 이를 개인 맞춤 광고 타깃팅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많은 웹사이트와 앱들은 사용자가 관심 있을 법한 광고를 골라 노출해준다.

따라서 구글과 관련된 모든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단 한 번이라도 검색해본 검색어는 데이터로 남게 되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웹사이트를 가나 자신이 입력한 단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구글 계정에 들어가 ‘광고 개인 최적화 사용’ 기능을 끄면, 활동 데이터 정보가 광고에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구글 계정에 들어가 ‘광고 개인 최적화 사용’ 기능을 끄면, 활동 데이터 정보가 광고에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내가 검색한 단어들이 광고로 따라붙는 것이 불쾌하다면 구글 계정 탭에 들어가 ‘광고 설정’ 메뉴를 클릭한 뒤, ‘광고 개인 최적화 사용’ 메뉴를 끄면 된다. 또한 구글 계정의 ‘내 활동’ 메뉴에 들어가면 유튜브 시청 기록과 웹사이트 검색 기록 등도 삭제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구글 크롬에서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크릿 모드를 이용하면 구글 크롬에 방문 기록과 쿠키 및 사이트 데이터, 입력한 정보 등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음성 데이터도 저장할 수 있다. 구글이 사용자의 음성을 기록하는 경우는 ‘오케이 구글’이라는 구글 어시스턴트 명령어를 말할 때나 구글 브라우저의 마이크 아이콘을 누를 때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로, 각종 음성 명령어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은 사용자 음성과 주변 소리, 음성 인식 몇 초 전의 소리 등을 기록하게 되며, 심지어 오프라인 상태일 때도 음성이 저장될 수 있다.

다만 이 음성 데이터 역시 개인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 개인정보 관리 메뉴에 들어가 ‘음성 및 오디오 활동 사용’을 중지하면 더 이상 기록되지 않는다.

결국 구글이 사용자의 음성을 모두 듣고 저장해놨다가 개인 맞춤형 광고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왜 이런 음모론이라 불리는 ‘진실 논란’이 퍼지게 된 것일까. 물론 구글에 사용자가 직접 활동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활용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저장된 사용자 데이터를 유출한 것은 물론, 정치적인 목적으로 동의 없이 활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한 탓도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던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5000만 명의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정치 캠페인에 악용하기도 했다.

구글 역시 데이터 유출 불안감을 조성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구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 5250만명의 사용자 데이터가 유출된 바 있다. 이미 지난 9월 구글플러스 사용자 50만명의 개인정보가 잠재적 유출 상태에 놓여, 구글플러스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구글이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 저장 설정을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도, 사용자 입장에선 구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가 어떻게 유출돼 이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우기 힘들다.

구글이 사용자의 음성을 듣고 있다는 ‘진실 논란’ 게시물에 댓글을 단 한 사용자는 "세계에서 구글이 제일 무섭다"며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수집해서"라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