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월 6일 ‘마징가Z’로 출발한 오덕이야기가 15일 ‘SF·판타지 명작’을 담은 50회까지 연재됐다. 1년간 출고된 오덕이야기 기사 중 특히 인기를 끌었던 테마는 ‘슈퍼로봇’ 등 로봇 관련 이야기였다.

마징가Z 등 슈퍼로봇.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마징가Z 등 슈퍼로봇.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마징가Z를 필두로 1970년대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장르로 군림한 ‘슈퍼로봇’과 ‘기동전사 건담’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리얼로봇’, 1990년대 인간 드라마를 더 강화해 성인 층의 시선을 집중시킨 ‘에반게리온’은 304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핵심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2018년에는 국내외에서 복고풍인 ‘레트로(Retro)’ 트렌드가 강하게 불었다. 만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업계는 1970~1990년대 ‘명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을 리부트(ReBoot), 리메이크한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글로벌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는 2018년 만화가 나가이 고(永井豪)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데빌맨’ 리부트작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세인트 세이야’, ‘울트라맨’, ‘공각기동대’ 등 명작의 리부트 혹은 최신작을 방영할 계획이다.

2019년 넷플릭스서 방영될 ‘세인트 세이야’ 리부트작. / 넷플릭스 제공
2019년 넷플릭스서 방영될 ‘세인트 세이야’ 리부트작. / 넷플릭스 제공
일본 콘텐츠, 모형 업계는 명작의 귀환을 콘텐츠 소비층의 고령화와 연관짓는다. 일본 오덕 콘텐츠와 팝컬처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団塊·1947~1949) 세대로부터 태어난 1960년대생 아들과 딸로이다. 현재 이들 대부분은 50대다.

60대를 눈앞에 둔 오덕 1세대는 ‘우주전함 야마토’, ‘마징가Z’ 등 1970년대 작품부터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19990년대 애니메이션 팬 문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오덕 1세대는 일본의 대표적인 팝컬처 축제인 ‘코믹마켓(코미케)’를 창조해 냈고, 자신들의 손으로 스스로 소설·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대표적인 오덕 1세대는 애니메이션·게임 제작사 ‘가이낙스’를 탄생시킨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와 에반게리온 감독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감독이다.

일본의 씽크탱크로 평가받는 노무라총합연구소는 2005년 기준 ‘오덕 소비자층’ 12개 주요 소비 시장에서 172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분석했다. 오덕 소비층은 연간 4110억엔(4조1799억원)쯤을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에 쓰고 있다.
일본 캐릭터 산업 업계는 이들 오덕 1세대를 겨냥해 ‘마징가Z 지팡이’를 선보였고, 만화 업계는 노인 캐릭터의 활약상을 골라 담은 ‘실버 점프’ 등의 만화잡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3040세대, 많게는 50대까지 소비층을 겨냥해 만든 콘텐츠와 상품은 이들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이후 출생한 10~20대는 오덕 1세대의 콘텐츠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CGV가 3040세대를 겨냥해 재개봉한 ‘해리포터’ 첫 번째 영화는 3040세대가 아닌 10~20대가 더 많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명작의 리부트는 새로운 세대를 끌어당길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어 구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 콘텐츠다.

오덕이야기 연재가 50회를 넘었지만 아직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 못한 명작이 산 처럼 쌓여있다.

오덕이야기 기사 작성에 가장 큰 어려움은 ‘자료 찾기’다. 독수리 오형제(과학닌자대 갓차맨)처럼 인기작은 자료가 많지만 가면라이더의 근간이 됐다 평가받는 ‘월광가면’ 같은 오래된 작품은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자료 수집에 상당한 시간이 든다.

향후 오덕이야기 시리즈는 3040세대의 기억에 없는 1960년대 이전 작품보다는, 3040세대가 어린시절 열광했던 1980년대 이후 만화·애니메이션·게임을 소재로 취재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