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2월 18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의 이사회 의장과 재무이사, 퀀트 팀장 등 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기소의 이유가 된 주요 피의사실 중 하나는 업비트가 별도의 회원 계정을 개설한 뒤 약 122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와 원화를 허위로 입고한 다음, 직접 거래의 주체가 되어 암호화폐의 시세를 높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회원 약 2만6000여 명에게 약 1491억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 즉 사기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실로 엄청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사기 이득액이 1491억원이 맞는다면,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행위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의해 가중처벌되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법정형이 규정된 범죄는 상당히 중한 범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검찰이 업비트의 주요 경영진을 위와 같이 중범죄로 기소하면서 구속수사하지 않고, 불구속했다는 것이다.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것인지, 아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이건 검찰의 입장에서도 업비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현행 형사사법체계 하에서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100%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검찰은 업비트 경영진을 기소하면서 상당히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추측의 근거는 첫째 이번 기소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올해 5월 10일 내지 16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인데, 압수수색 후 7개월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소 내용대로면 일반적으로 구속기소가 당연해 보이는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불구속기소 됐다.

사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업비트 경영진의 위와 같은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달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증권 거래에 대해 금지되는 내부자거래행위,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업비트 사건에서 논란이 되는 행위가 주식시장에서 이뤄졌다면, 업비트의 경영진들은 (앞서 본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1호의 법정형과 동일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기소된 후, 그 과정에서 구속됐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검찰의 기소에 대해 업비트 측은 해명자료에서 "업비트는 법인 계정으로 유동성을 공급했을 뿐, ‘오픈 초기에 약 2개월간 마케팅 목적으로 일부 자전거래를 했으나,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또한 고객들의 돈을 편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것이 명백했다면, 업비트의 위와 같은 해명은 (업비트가 고객의 돈을 편취한 것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음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는 특정 암호화폐의 시세를 조종하는 소위 ‘펌핑(pumping)’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업비트의 위와 같은 해명은 이러한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를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암호화폐 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율하는 별도의 법률도 없는 상황에서 업비트의 위와 같은 행위를 과연 검찰의 주장대로 형법상 사전자기록 등 위작, 동행사죄 및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업비트 경영진에 대한 이번 검찰의 기소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전거래’를 현행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선례 중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법적공방은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시장에 참가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와 국회도 암호화폐 및 그 거래소에 대한 법제화를 수수방관하고, 시간이 지나갈 것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설정해 시장에 참가한 이해관계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이 그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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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