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인수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구영배 큐텐(Qoo10) 대표와 손잡는다. 전자상거래 결제에 암호화폐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김병건 BK성형외과 원장, BK메디컬그룹 설립자이자 대표. / IT조선 정미하 기자
김병건 BK성형외과 원장, BK메디컬그룹 설립자이자 대표. / IT조선 정미하 기자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BK성형외과에서 기자를 만난 김 회장은 싱가포르에 설립할 BXA(블록체인 익스체인지 얼라이언스, 가칭)에 대해 "BXA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닌 디지털로 된 파이낸스 서비스 전부를 망라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 상하이에 있는 회사를 인수해 (신규 암호화폐인) BXA토큰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2019년에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전자상거래에 암호화폐가 많이 쓰일 것으로 본다"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큐텐(Qoo10)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와 암호화폐를 이용한 상품 결제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오픈마켓인 G마켓 창업자로 2009년 미국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한 뒤, 2010년 큐텐을 설립해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BK글로벌컨소시엄을 구성해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대주주였던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50%+1을 4000억원에 사들였다. BXA는 빗썸 인수 주체인 BK글로벌컨소시엄 구성이 확정되면 새로 붙일 이름이다. 김 회장은 한국 성형외과 '빅(Big)5'에 들어가는 BK성형외과 설립자 겸 원장이자 족집게 투자로 수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여러 암호화폐가 이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시도했지만, 수수료와 처리 속도 등의 문제로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BXA토큰 수수료를 카드 수수료보다 낮게 만들고 전자상거래에 집중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이커머스 업체와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국가별로 규제가 허용한다면 송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한국 빗썸 외에 미국·영국·일본·홍콩·싱가포르·멕시코·페루·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타일랜드·필리핀·러시아·조지아 등 12개 국가의 거래소를 연결해 암호화폐 유동성을 늘리겠다"며 "유동성을 공유해 전 세계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거래소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암호화폐 규제 상황에 대해선 "사실 한국에 규제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며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공개(ICO)와 거래를 금지한 중국 외에 대부분의 나라에는 규제가 없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새로운 영역이기에 나라마다 (규제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CO 전면 금지 등 한국 정부의 강경책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수준이 됐을 때 정부가 먼저 규제를 푼다기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블록체인 산업은 장려하면서도 암호화폐 거래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기관투자자 중심의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빗썸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라는 점"이라며 "빗썸은 기관투자자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고, BXA도 기관투자자를 신경 써서 유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중요하지만,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올 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