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한번에 서울 한복판이 통신지옥으로 변했다.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얘기다. 이번 사고로 인근 지역에서 KT가 제공하는 전화, 인터넷, IPTV 서비스가 모두 불통이 됐다. 서울 4개구, 경기도 일산 일부 지역 등 서울의 4분의 1쯤이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드는 세상이 됐다. 아현지사 화재가 평일 발생했다면 초각을 다투는 은행·증권업계까지 피해가 이어지는 아찔한 광경이 펼쳐질 수 있었다. 아현지사 화재는 단순 광케이블 화재 사고가 아닌 심각한 국가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격적인 것인 셈이다. 정부는 최근 이통업계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다양한 논의 후 5G 시대 통신재난 사태 예방을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관리 소홀 지적을 받은 통신구 대상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조치와 함께 KT에 쏠린 통신망의 이원화 등 대비책을 발표했다. IT조선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내린 통신 처방전을 분석함과 동시에 미래 통신재난 사태 예방을 위한 대비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2019년부터 통신망 안전성 관련 법·제도가 대폭 변경 적용된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황창규 KT 회장·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모습. 유 장관은 26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한 통신3사 CEO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황창규 KT 회장·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모습. 유 장관은 26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한 통신3사 CEO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18년 12월 27일 KT 아현국가 화재 때와 같은 ‘통신대란'을 막기 위한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전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소방시설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조항 추가 등을 통해 미비했던 현행법이 보완된다.

◇ ‘권고'에서 ‘의무'로 강화된 소방시설법

과기정통부는 통신구 소방시설법 개정을 통해 모든 통신구 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강화된 기준을 소급 적용키로 했다.

통신사와 협의해 2019년 상반기까지 500m미만 통신구도 자동화재 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등의 조기 설치를 추진한다. 소방청은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은 6월까지, 방송통신설비 안전성·신뢰성 기준 개정은 8월까지 추진한다.

2019년 지하구 특성에 맞는 ‘화재안전기준(지하구 화재안전기준)’을 별도로 신설해 강화된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통신구 등 지하구를 종합정밀 점검대상에 추가해 매년 점검받게 하고, 출입제한 조치 실시 및 정기점검을 받도록 의무화 한다.

통신국사 내 소방설치 기준도 제정해 종전 권고사항이었던 ▲통신국사내 설비에 소화설비 설치, 불연화·난연화 조치 ▲통신국사 인입구 등에 적응성 있는 감지기, 자동소화장치 설치 등이 의무사항으로 강화된다.

합동감식반이 KT아현국사 화재현장을 조사하는 모습. / IT조선DB
합동감식반이 KT아현국사 화재현장을 조사하는 모습. / IT조선DB
화재뿐만 아니라 다른 재난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예방을 위한 세부 기술수준도 강화됐다. 통신국사 등의 내진설계에 적용하는 지진하중 기준을 강화하고, 설비별 성능목표를 기술수준에 반영한다.

침수방지를 위해 해외 사례, 타법 사례 등을 분석한 후 ▲지하통신구 개구부 위치 ▲맨홀의 배수·방수설비 등 설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건축물의 출입구 높이 확보 등 세부 기술기준을 마련한다.

◇ 통신사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 꼼수방지

통신국사 등급 낮추기 꼼수도 미연에 방지한다. 실태조사를 통해 일부 통신사가 통신시설 등급을 낮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통신사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중요통신시설 등급 포함)을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

현행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과 ‘방통통발전기본법 제28조'에 따르면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D급)은 점검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점검대상을 D급까지 확대한다.

중요통신시설(A, B, C급)의 점검 주기는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이를 위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발의는 2월 예정돼 있다.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 기본계획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강화를 위해 가칭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1월 중 구성·운영할 방침이다. 심의위는 과기정통부, 소방청 등 관련부처와 민간 전문가등으로 구성되는 비상설 위원회다.

위원회는 1월까지 중요통신시설 등급지정 기준을 확정하고, 수립지침 개정 검토와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5월까지 중요 통신시설 등급이 재조정된다.

과기정통부와 이통사업자가 정부 과천청사에서 진행한 ‘통신재난의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한 협약식’ 모습. / IT조선DB
과기정통부와 이통사업자가 정부 과천청사에서 진행한 ‘통신재난의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한 협약식’ 모습. / IT조선DB
통신사의 자체 책임도 강화된다.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해 주요통신시설 운영규모에 다라 전담부서와 전담인력 운용이 의무화된다. 자체적으로 주요통신시설에 대한 보안대책을 수립하고 재난관리 기본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 중요시설 통신망이원화 제도 마련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지정된 에너지, 교통, 금융, 의료, 환경 분야 국가기반시설은 재난에 대비해 통신망을 이원화해야 한다.

이중 이원화 되지 않은 시설은 1월까지 행정안전부 ‘국가기반체계 보호계획 수립지침’에 통신망 이원화를 포함하도록 지침에 반영한다. 현재는 해킹,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기관별 특성에 맞게 정보통신 보호계획이 수립토록 돼 있다.

또 1월까지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 협의 후 국가 안보·경제 등에 직결되는 통신시설, 통신 집중국을 선별해 국가보안시설로 지정할 계획이다.

◇ 이용자위한 법령 개정

통신 장애 시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관련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된다. 2019년 5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된다.

재난 시 타 통신사 무선망을 통한 서비스 지속성 확보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된다. 재난 로밍 개시 시점, 이용대가 산정,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해 사업자 간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재난로밍 관련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2월 발의된다.

이 밖에도 현재 파편화된 현행 규정들을 통합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과기부는 정보통신안전법을 신설해 5G시대 대비해 안전관련 조항 등을 추가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