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이 이통사 중심의 IPTV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인터넷 영화(OTT)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된다. 기존 강자였던 케이블TV 업계는 매년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IPTV 업계는 시장의 파이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케이블 업계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에 불을 붙인다.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에 실패한 후 M&A 관련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재차 시장에 불이 지펴질 전망이다. IT조선은 2019년 M&A를 기반으로 판세가 바뀔 유료방송 시장과 OTT 기반 업계의 공세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 주]

국내 이동통신사와 유료방송 업계는 2019년 한국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 기존 기존 케이블TV 업체가 KT, LG유플러스 등 IPTV 기업에 인수합병 된다는 것이다. 시장 재편은 지역별 권역제와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 핀터레스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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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은 케이블TV(SO)와 인터넷 기반 IPTV, 위성방송 등으로 나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SO는 성장이 둔화됐다. SO 매출액은 3년새 2000억원쯤 감소했다. 매출액 감소는 가입자 이탈을 뜻한다. 반면, 2017년 IPTV 매출액은 2조9251억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20.5% 성장했다

케이블TV와 IPTV의 가입자수도 최근 역전됐다. 최근 3년간 SO 가입자는 1394만명선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지만, IPTV 가입자 수는 2015년 12월 1135만명에서 2018년 6월 1501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출산율 저하 등 인구수 정체로 인해 신규수요 창출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또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의 등장으로 기존 케이블, IPTV, 위성방송 가입자 수 증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IPTV 업계는 시장 규모 확장을 위한 전력으로 대형 SO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IPTV 업체가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고액의 마케팅비를 퍼부어야 한다"며 "마케팅비를 쓰는 대신 케이블TV와의 인수합병으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료방송 M&A 포문을 열 주인공은 LG유플러스

2019년 SO 인수전에 첫 포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4만명으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11.41%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국내 SO 1위인 CJ헬로(13.02%)를 인수하면 LG유플러스 시장점유율은 단번에 24.43%가 된다.

KT는 딜라이브에 관심을 보인다. KT는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더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0.86%로 이미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를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KT가 국내 2위 SO인 딜라이브(6.45%)를 인수하면 1위 자리가 더 공고해진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KT의 시장 점유율을 33%로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더이상 임의적 점유율 제한 등 규제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

IPTV 업계 2위인 SK브로드밴드(13.97%)는 SO 인수 대신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 ‘옥수수' 육성 전략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기반 옥수수를 육성해 VOD 매출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17년 IPTV, VOD 등 미디어 사업에서 전년대비 21% 상승한 1조21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 매출 중 절반이 VOD 매출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 막아라!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려는 배경으로는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 우위를 위한 것도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 190개국에서 1억3000만명쯤의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OTT 1위 사업자다.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2018년 120억달러(13조4868억원)의 거금을 투입해 700편 이상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로 아시아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강자 디즈니도 2019년 ‘디즈니 플러스'라는 새 OTT 서비스를 출범시킨다. 디즈니 플러스에는 글로벌 SF 인기작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등 디즈니 만이 만들 수 있는 독점작이 다수 서비스될 예정이다.

디즈니는 스타워즈 드라마 10편 제작에만 대형 영화 제작비에 버금가는 1억달러(1130억원)을 쏟아붓는 등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OTT의 성장과 케이블TV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예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유료방송 최대 시장이라 평가받을 만큼 케이블TV가 강했다. 1억명쯤의 가입자를 가지고 승승장구하던 미국 케이블TV 업계는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 OTT의 성장으로 전체 가입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인다. 미국 유료방송사 수도 1995년 31개에서 2017년 4개로 크게 줄었다. 현재 미국 유료방송은 실질적으로 ‘다이렉트TV’와 ‘컴캐스트' 2강의 경쟁이라는 것이 현지 유료방송 업계 평가다.

향후 국내 유료방송 업계도 방송사가 아닌 콘텐츠 중심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래 주력 시청자가 될 10대의 머릿속엔 3040세대가 경험했던 ‘채널'에 대한 개념이 없다. 시간에 맞춰 TV를 켜 본방송을 사수한다는 말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등장 역시 동기부여가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전에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며 "SO 인수합병은 단순히 가입자 확보용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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