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을 말하다] ③이은영·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방탈출 게임 왜 하냐고요? 내가 인생을 주도하고 싶기 때문이죠"

차현아 기자
입력 2019.01.15 14:53 수정 2019.01.16 09:52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가 몰려오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대한민국 저성장의 그늘에서 고군분투하는 첫 세대다. 2019년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밀레니얼 세대의 중심인 90년대 생의 사회 진출이 맞물려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IT조선은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새 세대를 집중 탐구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IT조선 팟캐스트로도 들을 수 있다. 시리즈 기획과 취재에는 1987년생 기자가 참여했다. 밀레니얼, 도대체 넌 누구냐. [편집자주]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사가 일을 맡기면, 이 친구들은 왜 이 일을 하는 건지를 먼저 묻죠. 이전 세대는 부장님이 시킨 일이면 기한에 맞춰서 잘 하기만 했잖아요.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기가 동의하기 어려운 일에 나의 시간을 굳이 써야하느냐를 물어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서 일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주인공이고 싶어해요."

유니크굿컴퍼니 송인혁(왼쪽) 대표, 이은영 대표
베이비부머 세대(대략 1946~1965년에 출생한 사람들)들은 회사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만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다. 일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던 자신들과 달리 공과 사의 구분을 엄격히 지키며 개인의 삶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이 ‘개인주의 세대’들을 어떻게 다룰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은 밀레니얼들이 방에 갇혀 탈출 소동을 벌이는 방탈출 게임에 빠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방탈출 게임은 잠긴 방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 시간 내에 탈출하는 게임이다.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며, 한 사람 당 최대 3만원이나 한다.

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 대표는 "밀레니얼들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며, 스스로 갇히고 스스로 방에서 탈출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게임도, 인생도 자신이 주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현실 세계판 방탈출 게임인 ‘리얼월드 - 태양단의 비밀’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 대표는 "전형적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내가 주체가 된 경험, 그것도 오프라인 경험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면서 "저희는 지금 ‘경험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얼월드의 게임은 우리가 사는 현실 공간 자체에 영화처럼 한 편의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입힌다. 가령, 태양단의 비밀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지키는, 소설 ‘다빈치 코드' 속 프리메이슨과 같은 비밀 결사대가 되는 오프라인 체험형 게임이다. 서울, 전주, 부산에서 즐길 수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시티오브러브:서울’은 다리(서울로7017)에서 즐기는 게임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경험산업의 태동을 부르짖는 이은영·송인혁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이은영·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은영·송인혁 공동대표 생생 인터뷰 팟캐스트로 직접 듣기 - 경험에 열광하는 밀레니얼들

―체험형 게임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건가.

송 =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직접 출연해 미션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판 ‘포켓몬고'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빈치코드를 경험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태양단의 비밀’은 태양의 수호자들이 잠들어버리면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과 부산, 전주에 숨겨진 태양의 보물을 직접 찾아나서는 주인공이 되는 콘셉트이다. 한글을 널리 알리려 노력했던 선조가 되어, 직지와 한글 속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게임이다. 도심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탈출게임과 증강현실(AR), 각종 IoT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 반응은 어땠나.

이은영 = "굉장히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소비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없었다면 이런 열풍도 없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만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주도권을 가진 주인공이고 싶어한다는 게 가장 특징이더라.

사실 옛날에는, 우리 세대만 해도 튀지 않고 적당히 중간에 맞춰갔다. 부장이 일을 주시면 그냥 잘 하면 되는 거고, 기한 맞춰서 하기만 하면 된다. 밀레니얼들은 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부장이 일을 주면, 그 친구들은 이 일을 어떤 의미를 갖고 하는건지를 궁금해 한다. 이 곳이 비록 회사지만, 이 친구들은 스스로 납득이 안 되면 일을 하기 어려워한다.

태양단의 비밀이라는 게임도 기성세대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일 수 있다. 기성 세대들은 ‘그래서 이걸 하면 상품을 뭘 주는지’를 먼저 묻는다. 그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거다.

기성 세대들은 방탈출 게임도 이해하지 못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내가 주인공이 되서 경험을 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가 다른 지점이기도 하며, 우리가 지금 ‘경험’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니크굿컴퍼니는 지난해 11월 서울로7017에서 체험 게임 형식의 서울 관광프로그램인 리얼월드 ‘City Of LOVE : Seoul’ 행사를 진행했다./ 유니크굿컴퍼니 제공
―밀레니얼의 가치관은 이전 세대와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 "맞다. 굉장히 개인화돼있다. 우리 세대는 ‘개인화’에 대해 ‘이기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결이 다르다. 이들은 자기 자신이 부여한 의미가 중요하고 자신이 세운 가치에 집중하면서도 개인의 삶도 중요하게 여긴다.

나만 해도 회사의 가치와 제 삶의 가치를 일치시키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가졌다고 하기 어렵다. 일에 굉장히 집중하는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도 회사의 삶과 개인의 삶을 분리시켜 놓는다. 그게 보장되지 않거나 침해되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정말 다르더라."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상권 등 소비 패턴도 변화하는 것 같다.

이 = "여기 방송 녹음하러 오는 길에 종로 일대를 지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우리 세대가 한창 영어 공부를 했던 종로3가 일대는 정말 핫한 상권이었는데 가장 인기높은 상가 1, 2층 대부분이 임대 간판이 걸린 공실이더라. 공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시대와 세대가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상권도 무너지는 시대인거다.

왜 종로3가가 무너졌을까를 생각해보니, 종로1가 일대가 새로 개발되고 밀레니얼 세대가 그쪽으로 모이면서 중심 상권이 종로3가에서 1가로 이동한거다."

송 = "요즘 빌딩 공실률이 높다. 그런데 정작 1층 스타벅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다. 위워크라는 공유 오피스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과연 이 현상을 경기가 어려워서라고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의 특성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송 = "먼저 시대 트렌드를 전반적으로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시대에 살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 놓여있다. 그들은 실제로 메신저로 하루 종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른바 정보가 연결된 세대에서 의식이 연결된 세대로 완전히 바뀐거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하루 종일 누군가와 연결돼있다.

이들에겐 오히려 아날로그가 신세계다. 디지털 공간에서 ‘이거 재밌다, 여기 재밌는데 갈까’하고 서로 의식을 연결한 후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난다. 일종의 ‘의기투합’이다. 경기가 많이 어렵다지만 정작 공유오피스 사업은 잘 되는 이유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동시에 카페도 크게 늘어났다. 사람들이 분명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정작 (오프라인 환경인) 카페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정리하면, 밀레니얼,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정보를 교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연결하는 세대이다."

―’경험'은 주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말하는 건가.

송 = "그렇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만나는 현실 세계의 경험이다."

이 = "그렇다. 저희가 이전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대 변화를 가장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 서울역에 내려 광장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큰 빌딩이다. 옛날에는 대우빌딩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스퀘어가 됐고, 지금은 위워크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것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시장이 선택받고 살아남을까를 한번 살펴봤다. 크게 다섯 가지 시장으로 압축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후 엠 아이(Who am I)’ 마켓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의미를 중요하게 느낀다. 두 번째는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마켓이다. 온라인으로 연결돼있으니 혼자있지만, 혼자라서 외롭고 같이 있어도 외롭다. 혼자있고 싶은데 또 혼자 있고 싶지 않은 그런게 있다. SNS에서 주목받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SNS때문에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글램 마켓(Gram Market)’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내 매력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 뿐만아니라 내면을 가꾸는데 치중하고 있다. 마지막 시장인 리얼월드(Real World)마켓이다. 우리가 실제 사업으로 구현한 시장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을 가장 괴롭히는 질문은 ‘이제 뭐하지'다. 에어비앤비라든지, 야놀자, 여기어때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그냥 숙소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요즘에는 숙소에 도착한 다음에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Activity)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뭐하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대로 주는 곳이 부족하다."

― 트렌드를 확실히 읽고 창업에 나선 것이네.

송 = "최근 아들과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예전 테마파크는 뛰어놀고 놀이기구 타고 장난감 사는게 다였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를 산 다음부터 시작이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여덟 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마법을 쓸 수 있다.

마법을 쓸 때마다 돈이 들다보니, 총 20만원이 털렸다. 여튼, 테마파크도 체험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더라."

리얼월드의 게임 ‘시티 오브 러브: 서울’에 참가한 참가자가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 하순명 기자
―방탈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봤다. 하지만, 지금 도쿄도 난리라더라.

송 = "난리죠.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판 방탈출 게임인 ‘언더그라운드 미스터리(Underground Mysteries)’의 규모를 보고 우리도 놀랐다.

방탈출 게임은 일본의 스크랩이라는 회사가 처음 만들었다. 그 회사가 원래 무료신문에 십자말퍼즐을 제공하던 곳이다. 카토 타카오 대표가 밀레니얼 세대다. 신문에 있는 문제 푸는거 말고 진짜처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 없을까 해서 실내 공간에 탈출 게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4~6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했다.

반응이 좋으니 이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큰 현실 게임을 만들었다. 그게 도쿄 메트로(도쿄 지하철)과 제휴해 진행하는 ‘도쿄 메트로 언더그라운드 미스터리’다. 2016년부터 하고 있는데 이제 거의 50만명이 참여한다. 지금 일본에 가면 지하철에 사람들이 게임 키트를 들고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장관이다."

―유니크굿컴퍼니가 하고 있는 다른 사업을 소개해준다면.

송 = "헬렌이라는 오픈더빙플랫폼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시각장애인이나 시약자들이 영상 콘텐츠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헬렌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노트북과 이어폰만 있으면 영상 콘텐츠에 더빙을 입힐 수 있다.

테드(TED·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에는 이미 OTP(Open Translation Project·테드 영상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영상에 번역을 달 수 있도록 참여하는 오픈번역프로젝트)가 있다. OTP가 있기 때문에 테드를 통해 오늘날 외국어 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된거다. 테드의 OTP는 청각 장애인을 위해 시작된거지만 다양한 언어를 쓰는 일반인에게도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를 제2의 검색 엔진으로 이용할 정도로 영상이 일반화된 시대인데도, 재밌게도 영상에도 진입장벽이 생겼다.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데, 이들에겐 영상에 어떤 언어로 자막이 달려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는거다. 난독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10~15%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 7~10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OTP처럼, 편하게 자막을 읽기만 해도 그게 녹음이 되고 영상 더빙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누구에게나 열린 더빙 시스템이다."

―올해 새로 준비하고 있는 게임도 있나. 올해 사업계획을 소개한다면.

송 =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나는 한국인이다(I’m Korean)’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개인의 목적의식을 가장 부각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로 구성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9급 공무원 시험에 많이들 지원하고 있지만 개인으로서의 목적의식이 강한 양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즉시 만족을 주는 경험을 선택한다.

이런 관점을 녹여내 리얼월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게 없을 지를 고민하다, 3.1절을 떠올렸다. 3.1절은 젊은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먼 과거 얘기다.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들은 내가 뭔가 중요한 상황에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도 있다고 봤다. 그래서 일제 탄압을 받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의 게임을 기획한거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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