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국내 이통사가 통합 메시징 서비스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SK텔레콤과 KT는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를 잇따라 출시했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LG전자는 RCS 생태계 조성에서 빠지는 눈치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과거 실패 전력이 있는 RCS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도입과 관련한 검토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카오톡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RCS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것인지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각) 열린 CES 2019 삼성전자 부스에서 '디지털 콕핏 2019'를 체험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각) 열린 CES 2019 삼성전자 부스에서 '디지털 콕핏 2019'를 체험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RCS는 2008년 글로벌 이통사가 전통적인 문자메시지를 대체하기 위해 구상한 서비스다. 3GPP(글로벌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가 RCS 단말기 간 신호처리 및 서비스 데이터를 전송하는 미디어 처리 및 품질, 과금 방식 등 규격을 정의했다.

KT는 2018년 12월 28일 RCS ‘채팅’을 출시했다. 최대 100명이 동시에 그룹채팅을 할 수 있으며, 100MB 크기의 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수 있다. KT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에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고, 1월 갤럭시S9과 갤럭시S9+ 등으로 적용 대상 단말기를 확대한다.

SK텔레콤은 15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과 갤럭시S9·S9+ 등 단말에서 RCS를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를 통해 "이통3사가 동시에 RCS를 적용하면 5000만 이동통신 이용자가 모두 사용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라며 통합 RCS 출범을 예고했다.

RCS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단말뿐 아닌 모든 안드로이드 OS 기반 단말로 사용 기종을 확장하는 데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 ‘아이메시지’의 경우 아이폰·맥북·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든 전자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에서 앞선다.

SK텔레콤과 KT는 우선 상반기 내 이통3사간 연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2019년 내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OS기반 스마트폰에서도 RCS를 사용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하지만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이통사가 내놓은 RCS 도입에 동행하지 않았다. LG전자는 3년전 삼성전자, SK텔레콤과 함께 RCS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참여를 꺼리는 모습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RCS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며 "프로토콜(통신규약)만 맞추면 금방 적용할 수 있는데 이에 LG전자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RCS가 결국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는 앞서 2012년 국내형 RCS인 ‘조인’을 출시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접었다. 삼성전자 역시 메신저 서비스 ‘챗온’을 내놨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 2015년 종료시켰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이번 RCS 출시는 먼저 의지를 드러낸 삼성전자와 협업한 결과로 향후 LG전자, 외산폰 등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