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는 설 명절을 앞두고 가격·유형·상품별 선물세트 마련함과 동시에 사전 예약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2019년 설 선물 사전 예약판매 결과를 분석해보니, ‘10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생선 어획량과 과일 수확량 등을 분석해 상품을 선매입(수요가 일어나기 이전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하거나 직매입(산지에 찾아가 상품을 직접 수매, 유통 비용을 낮추는 방식) 했다. 제품 가격을 10만원대 실속형으로 마련했다.

유통가는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 홍보전에도 집중했다. 수백만원대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희소성, 상징성을 갖췄다. 홍보 효과가 좋은데다 구매 수요도 꾸준해 매년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준비한다.

18일 신세계백화점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비싸지만, 선물 받는 사람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 설 선물세트 주력은 ‘실속형’…10만원대 상품 잘 팔려

유통가가 주력으로 미는 설 선물세트는 10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다. 현대백화점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1만~10만원대 상품군이 차지한 비율은 50%쯤이다. 롯데백화점은 해마다 10만원 이하 설 선물세트 매출이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제품 종류를 지난해보다 10%쯤 늘렸다.

신선식품 선물세트가 주력인 마트 업계도 사정은 비숫하다. 이마트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 구성비를 보면 10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이 93%,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이 7%를 차지했다.

유통가 농·축·수산물 설 선물세트. / 롯데쇼핑 제공
유통가 농·축·수산물 설 선물세트. / 롯데쇼핑 제공
인기 설 선물세트 유형은 농·축·수산물이다. 이마트 설 선물 예약판매에서 농·축·수산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586%, 360%, 315%씩 증가했다. 롯데마트 설 선물 예약판매에서도 굴비를 비롯한 수산물 상품의 매출 신장률이 418%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가는 10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의 주요 구성품인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선매입과 직매입을 적극 활용했다. 1~2인 소형 가구, 독신 가구를 위한 소포장·간편식 등 맞춤형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기업·법인 등 단체 선물, 계획 소비를 즐기는 개인 소비자별 맞춤형 선물세트도 10만원대 실속형 선물세트의 매출을 이끌었다.

◇ 가격대 수백만원 넘는 프리미엄 선물 세트도 인기

실속형 선물세트와 속성이 반대인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인기를 이어간다. 희소성과 상징성을 갖춘 이들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수십만원에서 심지어 수억원대 가격에 판매되지만, 해마다 구매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부터 수제 위스키 ‘발베니DCS 콜렉션’을 한국에 독점 공급 중이다. 명품 위스키 발베니의 몰트 마스터(장인)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역작으로 알려진 이 제품에는 1961년산 숙성 빈티지 위스키가 포함된다. 가격은 1억2500만원으로 매장에서 상담을 받은 후 주문이 가능하다.

발베니DCS 콜렉션. / 신세계백화점 제공
발베니DCS 콜렉션. / 신세계백화점 제공
캐비어(철갑상어 알)·푸아그라(거위 간)·하몽(돼지 다리 햄)으로 구성된 ‘세계 진미 세트(30만원)’, 50년 숙성 후 한정 수량만 판매되는 ‘주세페 주스티 리저브 50년산 발사믹(95만원)’ 등 프리미엄 식재료 선물세트도 신세계백화점의 시즌 인기 상품이다.

롯데백화점은 와인과 농·축·수산물 위주로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마련한다. ‘KS 그레이트 빈티지 와인세트’에는 연간 600병만 생산되는 프랑스 보르도 르 팽(Le Pin) 빈티지 와인이 포함된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도 등장한 이 제품의 가격은 1300만원으로 단 3세트 판매된다. 롯데백화점은 KY 프랑스 빈티지 와인세트(700만원), KS 샴페인 엔젤 트리플 콜렉션(500만원) 구입 문의도 잦다고 밝혔다.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 / 롯데백화점 제공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 / 롯데백화점 제공
한우 1++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부위인 ‘L-No9 세트(135만원, 100세트 한정)’, 10년 이상 자란 참조기를 담은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250만원)’, 최상급 사과·배·한라봉 ‘명품 3종세트(22만원)’도 매년 인기리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다.

현대백화점도 축·수산물 위주로 해마다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해마다 준비한다. 몸 길이 35㎝ 이상인 굴비만 모은 ‘현대 명품 참굴비 수 세트(350만원)’, 1++등급 소고기로 구성된 ‘현대 명품 한우 7.6㎏(150만원)’ 등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소비자층에 따라 선호하는 선물 세트는 조금씩 다르다"며 "그 중에서도 인기 취향인 프리미엄·10만원대·직매입 저가상품 위주로 설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