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영향력이 커져가는 가운데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여부에 대한 이통업계의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을 등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조치다. IPTV와 위성방송 사업권을 가진 KT의 유료방송 사업 확장을 규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3년 한시로 적용된 후 현재는 일몰된 조항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한다. 2018년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각각 3년, 2년씩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논의에 불을 붙였다.

KT는 글로벌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일몰을 연장하는 것이 유료방송 시장의 인수합병(M&A)을 가로막아 글로벌 사업자의 파상공세에 취약한 국내 방송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한 비(非)KT 진영은 특수관계자로 위성방송을 보유한 KT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한 KT 진영을 점유율 상한제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 KT스카이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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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합산규제, 글로벌 경쟁 시대 흐름에 역행"

KT 측은 합산규제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3년 반이 흐른 현재 방송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유튜브 등 다방향의 OTT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며, 합산규제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 가입자만 5800만명으로 케이블방송 가입자 합계인 4700만명을 넘어섰다.

KT는 또 합산규제 없이 이통사를 중심으로 한 M&A를 활성화해 해외 OTT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자사 OTT 서비스인 ‘옥수수’와 지상파 3사 콘텐츠연합플랫폼인 ‘푹’을 통합한다. LG유플러스는 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포함되는 등 OTT를 중심으로 한 시장 변화를 추진 중이다.

만약 국회가 합산규제를 도입하면 이용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위험이 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가입자 총 비율은 전체의 31% 수준이다. 합산규제가 시행될 경우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인 33%에 가깝다. 만약 합산규제가 재도입 되고 양사의 가입자 수가 33%까지 확대될 경우, 소비자는 KT와 특수관계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입 자체를 할 수 없다.

KT 관계자는 "점유율 상한선 규제는 특정 기업군의 발목을 잡고 경쟁을 소멸시킬 수 있다"며 "신규 콘텐츠 발굴을 유인하는 노력도 사라져 유료방송시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 비KT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충족해야"

하지만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한 비KT 측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입법 미비 상황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위성, 케이블 TV, IPTV 모두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다른 서비스지만, 시장경쟁만 놓고 보면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다"라며 "시장점유율 규제를 동등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합산규제 일몰 후 시장점유율 규제는 여전히 케이블TV와 IPTV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위성을 배제된 현 상황을 보면 법이 미비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산 규제 폐지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로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급감하면, 유료방송 중 유일하게 케이블TV에만 남아있는 ‘지역성’이라는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KT 측은 합산규제 일몰 이후 케이블TV와 IPTV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규제를 받는 반면, 위성방송만 시장점유율 제한 없이 가입자 확보가 가능한 특혜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료방송 시장경쟁 구조를 감안하면 특정그룹(KT)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돼 유료방송사업자간 경쟁상 형평성을 저해한다"며 "지역성 구현 및 권역 폐지 여부와 연계해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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