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겨울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날리는 ‘삼한사미’ 양상을 보인다. 미세먼지는 기침과 호흡 곤란 등 폐기능 악화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소비자 사이에서는 공기청정기 등 청정 가전에 주목한다.
한국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전자랜드의 2018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7년 대비 2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1월 공기청정기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5배쯤 늘어난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간다. LG전자를 비롯한 가전 업계는 2019년 한국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250만대)보다 50만대 늘어난 3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22일 이마트 한 관계자는 "삼한사미 현상이 두드러지며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 공기청정기 성능 좌우하는 필터, 적극 교체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공기청정기는 팬으로 공기를 빨아들인 후 필터로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다시 배출한다. 기기 핵심은 내외부에 설치된 ‘필터 관리’인 셈이다.
공기청정기 내부 필터는 대부분 교체식이다. 주기(보통 3개월~1년)마다 필터를 바꿔줘야 하는데, 반드시 제조사가 인증한 ‘전용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호환 필터는 싸지만, 전용 필터와 재질이 다르고 여과 성능 검증도 받지 못했다. 일부 호환 필터는 공기청정기에 장착할 때 틈이 생기거나 어긋나기도 한다. 이 경우 공기청정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공기청정기 외부 필터는 ‘프리 필터’라고도 부른다. 머리카락, 털이나 크기가 큰 먼지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프리 필터는 대부분 반영구 재질로 만들어져 씻어서 쓸 수 있다. 물 묻힌 휴지나 못 쓰는 칫솔을 써서 주기(2주~한달)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청소 후에는 그늘, 상온에서 말리면 된다. 프리 필터 재질은 대개 플라스틱이다. 햇볕 아래에서, 혹은 고온으로 말리면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제품은 필터의 유해물질 제거 성능을 검증한 ‘기관 인증서’를 내세운다. 기관 인증서는 다다익선이다. 한국공기청정협회의 CA(Clean Air)와 CAS(CA School) 인증이 대표적이다. 이때 한국 환경에 맞는 인증인지, 실제 검증 후 인증서를 획득했는지 여부를 살펴보자. 일부 저가형 공기청정기 제조사는 ‘자체 인증’, ‘해외 기준 인증’, ‘실험 결과 미세먼지 99.9%’라는 검증되지 않은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를 호도하기도 한다.
◇ 공기청정기, 고정 혹은 환기 없이 쓰면 역효과, 렌탈은 사용 시기 저울질 후 선택
공기청정기 설치 장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기 흐름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 가운데’ 혹은 그때그때 ‘옮겨가며’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실제 가정에서는 대부분 한쪽 벽면이나 구석에 배치한다. 이 경우 벽에서 일정 거리(50㎝쯤) 떨어진 곳에 공기청정기를 둬야 한다. 그래야 공기청정기가 실내 공기를 효과적으로 빨아들이고, 걸러낸 공기를 원활하게 배출하며 순환시킨다. 같은 원리로 공기청정기는 바닥에서 30㎝쯤 높은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바닥에 붙은 먼지까지 원활하게 제거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소형이다.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도록 바퀴를 갖춘 제품도 있다. 모두 공기청정기 위치를 바꾸기 쉽도록 한 조치다.
주방도 공기청정기의 활약 무대다. 음식 조리 과정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 조리할 때부터 공기청정기를 켜면 안된다. 음식을 만들 때 생긴 미세한 수분과 기름기가 공기청정기 필터에 붙어 수명을 줄이고 동작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조리 후 3분쯤 환기한 후 공기청정기를 켜는 것이 정석이다.
주방뿐 아니라 거실, 방에서 공기청정기를 운용할 때에도 서너시간에 한번씩 환기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만 돌릴 경우 실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이게 된다. 환기 시간은 일반 상황에서는 5분쯤, 미세먼지가 심한 상황이라면 1분쯤이 적절하다.
렌탈의 단점은 최소 1년 이상 의무 사용시간(약정)이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내에 약정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의무 사용시간 내 공기청정기 단일 기종만 사용해야 하는 점, 감가상각이 없으므로 총 가격은 일시불보다 다소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카드 사용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할인 혜택이 축소되며, 제품을 분실·파손했을 경우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가전 렌탈사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공기 환경 악화에 따라 생활 가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며 "그 중심에 있는 청정 가전, 공기청정기 부문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