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행된 규제샌드박스를 향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정부 주최 설명회에 참가자가 대거 몰리며 행사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4일과 2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인터넷기업협회 스페이스룸에서 규제샌드박스 신청 방법 및 신청서류 작성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스페이스룸에서 열린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 설명회. / 류은주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스페이스룸에서 열린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 설명회. / 류은주 기자
24일 과기부에 따르면, 원래 규제샌드박스 제도 설명회는 1, 2차만 진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참석을 희망하는 인원이 수용가능한 인원을 초과해 2월 1일 한 차례 추가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제도 시행 후 신청 홈페이지 접속자가 일평균 300명에서 6000명으로 급증할 만큼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24일 설명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스페이스룸은 주최측이 별도의 의자를 가져다 놓을 만큼 만석이었다. ICT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물론 법무법인, 지자체, 홍보대행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 기업들 가장 헷갈리는 신청요건과 절차

2018년 열렸던 규제샌드박스 설명회는 제도 자체에 대한 안내가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에 개최된 설명회에서는 과기부 관계자가 나와 기업의 중요 문의사항에 대한 답을 했고, 이외에도 규제샌드박스 신청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신속처리 ▲임시허가 ▲실증 규제특례별 신청서 작성방법 ▲이용자 보호방안 등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이창훈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 규제샌드박스팀장은 신청 방법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진행했다.

우선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많은 ▲임시허가 ▲실증규제특례 ▲신속처리 등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신속처리는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법규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기업들이 허가 등의 필요 여부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신청 전 이용하면 좋다.

실증규제특례는 규제로 사업 시행인 불가능한 경우,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실험·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서비스가 안전성에 위험을 지녔을 경우에는 임시허가가 아닌 실증규제특례를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기술·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방안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의료법에서 주어가 다 의료법인 혹은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서비스가 금지된 경우도 실증규제 특례에 해당한다.

임시허가는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근거법령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받을 수 있다. 안전성 검증 자료 및 이용자 보호방안이 필수 서류다. 임시허가를 받으면 실증규제특례와 달리 직접 시장에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 뜨거웠던 질의응답 시간

설명회가 끝난 후 이진수 과기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과장과 이창훈 규제샌드박스팀장이 직접 참석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질의응답 시간은 1시간쯤 이어졌다.

24일 규제샌드박스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가 궁금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류은주 기자
24일 규제샌드박스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가 궁금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류은주 기자
한국스마트카드 한 관계자는 "신청서를 작성하다보니 혁신성, 이해관계 충돌가능성 등 여러 문구가 발견되던데, 만약 기존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며 "만약 실증기간 동안 리스크가 있지만 문제가 없다면 규제가 바뀔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수 과장은 "최종 심의위에서 이해관계 충돌가능성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며, 전체적인 내용을 보기 위해 평가항목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제샌드박스는 궁여지책 끝에 나온 것이라 규제 만능이 아니다 보니 실증기간 동안 정부는 최대한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질문자는 외국계 기업이 규제샌드박스 이용 시 역차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만약 이미 외국에서 이미 신기술 관련 사업을 하던 기업이 국내에서 규제가 풀리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규제로 인해 사업을 하지 못하던 국내 기업들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외국계기업 진출을) 제재를 해야하지 않냐"고 물었다.

이창훈 팀장은 "외국계 기업이라도 한국지사가 있으면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막진 않는다"며 "하지만 그런 부분도 종합적으로 심의위에서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진수 과장은 "어떤 사업자가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후 A라는 규제가 유예됐다고 해서 동종 서비스 업계가 다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청한 사업자만 풀린다"고 설명했다.

관계부처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정체된 기술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

이진수 과장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면 해당 관계부처나 이익단체가 반대하더라도 지정이 가능하다"라며 "사전검토위, 본심의위를 통해 혁신성, 국민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허용하는 게 맞는다면 반대가 있더라도 지정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 현장 목소리 "맞춤형 상담 필요해"

과기부에 따르면 24일까지 접수된 규제샌드박스 건은 총 10개다.

. / 규제샌드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 / 규제샌드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시행 첫날에는 ▲모바일 전자고지 ▲블록체인기반 해외송금 ▲이동형 VR트럭 ▲온라인폐차 견적 비교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 ▲수분센서 탐지신호 발신기반 해상조난신호기 ▲사물인터넷 활용 스마트전기자동차 충전 콘센트 ▲딜리버리 디지털박스 오토바이 광고 ▲배달로봇 ▲앱기반 중고차 대여 서비스 등 총 9건의 신청이 있었다.

과기부는 "최근 교육분야 클라우드 이용 관련 신청이 추가로 있었지만 신청 서류 등의 보완을 검토 중이라 아직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신청이 쉽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분야 많은 기업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법률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설명회에서 정말 궁금했던 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빅데이터 업체 한 관계자는 "데이터산업에 대한 얘기가 없어 아쉬웠다"며 "다시 개인적으로 문의를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안 듣는 것보다는 도움이 됐지만, 인터넷에 Q&A 코너가 없어 불편하다"며 "정작 전화를 하면 담당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회사차원에서 법률 자문하는 루트가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서류 보완이 필요한 기업들과, 법무팀이 없는 기업들을 위해 컨설팅을 지원한다. 하지만 상담센터 운영인력은 벌써부터 과부하가 걸려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의 예상보다 많은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상담센터 2명이 상담리스트 작성 및 기술·서비스내용과 법·제도 이슈사항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 뒤, 안건을 배정한다. 안건이 배정되면 보다 전문적인 컨설팅 인력 8명이 안건화를 진행한다. 하지만 한 기업 상담을 진행하는 데만 30분~1시간이 걸리는 상황이기에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또 예산 배정이 뒤늦게 2018년 12월 확정되다보니 절차로 인해 현재 신청과 피드백 모두 메일과 전화로 이뤄지고 있다.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10월쯤 이뤄진다.

이진수 과장은 "예산을 올해 배정받다보니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며 "예산 배정,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등 관련 절차들을 거쳐야 해 10월쯤에야 온라인으로 규제샌드박스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시기를 앞당기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별 상황에 맞는 질의응답 창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오늘 설명회를 와보니 개별적 Q&A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앞으로 더 자주 설명회를 열어 기업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원활한 신청을 위해 추가 인력 확충 및 Q&A 코너 신설에 대해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