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입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소비 트렌드 등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들은 허례허식보다 가성비를, 부부 사이엔 동등한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취미와 개인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결혼 후에도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앱 소비와 활용 트렌드에도 이들의 특징이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이용, 앱을 통해 일상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영위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는 밀레니얼 가족이 주목한 앱 개발사와의 대담 행사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오늘의집’을 만든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 ‘베이비타임’을 만든 심플러의 양덕용 대표, ‘아내의 식탁’을 만든 컬처히어로의 양준규 대표, ‘대리주부’ 앱을 만든 홈스토리서비스의 이봉재 부대표가 참석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집을 꾸밀 때 스마트폰에서 ‘오늘의집’ 앱을 켜 다른 이용자들이 꾸민 집 사진을 보고 사진에서 바로 원하는 가구를 눌러 구매한다. 요리를 할 땐 ‘아내의식탁’ 앱을 통해 음식의 조리법을 따라하고, 기념일과 특별한 상차림, 푸드 스타일링 정보 등을 얻는다.

맞벌이와 육아로 집 정리가 필요할 때는 ‘대리주부’ 앱으로 주말에 한 번씩 가사도우미를 부른다. 집 정리 뿐만아니라 산후 조리와 베이비시터, 포장이사까지 전문 분야를 가진 1만6000명의 인력 프로필을 보고 가사도우미를 고를 수 있는 서비스다.

육아도 앱이 도와준다. ‘베이비타임’이라는 앱은 아이가 배변과 식사를 언제 했는지 손쉽게 기록할 수 있고, 식사 때가 되면 알람을 보내준다. ‘공유기능’을 통해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엄마가 일찍 퇴근하는 아빠에게 아이의 식사와 배변 일지를 보내 육아를 맡길 수도 있다.

이들은 밀레니얼 가족이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앱에 반영, 이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각각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수 80~200만을 기록하고 있다.

(왼쪽부터)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심플러’ 양덕용 대표, ‘컬쳐히어로’ 양준규 대표, ‘홈스토리생활’ 이봉재 부대표. / 구글코리아 제공
(왼쪽부터)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심플러’ 양덕용 대표, ‘컬쳐히어로’ 양준규 대표, ‘홈스토리생활’ 이봉재 부대표. / 구글코리아 제공
◇ 경험에서 비롯된 앱 개발…"밀레니얼 취향저격이 인기 비결"

베이비타임을 만든 양덕용 대표는 앱의 아이디어를 육아 경험에서 얻었다. 양 대표는 "아내가 아이를 출산한 뒤에 여러 기록을 하는 걸 봤는데, 너무 힘들어보여서 개발자 출신인 제가 아내를 도와주려고 만들게 된 앱"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부모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게되면서 양 대표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앱 개발에 나섰다.

이봉재 부대표의 홈스토리생활은 인터파크 자회사로 출발한 회사다. 2014년 분사한 뒤 ‘대리주부’를 2015년 공식 론칭했다. 이 대표는 "가사 활동이 여성이 사회진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며 "(커리어 욕구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한 목표를 두고 만든 앱"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의집’ 역시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밀레니얼 가족의 특징을 정확히 꿰뚫었던 덕분이다.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는 "밀레니얼 가족과 1인 가구는 내가 사는 공간에 관심갖고 가꿔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는 세대"라며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우리 서비스 목표가 밀레니얼 세대, 1인 가구 이용자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식탁’도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양준규 컬처히어로 대표는 아내가 음식을 예쁘게 만들고 사진 찍어 올리는 취미를 갖고 있는 걸 보고 앱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사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리는 단점이 있어, 음식 사진과 레시피 등의 각종 정보를 보다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앱을 기획했다.

양 대표는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한 끼를 먹어도 건강하게 먹자’는 것"이라며 "이들의 특징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앱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아내의 식탁’의 양준규 대표는 "초반에는 30~40대 주부들이 많았는데, 최근 1인 가구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20대 초중반 유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주부’ 앱의 이용자 80%는 20~40대 여성이다. 이 대표는 "남성보다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 노동의 부담이 있고,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주로 여성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도우미 관리와 대리주부 보험제도 운영 등을 통해 신뢰를 쌓은 것도 비결이다.

베이비타임도 아빠 이용자의 이용률이 늘고 있다. 양 대표에 따르면 초반에는 여성 사용자가 대다수던 베이비타임은 ‘공동기능’을 넣은 뒤 젊은 아빠의 사용율이 전체 이용자의 20%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5년 간 이용자 5억5000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