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거래(P2P) 업체가 앞으로 자기 자본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도 P2P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고 P2P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P2P 금융은 투자자와 차입자(돈을 빌리려는 대출 희망자)를 직접 잇는 서비스 중계업이다. 2016년 말 6000억원 규모였던 P2P 대출 규모는 2018년 말 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P2P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는 25만명 이상이다.

그동안 P2P 업계는 대출을 원하는 이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융통하기까지 최대 몇 주일이 걸리는 것을 이유로 자기 자금 투자를 요구해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 IT조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 IT조선
◆ 자기 자본 투자 허용 주장에 금융위 "허용하되 투자 비율 고민해야"

이날 P2P 업계 관계자들은 자기 자금 투자를 허용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핀테크 산업협회 회장을 맡은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P2P 업체가 자기자본을 투자하면 직접 돈을 투자하는 것이라 투자자 검증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출을 할 수 없다"며 "해외에서는 자기자본 투자가 원천 금지되는 경우가 없는 만큼 유의미한 자기자본 투자가 가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 겸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장은 "P2P 신용 대출은 제2금융권보다 10%포인트(p) 낮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대출 신청자의 30% 이상은 투자모집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연 20%에 달하는 제2금융권 대출을 받는다"며 "P2P 업체가 직접 투자하면 일주일 내로 투자자 모집을 완료할 수 있어 대출 희망자(차입자)가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돼, 차입자가 고금리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을 맡은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역시 "신용 대출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수초 내에 대출 신청을 마치고 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P2P금융은 그렇지 못하다"며 "P2P 업체는 투자자를 일일이 모아서 대출을 하다 보니 짧게는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보는 것을 꺼리고, 연체가 발생하면 대부분 투자를 중단한다"며 "P2P 업체가 자기 자금으로 일부 대출을 감당하는 등 안전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우선 P2P 업체의 자기자본 투자는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투자 비율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P2P 업계가 대부업 이미지는 싫다면서도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해달라는 것은 대부업으로 해달라는 이야기다"라면서 "현재로선 선(先)대출보다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하되 차입자가 대출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일정 이상의 투자자가 모집된 경우, 나머지 부분을 자기자본을 넣어 대출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 비율이 얼마가 될 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경운 금융감독원 핀테크 지원실장 역시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기관투자자 참여 허용 목소리 높이는 P2P 업체

P2P 업계는 기관투자자의 P2P금융 참여 방안도 요청했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투입되면 대출 신청자에게 자금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 참여는 투자자 보호와 P2P 금융 성장 모두를 잡을 수 있기에 입법 내용에 들어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 IT조선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 IT조선
김성준 렌딧 대표는 "현행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인 금융회사의 P2P 대체 투자 가능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P2P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문성을 가진 금융회사의 대체 투자 참여는 개인투자자 간접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관투자자가 P2P 회사에 금융회사에 준하는 리스크 검증과 내부 통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 참여를 인정하는게 맞다면서도 기관투자자 투자 비율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송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P2P 업계의 안정적이고 지속 성장을 위해선 기관투자자 자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다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이 100% P2P 플랫폼에 자금을 댄다면, P2P 업체는 사실상 대출 모집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P2P가 필요하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기관투자자 참여는 인정하는 게 맞지만, 투자 비율은 생각해야 할 문제다"라며 "특정 기관투자자가 특정 건에 50% 이상 투자하면 해당 대출을 컨트롤하고 지배하는 것이라 (투자 비율은) 그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마지막으로 "기관투자자 투자 비율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또 대출 한도를 없애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송 과장은 "P2P금융 목적 중 하나는 중금리 신용 대출 활성화다"라며 "중금리 신용 대출에는 한도 제한을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자산 배분에 있어 부동산 PF에 치중된 부분이 있다"며 "대규모 PF가 일어나게 하고 (부동산 PF)에 집중하는 건 위험하기에 건전성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 대안을 내놓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법률을 제정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행정지도에 불과한 가이드라인만으로는 P2P금융 시장을 제대로 규율하기 어렵다"며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P2P업체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나 업계 전반의 신뢰도 저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P2P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고려할 때 기존 법체계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새로운 금융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별도 법률을 제정해 P2P금융을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